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커피용품 쇼핑하러 의왕에 있는 베라커피 아울렛에 다녀왔다. 거기서 그냥 집에 오긴 아쉬워 뷰 좋은 카페에서 음료 하나 마시고 가고 싶더라. 백운호수 쪽은 이미 한 번 다녀왔고 뭔가 새로운 뷰를 원했다. 그러다 블로그에서 봤던 왕송호수 핑크뮬리가 떠올랐다. 왕송호수 근처 카페를 검색하다 찾은 곳 이 바로 한옥카페 초평가배. 날씨가 꽤나 쌀쌀해져 핑크뮬리는 볼 수 없겠지만 분위기가 좋아 보여 일단 출발했다.

건물 구조가 독특하다
왕송호수 근처엔 카페가 진짜 많다. 검색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많다고?' 싶었는데 가보니 정말 대한민국은 카페의 나라다. 초평가배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유일하게 한옥 지붕이 있었기 때문.

이 카페는 구조부터 특이하다. 필로티 구조라서 1층은 주차장 2층이 본격적인 카페 공간이다. 한옥인데 필로티구조라... 주차는 건물 아래뿐 아니라 옆과 뒤에도 전용 주차장이 있어서 나름 넉넉한 편. 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못 대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 자리 남아 있었다. 운이 좋았다.
적당히 전통적이고 적당히 요즘스러움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카페 공간이 나온다. '한옥 느낌 제대로 살리려 노력했구나' 싶었다. 나무 기둥, 처마, 좌식 좌석 그리고 기와지붕. 그렇다고 전통찻집과는 다르다. 천장은 높고 공간은 넓고 밝다. ㄷ자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양옆으로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한쪽 창가에는 좌식 평상이 놓여있었다. 나머지는 일반 테이블과 의자.


중요한 포인트 하나. 뷰를 원한다면 창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중간 자리는 솔직히 말하면 뷰가 거의 없다. 다들 창가부터 차지하는 이유가 있었다. 운 좋게 창가 쪽 좌식 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기대만큼 뷰는 아니었다. 건물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호수가 눈에 쏙 들어오는 느낌까진 아니다. 약간 간접적인 뷰랄까.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찻집일까, 카페일까
메뉴판을 보자 고민이 시작됐다. 메뉴가 찻집과 카페의 경계 어디쯤에 있기 때문. 커피, 시그니처 라테류, 전통차, 잎차 그리고 떡도 빵도 있다. 그래서 둘 다 먹기로 했다.

주문한 메뉴는 이렇다.
- 가을밤 라테
- 계피 생강차
- 대파 크루아상
- 가래떡구이

커피는 베라커피 아울렛에서 구매한 원두로 집에 가서 직접 내려 마시기로 했다. 여기선 조금 다른 걸 먹어보고 싶었다.
가을밤 라테
가을밤 라테는 그냥 '우유+밤'이다. 보기에도 그렇고 맛도 그렇다. 컬러는 연한 베이지에 가까워서 한눈에도 커피가 아닌 우유 베이스의 음료임을 알 수 있다. '첫 모금은 '분 좋게 달다.' 그리고 진짜 밤 조각이 씹힌다. 오랜만에 커피 말고 이런 음료 마셔보니 나쁘지 않았다.
계피 생강차
픽업대에서 받아오는데 차가 컵 테두리까지 꽉 차 있었다. 조심히 안 들면 흘린다. 하지만 그만큼 정성은 느껴졌다. 위에 잣이 띄워져 있어서 고소함이 기대됐다. 첫 모금에 계피 향이 훅 올라온다. 생강차 특유의 톡 쏘는 감각도 좋았다. 요즘같이 아침저녁 쌀쌀할 땐 이런 차 한 잔이 딱이다. 언제나 느끼지만 ‘잣 + 계피 + 생강 = 궁합 좋다. ‘

떡집 감성
떡 하나에 15분. 가래떡을 주문할 때부터 오래 걸린다는 공지를 한다. 다른 메뉴가 다 나온 후에도 한참 걸렸다. 급하면 주문하지 말아야 한다.

맛은? 딱 예상한 그 맛이다. 따끈하고 쫀득한 떡에 콩고물 + 조청(혹은 꿀?) 조합. 콩고물을 묻혀 꿀에 찍어먹으면 단짠고소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건 뷰 카페라기보단 전통다과집 느낌이다. 여유 있게 앉아 이런 거 하나씩 먹는 재미. 기대 이상은 아니지만, 확실히 콘셉트에 어울리는 메뉴였다.
가벼운 산책
차와 음료 그리고 디저트를 먹은 뒤 왕송호수로 향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생각보다 쌀쌀해서 오래 걷진 못했다. 이곳엔 레일바이크도 있으니 관심 있다면 레일바이크를 즐기고 카페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뷰보다 분위기와 조합이 좋았던 곳
사실 의왕 초평가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뷰가 생각보다 약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탁 트임은 없었고 위치나 건물 높이 때문인지 약간 간접 조망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카페였느냐? 전혀. 차와 다과 구성, 좌식 공간, 한옥 인테리어, 따뜻한 음료.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만들어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커피 한 잔보다는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날, 혹은 '오늘은 빵보다 떡이다' 싶은 날엔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게다가 차 한잔 마시고 왕송호수 옆을 천천히 걷는 것도 이곳의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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