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식 드리퍼를 이야기할 때 항상 함께 언급되는 두 드리퍼가 있다. 미스터 클레버와 하리오 스위치. 두 드리퍼 모두 ‘추출 일관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그 일관성에 도달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래서 이 둘을 상·하위 개념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떤 성향의 추출을 원하는지에 따라 선택지가 갈린다고 봐야 한다.

목차
커피를 추출하다 보면 같은 원두와 같은 레시피를 사용했는데도 결과가 달라지는 날이 반복된다. 원두나 물온도뿐만 아니라 추출 도구가 허용하는 변수의 범위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침출식 드리퍼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기술 차이를 줄이고 시간과 비율이라는 두 변수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출식 드리퍼?
침출식 드리퍼는 커피와 물이 일정 시간 함께 머무르며 추출되는 구조다. 물을 붓는 속도나 붓는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다. 퍼콜레이션(여과) 기반 드리퍼보다 결과가 안정적인 이유다. 다만 침출이라는 방식 자체가 추출을 설계하기보다는 허용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도구에 따라 개입 가능 범위가 달라진다. 미스터 클레버와 하리오 스위치의 차이도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
미스터 클레버가 만들어내는 안정성
미스터 클레버는 칼리타 드리퍼처럼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는 드리퍼다.

클레버는 침출식 드리퍼의 전형에 가장 가까운 도구다. 커피와 물을 넣고 기다린 뒤, 컵 위에 올리는 순간 추출이 시작된다. 사용자는 추출 도중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이 단순함이 클레버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트라이탄 소재를 사용해 열 손실이 적고 예열이 거의 필요 없다. 준비 과정이 간단하고 손잡이가 있어 편리하다. 일정량 이상의 커피를 안정적으로 뽑아내기에 적합하다. 컨디션에 따라 결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입문자에게 추천되기도 하고 카페에서는 테이스팅용 추출 도구로 자주 활용된다.
맛의 인상은 둥글고 안정적이다. 바디감은 충분하지만 과하지 않고 향은 넓게 퍼진다. 원두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정리해 주는 쪽이다. 다크 로스트나 고소한 성향의 커피에서 실패 확률이 낮다.
다만 구조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필터 아래쪽 드리퍼 공간에 고이는 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 소량 도징에 불리하다. 물과 커피의 실제 접촉 비율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원두 10g, 물 100ml 같은 소량 추출에서는 의도보다 연한 커피가 추출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기능 위주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리오 스위치가 가진 제어력
하리오 스위치는 V60 드리퍼에 밸브를 결합한 구조다.

스위치를 닫으면 침출, 열면 퍼콜레이션이 된다. 이 두 가지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침출과 드립을 자유롭게 오가며 레시피를 설계할 수 있다.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면 열리는 구조라 헷갈릴 수 있다.


유리 재질 특성상 예열이 필수다. 하지만 변색이나 냄새 걱정이 없는 건 장점이다. 무엇보다 클레버처럼 고이는 물의 양이 매우 적어 소량 추출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침출이 가능하다.
맛의 성향은 선명하다. 침출을 하더라도 윤곽이 흐려지지 않고 바디는 단단하게 모인다. 같은 침출식이라도 클레버보다 밀도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조작 방법(침출과 여과 사용 빈도)이 다양한 만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사용에서 체감되는 차이
두 도구를 번갈아 사용해 보면 성격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스터 클레버는 ‘항상 평균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주는 도구다. 바쁜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큰 실수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리오 스위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도구’다. 같은 원두라도 침출 비중과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사용자의 판단과 집중도가 결과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향 표현에서는 클레버가 확산형, 스위치는 집중형에 가깝다. 바디감은 스위치 쪽이 더 단단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고 추출 속도 역시 스위치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미스터 클레버 레시피 2개
1) 클레버 안정형: 매일 먹는 밸런스 ( 침출)
- 원두/물: 20g / 300g (1:15)
- 분쇄: 중간~중간 굵음(푸어오버보다 굵게)
- 물온도: 91–93℃
- 필터 린싱: 충분히(종이 냄새 제거 중요)
추출 순서
- (0:00) 클레버에 물 300g 먼저 붓기(열 손실 줄고 과추출 방지)
- 원두 20g 넣고 가볍게 1회 저어(10초 이내)
- (0:30) 표면 정리용으로 살짝 흔들기(스월 1회)
- (2:00) 컵/서버 위에 올려 배출 시작
- (2:40–3:20) 배출 완료
맛 조절
- 밍밍 → 분쇄 조금 더 곱게 또는 침출 +15초
- 텁텁 → 분쇄 조금 굵게 또는 물온도 1~2℃
2) 클레버 개성형: 단맛·바디는 살리고, 텁텁함은 억제 (스텝 침출)
- 원두/물: 22g / 330g (1:15)
- 분쇄: 안정형보다 살짝 더 굵게
- 물온도: 90–92℃ (과추출 억제)
- 포인트: 긴 침출 = 텁텁을 피하려고 짧게 2 스텝
추출 순서
- (0:00) 물 200g 먼저 + 원두 22g 투입
- (0:10) 짧게 1회 저어(5초)
- (1:10) 남은 물을 330g까지 붓고 스월 1회
- (2:00) 컵/서버에 올려 배출
- (2:40–3:30) 완료
맛 조절
- 바디 부족 → 1) 스텝 1 물을 220g로 늘리거나, 3)에서 스월 1회 추가
- 쓴맛 → 물온도 1~2℃ 또는 4) 배출을 1:50에 시작
하리오 스위치 레시피 2개
1) 스위치 안정형: “클린 + 단맛 균형” (침출 중심)
- 원두/물: 20g / 300g (1:15)
- 분쇄: 중간(푸어오버보다 약간 굵게)
- 물온도: 92–94℃
- 필터 린싱: 충분히
- 스위치: 닫고 시작
추출 순서
- (0:00) 원두 넣고 60g 붓고 5초 정도 가볍게 흔들어 전부 적심
- (0:20) 나머지 물을 300g까지 한 번에(또는 2번에 나눠) 붓기
- 1:45까지 침출 유지(뚜껑/받침 있으면 덮어도 좋음)
- (1:45) 스위치 열고 배출
- 총 시간 2:30–3:10 안에 끝나면 좋음
맛 조절
- 시큼/얇음 → 침출 +15초 또는 물온도 +1℃
- 텁텁/쓴맛 → 침출 15초 또는 분쇄 조금 굵게
2) 스위치 개성형: 향·산미 레이어 + 끝맛은 깔끔 (하이브리드)
- 원두/물: 18g / 288g (1:16)
- 분쇄: V60 기준보다 반 칸 굵게
- 물온도: 93–95℃
- 스위치: 초반 열고, 중간 닫고
추출 순서
- (0:00) 스위치 열기(푸어오버) → 50g 붓고 30초 뜸
- (0:30) 120g까지 천천히 붓기(중앙 위주)
- (0:55) 스위치 닫기 → 220g까지 붓고 가볍게 1회 스월
- (1:25) 288g까지 붓고 그대로 침출
- (2:00) 스위치 열고 배출
- 총 시간 2:40–3:20
맛 조절
- 향은 좋은데 날카로움 → 닫고 침출 구간 +10~20초
- 단맛이 부족 → 3)에서 스월을 1번 더(과하면 텁텁해짐)
선택의 기준은?
간단함과 안정성을 우선한다면 미스터 클레버가 잘 맞는다. 커피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고 항상 비슷한 결과를 원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도구다.
이미 드립에 익숙하고 침출을 활용해 추출을 설계해보고 싶다면 하리오 스위치가 더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같은 원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명 매력적이다.
미스터 클레버와 하리오 스위치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성향이 다른 선택지다. 하나는 일관성을 다른 하나는 제어력을 중심에 둔다. 어떤 도구가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나의 커피 생활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구는 결국 커피를 더 편하게 혹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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