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문용 그라인더의 수준이 꽤 높아졌다. 하지만 조금만 더 나은 걸 사려 하면 가격이 훌쩍 뛴다. 5만 원대 이하와 10만 원대 그라인더는 성능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비싼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평가가 좋은 그라인더도 가격대별로 확실한 벽이 있다. 그래서 눈은 점점 위를 향한다. 결국엔 코만단테라는 이름에 닿게 된다.

첫 그라인더, 카플라노의 추억
처음 손에 쥔 수동 그라인더는 카플라노 크라인더(Cafflano Krinder). 당시 가격은 5~6만 원대였다. 커피 초보 시절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져가며 고른 아이템이었다.

그땐 뭐든 새로워서 좋았다. 사실 집에서는 전동 그라인더를 주로 쓰니까 수동은 여행용이었다. 간단한 1박 2일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함께 했다. 여행지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 손맛이 느껴져서 괜히 뿌듯했다.
그런데 올해 초, 이 녀석을 탐내던 분에게 선물로 넘겼다. 그 순간은 몰랐다. 이게 다음 지름의 서막이 될 줄은.
급하게 산 알리발 3만 원대 그라인더
여행을 앞두고 다시 수동 그라인더를 구해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3만 원대 알리발 그라인더. 처음보다 더 고민이 많았다. 왜냐면 머릿속에서 코만단테와 키누가 자꾸 맴돌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생각했다. '일단 저가형으로 하나 사고 나중에 진짜 좋은 걸 사자.'
알리발 그라인더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전체가 메탈이라 만듦새도 괜찮았다. 하지만 분쇄 원두를 보니 덩어리감이 좀 있다. 커피 맛도 어딘가 아쉬웠다. 그래도 스스로를 달랬다. '몇 번 안 쓸 건데, 뭐 이 정도면 됐지.'
그리고 결국, 코만단테
그러다 결국 질렀다. 코만단테. 내가 아니라 아내가 내 생일 선물로. 그 이름 하나로 이미 만족감과 감사함이 넘쳐났다. 직접 분쇄해 커피를 내리는 순간, 다른 향미가 느껴졌다. 이건 확실히 다른 세계였다.

갑자기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코만단테와 알리발로 각각 원두를 분쇄해 아이스커피를 추출했다. 모든 조건은 동일하게 맞췄다. 동일한 중약배전 원두 20g, 하리오 V60 그리고 서버에는 얼음 60g씩.
코만단테 vs 알리발: 조건은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갑자기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코만단테와 알리발로 각각 원두를 분쇄해 아이스커피를 추출했다. 모든 조건은 동일하게 맞췄다. 동일한 중약배전 원두 20g, 하리오 V60 드리퍼. 그리고 서버에는 얼음 60g 씩

오랜만에 두 잔을 동시에 추출했다. 유리 비커 하나, 세라믹 컵 하나.

추출은 30초 간격으로 총 네 번. 40g → 70g → 110g → 150g.

결과는?
예상대로 코만단테의 압승.
하지만 맛의 차이가 가격만큼 10배나 크진 않았다. 3만 원짜리 알리발로 내린 커피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뒷맛이 약간 쓴 듯 남았다.

반면 코만단테로 내린 커피는 같은 원두임에도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졌다. 그동안 '이 원두 왜 맛이 없지?'라고 생각했던 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꽃향이 피어오르고, 단맛이 길게 이어졌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였기 때문에 로스팅 실력이 형편없어 맛이 없었나 보다 싶었는데 '아, 이런 향을 품고 있었구나.'
그 순간, 커피라는 취미의 깊이를 실감했다.
장비빨은 존재한다, 아주 명백하게
물론 이 차이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 집중해야 한다.
'10배 가격을 주고 살 만한가?'라고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를거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린 커피 맛이 늘 뭔가 아쉽고 카페에서 먹던 맛과 다르다면 그라인더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기술도 기술이지만 장비빨이 커피를 완성시키는 것 같다.
결국, 커피도 취미다
커피 추출은 결국 취미의 영역이다. 조금씩 좋은 걸 사고 또 더 나은 걸 찾아 나서다 보면 통장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마음은 꽉 찬다.
앞서 말했듯 이번 코만단테는 아내의 선물이었다. 조금 과한 선물이었지만 그만큼 만족도도 컸다.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생각했다.
'내 취미를 존중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해야겠다.'
코만단테와 알리발 그라인더. 둘 다 원두를 분쇄하는 도구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달랐다. 하나가 원두를 말 그대로 분쇄만 했다면 다른 하나는 향을 깨웠다라고나 할까! 그라인더는 결국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커피를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 코만단테의 진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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