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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Espresso Recipe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의 차이: 9 bar 정상 추출 vs 저압 추출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8. 18.

에스프레소 한 잔. 같은 원두로 내려도 압력만 달라져도 맛이 바뀐다. 꽤 바뀐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혀와 코는 금방 알아챈다.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의 9 bar 추출. 어느덧 익숙해져가고 있는 저압 추출. 둘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원두, 그라인드, 도징 모두 똑같이 맞춰 내린 두 잔을 비교한다. 입안에서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 차이는 얼마나 날까? 과연 9 bar 정상 추출과 저압 추출은 어떻게 다를까?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의 차이 9bar 정상 추출 vs 6bar 저압 추출
왼쪽 6bar 추출, 오른쪽 9bar 추출


 

9 bar: 에스프레소 교과서

9 bar 추출을 정상 추출이라고 했다. 사실 9 bar가 정상일 필요는 없다. 맛만 있으면 좋은 거다. 하지만, 9 bar는 오래된 교과서와 같다.  즉, 업계 표준같이 되어버린 거다. 이유가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의 차이 9bar 정상 추출 vs 6bar 저압 추출_9bar 추출
마누스s, 9bar 까지 올라가기전 사진을 찍었네요

 

⊙ 두꺼운 크레마. 컵 위에 황금빛 거품이 차오른다.

⊙ 묵직한 바디. 혀 위에 무게가 실린다.

⊙ 강렬한 밸런스. 신맛, 단맛, 쓴맛이 동시에 밀려온다.

☞ 이 조합은  흔히 떠올리는 에스프레소 그 자체다.

 

9 bar는 짧은 한 모금에 진한 농축감을 담아내는 전통이자 정답 같은 압력 수치다. 하지만 편차도 크다. 머신, 탬핑, 분쇄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숙련된 손길이 필요하다.

 

 

저압 추출: 깔끔하고 산뜻한 현대적 취향

저압 추출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저압 추출이다. 9 bar 보다 낮은 압력으로 추출하는 걸 의미한다. 9 bar가 제일 맛있을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여러 테스트에서 저압 추출이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낸 거다.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의 차이 9bar 정상 추출 vs 6bar 저압 추출_6bar 추출
마누스 s 저압 추출

 

압력이 낮아지면 물은 천천히, 더 고르게 커피층을 통과한다.

저압 추출이라고 하면 6 ~ 7 bar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아예 낮춰 4 bar로 추출했다. 

 

⊙ 산미가 또렷하다.

⊙ 단맛이 살아난다.

⊙ 쓴맛과 떫은맛은 줄어든다.

⊙ 뒷맛은 깔끔하다.

 

저압 추출은 수율이 소폭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편차가 적다. 즉, 누가 내려도 비슷한 컵이 나온다. 가정용 머신 사용 시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두 잔의 차이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에 따른 맛의 차이: 9bar 정상 추출 vs 6bar 저압 추출_추출변수 최소화
원두, 도징량, 분쇄도는 모두 같게 세팅

 

두 잔 모두 에스프레소가 아닌 아메리카노로 맛을 봤다. 9 bar로 내린 잔은 처음부터 훅 치고 들어온다. '나 아메리카노야. 깔끔한 브루잉과는 다를걸'이라는 듯 존재감이 확실하다. 바디가 무겁고 여운이 길다. 전통의 아메리카노다. 

 

저압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는 다르다. 입안이 가볍다. 산미가 조금 더 치고 온다. 케냐, 에티오피아, 온두라스가 블렌딩 된 커피의 산뜻함이 먼저 다가온다. 부루잉보다는 무겁지만 9 bar 에스프레소보다는 가볍다. 

 

화학적 차이는 어떨까?

압력의 차이는 단순 수치의 차이가 아니다. 추출되는 성분 비율을 바꾼다.

 

⊙ 9 bar → 지질, 카페인, 클로로겐산 같은 비휘발성 성분이 더 많이 추출된다. → 바디가 묵직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  저압 추출 → 과다 추출 성분이 덜 녹아 나온다. → 산미와 단맛이 살아나고, 클린컵이 강조된다.

 

또한 유량(flow rate)도 달라진다. 6 bar에서는 물이 더 천천히 흐르면서 채널링이 줄고 추출이 균일해진다. 결과적으로 컵마다 맛이 흔들리지 않고 일정해진다.

 

혀가 느끼는 텍스처 차이

9 bar 에스프레소는 더 진득하다. 크레마가 두껍게 남아 질감이 길게 이어진다. 이는 아메리카노로 이어져 바디가 좀 더 무겁게 다가온다. 피니쉬도 살짝 더 오래간다. 때로는 텁텁하거나 쓴 여운이 강하게 남기도 한다.

 

반면 저압 추출은 부드럽다. 에스프레소 크레마도 얇고 섬세하다. 아메리카노는 혀에 닿는 무게(질감)가 가볍다. 후미가 깨끗하게 떨어진다. 조금 더 편하다.

 

향미 차이는 얼마나 날까?

9 bar는 향미가 진하다. 고소함, 쓴맛, 강렬한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며 복합적인 구조를 만든다.

저압 추출은 명료하다. 과일, 플로럴 계열의 향미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복잡한 대신 선명하고 깨끗하다.

정리하자면, 9 bar는 '다층적이고 클래식한 맛'. 6 bar는 '클린 한 요즘 맛'이다.

 

실전 레시피 팁

저압 추출을 시도할 때는 온도를 조금 높이는 게 좋다. 압력이 낮으면 열이 그 보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9 bar 레시피 예: 90 ~ 91℃, 1 : 2 비율, 25~ 30초 추출. → 크레마와 바디에 집중.

⊙ 저압 추출 레시피 예: 92.5 ~ 93.5℃, 1: 2.2 비율, 28 ~ 32초 추출. → 산미와 단맛을 살림.

 

물론 기본 가이드일 뿐이다. 원두의 로스팅 포인트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직접 조정해 보며 혀가 말해주는 신호를 듣는 것이다.

 

원두별로 달라지는 매력

⊙ 아프리카 원두: 과일향과 플로럴 노트가 강하다. 저압에서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산미와 단맛이 살아나고 깔끔한 맛을 살리기 때문이다. 

⊙ 중남미 원두: 밸런스와 단맛이 좋은 편. 9 bar와 저압 모두 잘 어울린다. 9 bar에서는 묵직함 저압에서는 단맛과 명료함을 느낄 수 있다. 

⊙ 아시아 원두: 흙내, 스파이시함, 묵직한 바디가 특징. 9 bar에서 진한 매력을 발휘한다.

압력은 원두의 성격을 강조하거나 완화하는 도구다. 같은 원두라도 압력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결국 선택은 취향

추출 압력에 정답이 없다.

⊙ 클래식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원한다면 → 9 bar.

⊙ 산뜻하고 클린 한 컵을 원한다면 → 저압

결국 중요한 건 내 입맛이다. 사실 어떨 땐 저압 추출이 다른 땐 9 bar로 추출한 커피가 맛있다.  압력은 도구일 뿐 최종 결정은 혀가 한다.

그럼에도 압력은 맛을 바꾸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원하는 스타일, 오늘의 기분, 사용하는 원두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압력은 취향을 표현하는 언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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