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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Common Sense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4. 12.

커피 라벨을 읽는 순간, 취향은 시작된다

커피를 즐기게 되면 어느새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게 됩니다. 스페셜 티 커피의 매력은 다양합니다. 특히 낯선 원두를 선택했는데 내 취향에 기가 막히게 들어맞을 때 정말 기쁩니다. 내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를 때 바리스타나 로스터에게 추천받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커피 라벨을 읽고 고르는 힘이 생기면 선택하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오늘은 원두 라벨만 보고 내 취향을 고르는 법을 정리해 볼게요.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
커피 로스팅

 

원산지(Origin): 커피 맛의 첫 단서

원두 패키지 라벨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인 것이 원산지입니다. 원산지는 말 그대로 이 원두가 ‘어디서 자랐는지’를 말해주죠. 이 정보만으로도 향미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_원산지_세계 지도
적도 부근에 몰려있는 커피 원산지

 

● 아프리카 커피(에티오피아, 케냐): 플로럴 한 향과 시트러스 그리고 베리류의 산뜻한 맛이 특징입니다. 향이 강조된 커피가 좋다면 에티오피아 워시드를 입문용으로 추천드립니다.

 

● 중남미산 원두(콜롬비아, 브라질, 코스타리카): 견과류, 초콜릿, 캐러멜 같은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많습니다. 밸런스가 좋고 부드럽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아요.

 

● 아시아 커피(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스파이시하고 허브 향이 도는 묵직한 스타일이 많습니다. 흙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깊고 따뜻한 한 잔을 원한다면 이쪽을 추천해요.

 

물론 요즘은 가공 방식이나 품종 그리고 재배 기술이 다양해지면서 원산지만으로 향미를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정보는 커피 취향을 가늠하는 첫 번째 나침반입니다.

 

 

고도(Altitude): 향의 밀도에 관한 힌트

커피 봉투에 숫자가 쓰여 있는 걸 본 적 있으시죠? '1,950m', '2,100m'처럼요. 얼핏 보면 지리 정보 같은 숫자죠. 하지만 고도는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와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1,800m 이상의 고산지대는 일교차가 큽니다. 덕분에 커피의 성장이 느립니다. 그만큼 당분이 많이 축적되고 향이 응축되죠. 복합적이고 깊은 향을 가진 커피는 대부분 고지대에서 납니다.

 

반대로, 1,200m 이하의 저지대에서는 커피의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맛이 비교적 단순해지죠. 깔끔하고 부드럽지만 향미의 폭이 좁은 편이에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고도가 높을수록 재배가 어렵고 재배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죠. 희소성과 프리미엄 가치까지 더해져 가격이 좀 나간다는 것. 요즘 스페셜티 시장에서 고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품종(Variety): 맛의 성격을 설계

와인에 샤르도네나 피노 누아가 있다면 커피엔 버번이나 게이샤가 있습니다. 품종은 커피의 구조를 설계하는 기본 재료죠.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_커피 열매를 따는 사람
커피 체리 수확

 

● 버번(Bourbon): 부드럽고 단맛이 좋으며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실패 확률이 낮죠. 대다수의 중남미 원두가 이 버번이에요.

 

● 티피카(Typica): 가장 오래된 품종 중 하나. 향은 얌전하지만 구조가 안정적입니다. 클래식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꽤 매력적이에요.

 

● 게이샤(Geisha): 플로럴과 시트러스 향미의 끝판왕. 가격이 높지만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품종입니다. 한 잔의 향수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죠.

 

● SL28, SL34: 케냐의 대표 품종. 복합적인 산미와 구조감이 강해 묵직하면서도 살아있는 향을 즐길 수 있어요.

요즘은 하이브리드나 실험적인 품종도 많아지는 추세예요. 그래서 품종만으로 맛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긴 했죠. 하지만 여전히 품종은 커피의 성격을 규정짓는 주요 키워드입니다.

 

 

가공 방식(Process): 커피의 톤과 바디의 결정

같은 품종, 같은 고도라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라벨에서 'Washed', 'Natural', 'Honey', 'Anaerobic', 'Carbonic Maceration' 같은 단어를 발견했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해 보세요.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_농부가 원두 말리고 있음
원두를 말리는 중

 

● 워시드(Washed): 물로 과육을 제거한 뒤 발효, 건조. 컵이 맑고 산미가 선명합니다. 레몬, 라임, 그린애플 같은 노트가 자주 등장하죠.

 

● 내추럴(Natural): 과육을 붙인 채 건조하는 방식. 단맛이 깊고 향이 짙습니다. 딸기잼, 블루베리, 건포도 같은 테이스팅 노트에 자주 등장해요.

 

● 허니(Honey): 과육은 제거하되 점액질은 남겨 건조. 단맛과 클린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균형 잡힌 커피입니다. 복숭아, 캐러멜, 말린 살구 같은 노트가 많습니다.

 

● 무산소 발효(Anaerobic): 산소를 차단한 상태에서 발효. 와인이나 발사믹, 열대과일 같은 향미가 특징이며 강렬하고 실험적인 맛을 원할 때 선택합니다. 워시드, 내추럴, 허니 프로세스를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하면 무산소 워시드, 무산소 내추럴, 무산소 허니 프로세스라고 불러요.

 

●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 포도주 양조에서 영감을 받은 방식으로 체리를 통째로 밀폐된 탱크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발효를 유도합니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체리 내부에서부터 미세한 발효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독특한 향미가 생성되죠. 자두, 체리, 열대과일, 레드 와인 같은 향미가 특징이죠

 

 

노트(Notes): 가장 직관적인 단서

품종이나 가공법이 다양해지면서 이들 정보만으로 맛을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노트가 중요해졌죠. 노트는 커핑 시 바리스타나 로스터가 실제로 느낀 향과 맛을 요약한 정보예요. 그래서 향미를 상상하기에 가장 좋은 정보예요

● 플로럴 : 재스민, 장미, 화이트티 → 향 중심, 깔끔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 과일 : 복숭아, 베리, 건포도, 살구 → 화사하고 생동감 있는 커피. 내추럴 및 허니 가공과 잘 어울려요

 

● 스위트 : 초콜릿, 카카오, 토피넛, 캐러멜 → 부드럽고 편안한 데일리 커피를 원할 때

 

● 너티 & 스파이시 : 아몬드, 호두, 계피, 허브 → 바디감 있고 구수한 커피. 라테에 특히 잘 어울려요

 

팁 하나: 산미를 꺼리는 분이라면 레몬·라임·자몽 같은 키워드는 피하고 초콜릿·캐러멜·너티 계열을 고르세요. 실패 확률을 확 줄일 수 있어요.

 

 

 

배전도(Roast Level): 맛의 무게를 조절

커피는 얼마나 볶았는가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집니다. 이건 원두의 캐릭터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페셜티 커피 원두 고르는 법_배전도
좌 라이트, 중 미디엄, 우 다크 로스팅

 

● 라이트 로스트(Light Roast): 산미 강조, 향미 뚜렷. 원두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적합한 배전도입니다. 주로 드립 커피에 적합해요.

 

● 미디엄 로스트(Medium Roast): 산미와 단맛의 균형. 가장 널리 사용되며 드립이나 에스프레소 양쪽에 모두 사용됩니다.

 

● 다크 로스트(Dark Roast): 단맛과 바디감이 강조되고 향은 줄어들지만 밀도는 높아집니다. 라테나 아메리카노에 잘 어울려요.

최근에는 배전도를 색상 게이지나 그래프로 시각화한 라벨도 많아졌습니다. 한눈에 성격이 읽히는 포인트니 꼭 확인해 보세요.

 

 

커피 라벨을 읽는 습관이, 맛있는 하루를 만든다

이제 라벨을 읽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커피의 스토리와 개성이 담긴 정제된 정보이기 때문이죠. 라벨을 보고 맛을 상상하고 원두를 골라보세요. 상상한 맛과 실제 맛이 같은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세요. 커피가 어느덧 나의 취향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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