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ffee/Review

수동 그라인더 끝판왕 코만단테 MK4 사용기: 드립 커피 맛이 바뀐다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1. 5.

안녕, 오늘은 아주 개인적이고도 찐한 후기를 써보려 한다. 바로 코만단테 MK4 수동 그라인더 사용기. 수동 그라인더를 한두 개 써본 사람이라면 이 이름에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르겠다. 명품이란 말은 너무 흔하고 과장된 수식 같지만 이건 좀 다르다. 쓰는 순간 왜 코만단테인지 알게 된다.

노란 테이블 위에 코만단테 그라인더 원두 보관통 그리고 설명서가 놓여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

 


'굳이 필요할까?'에서 '이거였어!'로

사실 코만단테를 선물 받기 전까지 알리발 2만 원대 수동 그라인더와 카플라노 크라인더(Cafflano Krinder)를 사용했었다. 야외에서 간단하게 드립 할 때 쓰는 수준. 집에서는 바라짜 엔코로 드립을 말코닉 X54로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자주 쓰지 않는데 굳이 고가의 수동 그라인더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늘 있었다.

 

그런데 생일날 아내가 코만단테 MK4를 선물했다. 이미 10~20만 원대 수동 그라인더로 갈 바엔 그냥 코만단테로 직행하자는 생각은 했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던 제품이었다. 결국 고민은 시간만 낭비였다.

코만단테 박스도 멋있다. 언박싱한 모습 안에 바디 핸들 그리고 원두 보관통이 들어있다.
코만단테 언박싱

 

선물 받고 첫 사용 지는 무주 티롤 호텔. 1박 2일 여행지에서의 첫 사용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스키장이 보이는 창문 앞에 그라인더가 놓여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

 

 

어? 이렇게 잘 갈려도 되나?

처음 사용한 인상은...? 너무 잘 갈린다. 그전까지 쓰던 그라인더 보다 훨씬 힘이 들지 않았다. 코만단테는 부드럽게 돌아갔다. 물론 핸드드립 기준이지만. 분쇄감이 경쾌하고 돌아가는 저항이 적다. 바디가 넉넉해서 원두도 넉넉히 담긴다. 기존 그라인더에선 20g이 겨우 들어갔는데 코만단테는 여유롭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정확히 측정하진 않았음), 그 모든 과정을 상쇄할 만큼 만족스러운 분쇄 결과였다.

우드 테이블 위에 컵과 그라인더 그리고 드립포트가 올려져 있다.
호텔에서 사용한 추출 도구들

 

그리고 추출.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이게 그 원두였다고?

집에서 마시던 볼리비아 원두 어제까지 그냥저냥 한 맛이었다. 드립은 항상 엔코로 분쇄해서 내렸고 솔직히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무주에서 코만단테로 갈아 오리가미 드리퍼로 내리니 전혀 다른 커피가 됐다. 쓴맛은 하나도 없었고 향미는 다채로웠다. 산미가 과하지 않게 올라왔고 그동안 놓치고 있던 풍미가 느껴졌다.

스키장이 보이는 창문 앞 와인잔에 커피가 담겨있다.
와인잔에 추출한 커피

 

그날 이후, 집에서도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코만단테로 드립 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코만단테 MK4, 왜 다들 최고라고 하는지 알겠다

잠깐 제품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받은 건 MK4 모델이다. 이전 MK3 대비 바디는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원두 투입구가 넓어져 끼임이 줄었고 원두 받이 병이 트라이탄 소재로 바뀌어 더 가볍고 튼튼해졌다. 손잡이는 독일산 오크 나무를 그대로 살렸고 내부엔 니트로 블레이드 버(Nitro Blade burr)가 들어가 있다.

 

이 니트로 블레이드는 그냥 멋져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진짜 성능이 뛰어나다. 고경도 합금강으로 만든 이 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덕분에 미분 발생이 적고, 분쇄도가 고르게 나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분쇄도 조절은 40단계까지 가능해서 에스프레소부터 프렌치프레스까지 다 커버할 수 있다. 다만 클릭 수를 기억하거나 세팅해 두는 게 번거롭긴 하다. (이걸 왜 안 바꾸는지 잘 모르겠다.)

 

 

단점도 있다, 물론

코만단테는 찬양만 하긴 어렵다. 단점도 있다.

생각보다 무겁다. 휴대용이라고 하기엔 백팩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분쇄 시간이 길다. 20~25g 기준으로 꽤나 시간이 소요된다. 연속 사용하면 손목 아플 수도 있다.

가격. 거의 30만 원대 중후반. 감성이고 뭐고 돈이 있어야 산다.

크랭크 캡이 플라스틱이라 잘 깨진다는데 이건 내구성에서 좀 아쉽다.

 분쇄도 조절이 번거롭다. 클릭 수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단점들조차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면 용서가 된다. 진심으로.

 

 

코만단테를 쓸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내가 그랬다. '굳이?' 하면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써보고 나서야 '이거였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코만단테가 마법처럼 모든 커피를 환상적으로 바꿔주는 건 아니다. 원두, 물, 추출 방식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핵심 장비 중 그라인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카페 맛이 안 나는 이유가 원두 때문이 아니라 그라인더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제품. 코만단테는 그런 장비다. 감성과 성능을 동시에 챙기고 싶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가볼 만한 선택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