어느 주말 을지로에서 아내와 가볍게 데이트를 하다 우연히 마주친 말차 막걸리 POP.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들어가 주문했던 그 한 잔이 기억에 남았다. 말차 막걸리를 마실 때 ‘이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원에게 어떤 막걸리를 사용했는지 물어봤다. 직원의 답은 느린마을 막걸리. 그래서, 1주일 뒤 주말 집에서 말차 막걸리를 만들어 마셔봤다.

말차 막걸리, 왜 잘 어울릴까?
말차와 막걸리는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셔보면 이 둘은 생각보다 잘 맞는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말차의 쌉쌀함은 단맛을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막걸리 특유의 당도는 종종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말차가 이 단맛을 정리해 준다.
둘째, 막걸리의 탄산감이 말차의 질감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말차는 자칫하면 무겁고 둔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막걸리의 미세 탄산이 이를 산뜻하게 바꿔준다.
셋째, 발효의 풍미와 차의 쓴맛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막걸리의 효모 향과 말차의 식물성 쌉쌀함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레이어로 겹쳐진다.
1. 말차 막걸리 만들기 준비물 (아주 단순)

이 레시피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준비할 것은 딱 두 가지뿐이다.
- 말차 100% 가루 14g
- 막걸리 750ml
여기에 말차를 풀기 위한 물만 추가되면 된다.
- 70℃ 물 70g
- 차가운 물 70g

이제 끝이다. 물론 차선이 있으면 말차를 풀기 좋다.
2. 말차를 제대로 푸는 것이 맛의 80%를 결정한다
말차 막걸리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사실 막걸리와 섞기가 아니라 말차를 잘 풀어내는 것이다.
1차: 따뜻한 물로 말차 풀기
말차는 차가운 액체에 바로 넣으면 덩어리가 생긴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먼저 풀어야 한다.
말차 14g에 70℃ 물 70g을 넣어 1차로 풀어준다.


이때 거품기나 티스푼으로 충분히 저어도 되지만 차선으로 풀면 더 간지가 난다. 중요한 건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풀어주는 것이다.

2차: 차가운 물로 온도 낮추기
1차로 말차가 완전히 풀렸다면 여기에 차가운 물 70g을 넣어준다. 이 단계는 막걸리와 섞었을 때 온도 쇼크를 줄이기 위한 과정이다. 말차가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막걸리에 들어가면 향이 깨지고 탄산도 급격히 빠진다.
3. 이제 진짜 말차 막걸리를 만든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실제로 말차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1) 유리컵에 얼음 80g을 넣는다.
2) 막걸리 120g을 붓는다.


3) 미리 풀어둔 말차 35g을 넣는다.

4) 사진을 찍은 뒤(?) 잘 섞어 마신다.
끝이다. 정말로 이게 전부다.
막걸리에 말차를 넣으면 층이 분리된다. 이때 사진을 찍고 잘 섞으면 된다. 홈 칵테일 같은 느낌으로 젓기만 하면 된다.
느린마을 vs 전주 비사벌, 직접 비교해 봤다
느린마을 막걸리와 전주 비사벌 막걸리 두 가지를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어 마셔봤다.


탄산감
- 느린마을 막걸리: 탄산감이 더 강함
- 전주 비사벌: 탄산이 비교적 부드러움
말차 막걸리는 탄산도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말차의 쌉쌀함과 대비를 만들고 싶다면 느린마을 쪽이 더 유리한 듯하다.
단맛
- 느린마을: 단맛이 조금 더 분명
- 전주 비사벌: 단맛이 상대적으로 절제됨
단맛 역시 말차의 쓴맛을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느린마을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질감(바디감)
- 느린마을: 질감이 조금 더 묵직
- 전주 비사벌: 질감이 가벼움
질감이 가벼운 전주 비사벌은 일반 막걸리로는 부담 없지, 말차와 섞였을 때는 오히려 쓴맛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종합
- 연하게, 가볍게 마시고 싶으면 → 전주 비사벌
- 말차와의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맞추고 싶으면 → 느린마을
개인적으로는 말차 막걸리 전용 베이스로는 느린마을이 더 잘 어울렸다.
말차 가루 vs 말차 파우더, 어떤 게 더 좋을까?
100% 말차는 향과 쓴맛이 강하다. 질감이 연한 막걸리와 섞을 경우 쓴맛이 튀어나와 전체 밸런스를 깨뜨리기도 한다. 반면, 말차 파우더는 이미 어느 정도 당이나 부재료가 섞여 있어 막걸리와 섞였을 때 훨씬 부드럽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진한 말차 풍미를 원하면 → 순수 말차 가루
- 대중적인 밸런스를 원하면 → 말차 파우더
말차 막걸리 커스터마이징
말차 막걸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술인 듯하다.
- 막걸리를 바꾸면 질감이 바뀌고
- 말차를 바꾸면 쓴맛과 향이 달라지고
- 얼음의 양을 조절하면 농도와 도수가 달라진다
이 모든 변수를 조합하면서 나만의 말차 막걸리를 완성할 수 있을 듯하다.
번거롭지 않지만 충분히 특별한 집 술
말차 막걸리는 특별한 장비도 어려운 기술도 필요 없는 술이다. 말차를 조금 정성 들여 풀고 막걸리와 섞기만 해도 전혀 다른 술로 변한다. 말차를 푸는 게 조금은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그 번거로움이 끝나면 또 다른 뉘앙스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단 맛과 탄산 그리고 말차의 쌉싸름함의 밸런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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