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커피 머신 얘기다. 그것도 호주에서 만난 녀석. 피츠로이의 에어비앤비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뜻밖의 커피 머신을 만났다. 숙소 정보에 쓰여있던 커피 머신이 흔한 캡슐 머신일 줄 알았다. 그런데 드롱기 라스페셜리스타 아르떼(La Specialista ARTE) 반자동 커피 머신이 떡 하니 있는 거다. 핸드밀과 드리퍼까지 챙겨갔지만 반자동 머신에 손이 갈 수밖에. 짧고 굵은 3일간의 체험기를 공유해 본다.
집에서도 에스프레소
숙소 근처에 있던 작은 마트(우리나라 SSM보다는 작고 편의점보다는 큰)에 들렀는데 원두를 g 단위로 팔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대형마트에 가야 볼 수 있는데 이 동네는 원두 소비가 일상인 듯했다. 이곳에서는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는 게 당연한가 보다.
머신 외관과 구성품
숙소 주인이 센스 있게 머신에 원두를 가득 채워놓고 '마음껏 써라'며 문자를 보내줬다. 중약배전으로 보이는 원두가 가득 들어 있었다.
머신 앞에는 각종 도구들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포터필터 전용 도징링, 탬퍼, 받침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도징링은 라스페셜리스타 아르떼 전용이라 포터필터에 시계방향으로 돌려 끼울 수 있다.
아쉬운 점? 포터필터가 58mm가 아니라 51mm다. 그리고 날개가 3개라 다른 머신과의 호환은 어렵겠다. 바스켓이 더블월은 아닌 게 대행이다. 이곳까지 와서 뻥 크레마로 가득한 커피를 마실순 없지 않나!
(※ 더블월 바스켓: 내부 벽이 두 겹인 바스켓으로 안쪽 보다 바깥쪽 구멍수가 적다. 이러한 구조는 커피 추출 시 압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많은 크레마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크레마를 뻥 크레마라고들 한다.)
그라인더와 조작부
이 머신은 그라인더 일체형이다. 분쇄도는 1 ~ 8까지 조절 가능. 주인이 3 ~ 4 눈금 사이에 에 맞춰뒀길래 그대로 사용했다. 1 ~ 8까지의 눈금 간격이 큰 데 세부조절도 가능하다 싶었다. (분쇄도 조절을 하지 않아 확실하진 않음)
머신 옆에 둔 설명서를 보니 대충의 분쇄 범위를 알 수 있었다.
상단엔 조작 다이얼과 버튼들이 그림과 함께 배치돼 있어 직관적이다.
▶ 가장 좌측 다이얼: 원두량 조절. Min ~ 40까지 표기. 숫자는 도징 무게나 시간의 단위는 아니다. 원두를 담아보고 세팅해야 한다.
▶ 중앙 좌측 버튼: 도징 횟수 선택. x1 혹은 x2를 선택할 수 있다.
▶ 중앙 OK 버튼: 전원, 추출, 온수 기능을 담당.
▶ 중앙 우측 버튼: 온도 조절. 3단계 선택만 가능. 92 ~ 96℃ 사이 세밀 조절은 안됨.
▶ 우측 다이얼: 메뉴 선택. 콜드브루, 에스프레소, 롱블랙, 핫워터 중 선택. 각 메뉴의 추출 시간 및 양은 자동 설정이다.
▶ 가장 우측 버튼: 스팀 기능. 3일간 사용하진 않았다.
설명서에는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 레시피가 있다. 설명서에 정해진 대로 커피양이 추출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메뉴별 변수 조절(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한 건 아쉽다. 반면 커피에 막 입문한 사람에겐 편할 수도 있겠다.
직접 추출해 보기
원두 분쇄
포터필터에 도징링을 결합하고 그라인더에 밀어 넣으면 자동으로 분쇄가 시작된다. 도징 횟수에 따라 분쇄량이 자동 조절되며 분쇄 후엔 자동 종료.
탬핑
도징링을 결합한 채 탬핑하는 게 기본 매뉴얼.
하지만 몰라서 도징링을 분리하고 탬핑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제대로 해보련다.
추출
다이얼을 에스프레소로 맞추고 포터필터를 머신에 꽉 결착한 후 OK 버튼을 누르면 추출이 시작된다. 포터필터가 바텀리스가 아니라 추출 상태를 직접 볼 순 없지만 스파웃에서 나오는 흐름은 꽤 준수했다.
에스프레소 한 잔, 롱블랙 한 잔을 만들었는데, 에스프레소는 다소 쓴맛이 있었지만 첫 추출 치고 괜찮았다. 롱블랙은 물을 많이 타서 연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장단점 정리
장점
▶ 작고 이쁜 디자인: 주방에 놓기 딱 좋은 디자인
▶ 초보자 친화적: 메뉴와 온도 그리고 추출량이 모두 자동 설정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직관적 인터페이스: 다이얼과 버튼이 명확해서 설명서 없이도 조작 가능.
▶ 전용 도징링: 분쇄 및 탬핑을 깔끔하게 할 수 있어 편리하다.
▶ 기본 구성품 풍성: 탬퍼, 도징링, 받침대 등 필수 아이템이 기본 제공된다.
단점
▶ 변수 조정 한계: 온도는 3단계, 추출량/시간은 메뉴마다 고정. 세밀한 조정 불가.
▶ 포터필터 호환성 제로: 51mm 드롱기 전용이라 다른 머신과 공유 불가.
▶ 바텀리스 아님: 추출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
▶ 세팅 후 재미 감소 가능: 조작이 간단한 만큼 금방 익숙해지는데 세밀한 조절이 안돼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기본 정보
▶ 소비전력: 1450W
▶ 크기(mm): 285(W), 364(D), 400(H)
▶ 무게: 8.8kg
▶ 물탱크 용량: 1.5L
▶ 원두 컨테이너 용량: 180g
▶ 펌프 압력: 15 bar
드롱기 라스페셜리스타 아르떼(La Specialista ARTE) 반자동 커피 머신은 커피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맛있는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기기다. 세밀한 조작 없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물론 가격이 70만 원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지도 많아 고민될 것이다. 커피 추출을 너무 고민하고 싶지 않고 반자동의 멋을 누리고 싶다면 꽤 괜찮은 선택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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