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서 꼭 들려야 하는 곳 바로 무심원이라는 카페다. 아내는 동네멋집 2에 소개되었을 때부터 눈여겨봤다고 했다. 무주 시내에서 차로 20~30분쯤 걸리는 조금은 외곽에 있는 카페다. 겉모양은 카페와 동떨어져 있지만 내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이상한 곳이다. 자금부터 무주 카페 무심원의 낮과 밤을 소개해보련다.

무심원은 원래 백운산 생태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외관은 여전히 생태관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원형 건물은 카페라기보단 실험실 같달까. 주차장은 건물 앞에 마련되어 있다. 방문했던 날 사람이 많지 않아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물 위를 걷는 느낌, 수정원
주차 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수정원이다. 무심원 건물처럼 원형으로 된 물의 정원이다. 물이 차있는 곳 중앙까지 길 하나가 놓여 있다. 그곳을 걸으면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이 살짝 든다. 반대편에는 작은 인공 폭포(?)가 흐르고 있다. 이 시원한 물소리 덕에 입장 전부터 공간의 성격이 느껴졌다. 자연과 시간을 공간에 담으려 했구나 싶었다.

이곳도 천마
문을 열고 들어가면 키오스크와 함께 주문 공간이 먼저 나온다. 뒤쪽에는 바리스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작업 공간이 꽤 넓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천마 크림 밀크티와 솔트 커피를 주문했다. 천마 크림 밀크티는 천마가 무주 특산품이라 개발한 음료 인 듯했다.


또 하나의 문 그리고 밤
본격적인 공간 체험은 그다음이다. 주문 공간을 지나 또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실내 좌석으로 들어설 수 있다. 그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밤이 된다. 실내는 깜깜했고 모든 커튼은 닫혀 있었다. 조명은 어둡고 바닥은 마치 젖은 자갈길처럼 반짝인다. 에폭시로 마감된 바닥은 시각적으로 습기를 품은 느낌이었고 어두움 속 반짝이는 조명은 반딧불 같았다. 자연을 그대로 모사한 공간이 아니라 감각을 흉내 내는 공간이었다.

부드러움과 단맛 사이
진동벨이 울려 음료를 받아왔다. 먼저 천마 크림 밀크티. 크림 위에 쌀과자가 올려져 있고, 비주얼은 꽤 괜찮다. 한 모금 마셨는데… 오, 너무 달다. 이건 정말 디저트다. 마즙의 씁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단맛. 부드러운 크림과 고소한 쌀과자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지만 끝까지 마시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마 천마의 특유의 맛을 덮기 위해 당도를 높인 듯하다.

단짠의 조화
솔트 커피는 조금 더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크림이 위에 올라가 있는 건 같지만 맛은 좀 더 단짠단짠. 단맛이 먼저 다가오고 이어 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커피의 쌉쌀함은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커피라기보단 단짠 디저트 음료라고 보는 편이 맞다. 천마 밀크티보다는 연달아 마시기 좋았다.
바뀌는 낮과 밤
하지만 이곳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바로 낮과 밤의 전환이다. 실내는 특정 주기로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커튼이 열리면 백운산의 풍경이 들어오고 조도도 밝아져 낮이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커튼이 닫히고 어두워지며 밤이 된다. 밤은 20분 낮은 10분 총 30분 동안 낮과 밤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전환이 너무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는 낮보다는 밤이 더 좋다.

통창이었다면 더 좋았을 뻔
커튼이 열렸을 때 하나 아쉬운 건 창틀이다. 생태관을 개조한 건물이다 보니 창이 너무 잘게 나뉘어 있다. 통유리였다면 자연의 풍경이 훨씬 시원하게 들어왔을 텐데 지금은 마치 창살 사이로 보는 풍경 같다. 그래도 이건 구조적 한계니까 어쩔 수 없지.
자연을 품은 실내와 단맛의 여운
실내는 꽤 넓지만 테이블 수는 많지 않다. 나무와 식물로 꾸며진 공간이 많아서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제한적이다. 사람이 몰리면 대기가 생길 수밖에 없겠다. SNS에서 낮과 밤이 바뀌는 순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한다.
음료가 전부 달았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시그니처 음료를 마시고 아메리카노 하나 더 주문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무드 그리고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의 변화가 모든 것을 상쇄시켰다. 그저 한자리에 앉아 있으면 조명이 바뀌고 커튼이 움직이고 물소리가 배경이 되는 그 감각. 이름처럼 잠시 무심(無心)의 상태로 스며드는 경험이었다.
실내만 있는 게 아니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 좌석도 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여기도 괜찮을 듯싶다. 흔들의자에 같이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 그래도 우선순위는 실내다.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깐


이름값 하는 공간 무심원
무심원(無心圓)은 무주라는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장소다. 공간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 아내 말대로 무주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이유가 있는 카페였다. 낮과 밤을 오가는 감각의 체험. 커피보다도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 딱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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