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다. 같은 커피인데 느낌이 다르다. 어떨 땐 물 같고 어느 땐 우유처럼 입안에 오래 눌러앉는다. 이 차이가 바로 바디감(Body)이다. 바디감은 말 그대로 커피의 몸집이다. 맛보다 촉감에 가깝다. 혀 위에 남는 점도. 목을 타고 내려가는 무게. 삼킨 뒤에도 입천장에 남는 여운. 이 모든 게 바디감이다.
물 같은 커피 vs 우유 같은 커피
물은 바디감이 없다. 우유는 바디감이 풍부하다. 국도 콩나물국은 가볍고 설렁탕은 묵직하지 않은가. 커피도 마찬가지. 에티오피아 원두로 잘 추출하면 티처럼 가볍다. 티 라이크(tea-like)라는 표현 그대로다. 마치 차 한 잔을 머무는 느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커피는 한 모금만으로도 입안이 묵직해진다. 크리미 하고 진하다.
바디감의 세 가지 얼굴
라이트 바디. 가볍고 청량하다. 혀 위에서 스르르 미끄러진다. 뒷맛은 깔끔하다. 더운 날 아이스커피로 마시면 시원함이 배가 된다.
미디엄 바디. 중간의 매력. 산미와 단맛이 균형 잡혔다. 견과류, 캐러멜 풍미가 종종 느껴진다. 적당하다는 말이 딱 맞다.
풀 바디. 진하고 무겁다. 오일리하고 크리미 하다. 입안에 오래 머물고, 여운이 길다. 타격감 제대로인 커피를 마셨다는 느낌이다.
로스팅이 만드는 맛 무게의 변화
라이트 로스트는 바디가 가볍다. 대신 산미와 향이 또렷하다.
미디엄 로스트는 무게가 더해지고, 캐러멜과 견과류 풍미가 올라온다. 밸런스형.
다크 로스트가 가장 묵직하다. 오일이 많아지고 스모키 한 맛이 강하다. 커피 표면이 반짝거릴 정도로 오일이 배어 나온다.
☞ 로스팅이 강해질수록 커피는 더 무겁고 더 진해진다.
추출 방식으로 느끼는 스펙트럼
에스프레소. 압축된 커피. 짧은 추출, 높은 압력. 그래서 바디는 묵직하다. 목 넘김 뒤에도 크리미 한 무게가 오래 남는다.
프렌치프레스. 종이 필터가 없다. 오일과 미세 입자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풍부하고 진하다. 컵 안에서 커피가 거칠게 살아 움직인다.
핸드 드립. 종이 필터가 오일을 걸러낸다. 그래서 산뜻하다. 뒷맛은 깔끔하다.
콜드브루. 저온에서 긴 시간 우려낸다. 그래서 부드럽고 시원하다. 무게보다는 청량감이 앞선다.
에어로프레스. 마법 같은 도구.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바디가 가벼워졌다가 무거워졌다가 한다.
필터의 차이, 미묘하지만 분명하다
메탈 필터. 첫 모금부터 입안이 무겁다. 혀에 오일이 감긴다. 잔여감이 오래 남는다. 가끔은 텁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종이 필터. 산뜻하다. 뒷맛이 깨끗하다. 오일리한 질감은 거의 없다. 여러 잔을 마셔도 부담이 덜하다.
같은 원두라도 메탈과 종이를 번갈아 마셔보면 확연히 다르다. 특히 다크 로스트에서는 차이가 극명하다.
바디가 무거운 원두의 정체
로부스타. 쓴맛이 강하고, 바디가 묵직하다. 아라비카보다 오일과 고형물이 많다.
브라질 원두. 고소하고 진하다. 초콜릿, 견과류 풍미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바디가 무겁게 느껴진다.
내추럴 vs 워시드, 같은 원두의 다른 이야기
내추럴. 커피 체리를 그대로 햇볕에 말린다. 당분과 오일이 많이 남는다. 바디는 풀 바디. 풍부하고 달콤하다. 과일 향까지 진하다.
워시드. 과육을 물로 씻어낸다. 그래서 깨끗하다. 바디는 가볍다. 산미가 또렷하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이다.
허니 프로세스. 그 중간. 과육을 일부만 남겨 단맛과 바디가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
☞ 같은 품종이라도 가공법 하나로 달라진다.
집에서 바디감을 높이는 법
커피 바디를 더 진하게 더 묵직하게 즐기고 싶다면? 방법은 추출 방식마다 다르다.
에스프레소라면
원두는 아주 곱게 분쇄해야 한다. 그래야 오일과 고형분이 더 많이 녹아 나와 바디가 무겁다. 추출 시간은 25~30초. 짧으면 싱겁고 길면 쓴맛이 세진다. 압력과 도징도 중요하다. 원두 양을 일정하게, 탬핑을 균일하게 그래야 매번 안정된 바디가 나온다.
핸드드립이라면
비율을 살짝 바꿔보자. 보통 1:15 ~ 1:17로 추출하지만 높은 바디감을 원한다면 커피 양을 늘리거나 물을 줄여라. 분쇄도는 중간 혹은 약간 굵은 게 적당하다. 물 붓는 속도도 포인트다. 천천히 고르게 뜸을 충분히. 급하게 부으면 바디가 약해진다. 그리고 필터. 종이 대신 금속 필터를 쓰면 오일이 그대로 남아 바디가 확 달라진다.
이제 커피에서 바디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거다. 커피는 취향이다. 답이 없다. 라이트 바디의 맑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풀 바디의 묵직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원두를 다른 방식으로 내려보고 같은 품종을 다른 가공으로 맛보는 것. 그때 비로소 내 입맛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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