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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Review

이케아 메탈 드리퍼 ÖVERST 외베르스트 리뷰: 싸지만 까다로운 커피 도구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6. 1. 6.

오늘은 이케아 이야기다. 정확히는 이케아 메탈 드리퍼 - ÖVERST 외베르스트 드리퍼 리뷰다. 이케아에 방문한 목적은 카펫이랑 사이드 테이블을 사는 것. 집에 러그 하나 깔고 소파 옆에 놓을 작은 테이블이 필요했다. 늘 그렇듯 쇼룸을 한 바퀴 돌고 주방 코너에서 커피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잔, 프렌치프레스 그리고 메탈 드리퍼 등. 드리퍼라기보다 진짜 깔때기 같이 생긴 모습에 묘하게 끌렸다. '이 정도면 재미로 써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 외베르스트 드리퍼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외베르스트 드리퍼와 커피 원두 그리고 저울이 테이블 위에 있다.
이케아 메탈 외베르스트 드리


이케아 메탈 드리퍼, 어떤 물건인가

이케아 메탈 드리퍼(외베르스트 드리퍼)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재사용 가능 커피 드리퍼다. 종이 필터 없이 사용하는 메탈 필터 방식이다.

이케아 메탈 드리퍼 구성. 드리퍼, 필터, 받침 3개로 구성
드리퍼 본체(왼쪽), 메탈 필터(오른쪽 위), 받침(오른쪽 아래)

 

드리퍼 본체와 메탈 필터 그리고 받침으로 구성된 간단한 세트다. 이케아 제품답게 구조는 단순하다. 가격은 약간 애매하다. 부담 없는 가격이지만 자주 쓸 것 같진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아주 싸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깨질 걱정 없이 막 쓰기 좋은 도구라는 생각은 들었다.

 

앞서 말했듯 드리퍼의 형태는 깔때기에 가깝다. 위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며 하단에 작은 노즐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이 구조가 추출 특성과 사용성에 꽤 큰 영향을 준다. 서버나 넓은 컵 위에 올려놓고 쓰는 걸 전제로 한 디자인이다. 그냥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안정감이 떨어진다.

 

 

구조에서 드러나는 장점과 성격

외베르스트 드리퍼의 가장 큰 특징은 메탈 필터다. 필터 망의 구멍이 비교적 크다. 그 덕분에 오일 성분이 그대로 통과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서버 속 추출된 커피에 기름 성분이 눈에 보인다. 맛도 종이 필터를 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바디감은 확실히 살아 있고 커피가 올리해 묵직하다. 프렌치프레스에 가까운 인상을 받는 사람도 있을 거다.

추출된 커피를 컵에 따르는 모습. 서버 내 커피에 오일 성분이 보인다.
오일 성분도 함께 추출되는 메탈 필터

 

또 하나의 특징은 물 빠짐이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다. 구조상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빠르게 내려간다. 분쇄도나 붓는 방식에 따라서는 추출 시간이 30초 안팎으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하리오 V60이나 칼리타 웨이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엔 당황할 수 있다. 이 드리퍼는 분명히 요령이 필요하다.

 

 

실제로 써보며 느낀 불편한 점

장점만 있는 도구는 없다. 외베르스트 드리퍼의 가장 큰 단점은 구조 자체다. 하단 노즐이 튀어나와 있어서 추출이 끝난 뒤 드리퍼를 그냥 세워놓을 수가 없다. 바닥에 바로 닿지 않는다. 결국 받침 위에 올려두거나 따로 접시를 하나 써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매번 추출할 때마다 은근히 신경 쓰인다.

드리퍼를 뒤집어 놓았다. 노즐이 있어 바로 세울 수 없다.
튀어 나온 노즐이 꽤나 불편하다.

 

또 하나는 추출 균일성이다. 필터 망이 넓다 보니 물을 조금만 세게 붓거나 가장자리로 붓게 되면 커피 베드를 제대로 통과하지 않고 그대로 빠져버린다. 그러면 추출이 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처음 몇 번은 실패하기 쉽다.

 

※ 사용 전 연마제를 확실히 제거하자. -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혀 검은 연마제가 안 나올 때까지 닦은 후 중성 세제로 세척하자.

드리퍼와 드리퍼 연마제를 닦아낸 키친타월. 키친타올에 검은 때가 선명히 보인다.
연마제는 꼭 제거하자.

 

추출 속도와 맛의 방향성

외베르스트 드리퍼는 추출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기본 세팅 그대로 쓰면 물이 쏟아지듯 내려간다. 그 결과 산미, 쓴맛, 잔미가 전부 느껴진다. 클린컵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진하고 오일리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린싱으로 드리퍼 온도를 높이는 모습드리퍼에 커피를 넣고 추출하는 모습
추출 속도가 빠르다.

 

라이트 로스팅 스페셜티 원두를 그대로 쓰면 산미가 날카롭게 튀거나 떨림 같은 불쾌한 느낌이 나기 쉽다. 반대로 미디엄 다크나 다크 로스팅 원두를 쓰면 감칠맛과 묵직한 바디가 잘 살아난다. 강배전 원두나 고소한 블렌드와의 궁합이 더 좋다고 느꼈다.

 

 

이렇게 쓰면 그나마 재미있다

외베르스트 드리퍼를 그냥 쓰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대신 몇 가지를 조정하면 꽤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분쇄도를 일반 핸드드립보다 조금 더 곱게 가져가는 게 좋다. 빠른 유속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줄기는 최대한 약하게 중앙 위주로 붓는다. 물이 커피를 지나지 않는 일명 바이패스를 최대한 방지하는 방법이다. 가장자리로 물이 흐르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깔끔한 컵을 원한다면 메탈 필터 안에 종이 필터를 한 장 끼워 쓰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미분과 오일은 어느 정도 걸러진다. 반대로 메탈 필터의 개성을 즐기고 싶다면 메탈 필터만 사용해 추출한 하면 된다. 단, 서버 바닥에 가라앉은 커피 가루가 컵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따르는 게 좋다. 

 

※ 아래 사진을 보면 서버 바닥에 커피 가루가 보인다.

커피 서버를 들고 있는 모습. 서버 바닥에 커피 가루(미분)이 보인다.
바닥에 커피 가루(미분)이 보인다.

 

 

커피 도구라기보다는 주방 도구 같다.

외베르스트 드리퍼는 커피 전용 도구라기보다는 다용도 주방 도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 추출 외에도 깔때기나 거름망 용도로 많이 쓴다고 한다. 세척도 쉽고 관리도 편하다. 깨질 걱정이 없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이걸 메인 드리퍼로 쓰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깔끔한 향미 표현이나 안정적인 추출을 원한다면 하리오 V60이나 칼리타 같은 종이 필터 드리퍼가 훨씬 낫다. 외베르스트는 어디까지나 서브 도구 오일리한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 쓰는 게 좋을 듯하다.


이케아 메탈 드리퍼 ÖVERST 외베르스트는 분명히 완성도가 높은 커피 도구는 아니다. 구조적인 단점도 있고 사용 난도도 있다. 특히 추출 후 세워놓지 못하는 하단 구조는 꽤 명확한 불편함이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고 이케아에서 쇼핑하다 우연히 집어 들기엔 꽤 재미있는 물건이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과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즐겁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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