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 시리즈 2편에서는 생두의 물리적 조건에 집중해 볼까 해요. 커피의 향미와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단순히 생두의 품종이나 프로세싱 방식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생두의 수분, 색상, 밀도, 크기, 결점두 비율 등 물리적 특성 하나하나가 커피 품질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단순히 '좋은 생두'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복합적인 기준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생두 보는 안목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거예요.
수확 시기와 휴지 기간
커피를 연중 아무 때나 수확하지 않죠. 국가나 지역 혹은 기후와 고도에 따라 정해진 수확 시기가 있다. 수확 후 경과 시기가 적을수록 로스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생두가 언제 수확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수확 이후 바로 생두를 가공하지 않는다는 것. 휴지기(resting period)를 거친 다는 것이다.
생두 유형 | 수확 후 경과 기관 | 특징 |
New Crop | 1년 미만 | 향미와 신선도가 가장 우수함 |
Past Crop | 1~2년 | 향미 점차 저하, 플레이버 둔화 |
Old Crop | 2년 이상 | 건조하고 우디한 향 발생 가능 |
☞ 휴지기는 일반적으로 파치먼트 상태로 2~3개월을 유지한다. 이 시간은 생두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수분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략할 경우 향미 불균형이나 수분 불안정을 가져오며 로스팅 시 결점 발생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수분
생두 수분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10~12% 사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수분 함량 | 품질에 주는 영향 |
14~15% 이상 | 곰팡이, 변색, 수분활성도 높아져 보관 중 문제 발생 가능 |
10~12% | 이상적 수치, 로스팅 시 안정적인 반응 |
8~9% 이하 | 지나치게 건조, 향미 성분 증발, 로스팅 시 탈 가능성 증가 |
☞ 수분 측정 방법: Moisture Meter를 이용해 3회 이상 측정 후 평균값을 구한다. 단순히 육안으로 표면을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문 측정기기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색상
육안으로 생두 색만 봐도 어느 정도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청록색일수록 그리고 균일한 색을 띨수록 건강한 생두라 볼 수 있죠.
색상 | 의미 |
청록색(Blue-Green) | 가장 이상적인 상태 |
녹색(Greenish) | 일반적인 상태 |
황록색(Yellow-Green) | 산화 가능성 있음 |
노란색(Yellowish) | 미성숙, 손상 가능성 |
검정색(Blackish) | 병충해, 곰팡이 등 결점 가능성 높음 |
☞ 색이 고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어두운 경우 반드시 결점두 점검이 필요하다. 조명에 따라 왜곡될 수 있으니 자연광에서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밀도
생두 밀도는 '열을 얼마나 빨리 전달받느냐' 즉 '열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의 기준이 된다. 밀도가 높을수록 천천히 균일하게 로스팅된다.
밀도(g/l) | 등급 | 특징 |
751~800 | 매우 높음 | 고도 높은 지역에서 재배, 향미 우수 |
701~750 | 높음 | 일반적 스페셜티 커피 수준 |
651~700 | 중간 | 상업용 생두 다수 포함 |
650 이하 | 낮음 | 빠른 열 반응, 로스팅 불균형 가능성 |
☞ Shade Grown 커피는 천천히 자라 밀도가 높고 Sun Grown 커피는 빠르게 자라 밀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 Shade Grown 커피: 나무 그늘 아래서 천천히 재배하는 방법, Sun Grownd 커피: 직사광선 아래서 재배하는 방법
크기(Screen Size): 로스팅 균일성의 기초
생두는 스크린 사이즈로 측정한다. 1 스크린 = 약 0.4mm. 생두 크기가 다르면 열 반응 속도도 다르다. 같은 배치 내(한 번에 로스팅하는) 생두 간 품질 편차가 생길 수 있다.
크기 | 스크린 사이즈 | 예시 |
작음 | 13~15 | |
중간 | 16~18 | 인도 Plantation A (16) |
큼 | 19 이상 | 케냐 AA (18 이상) |
☞ 크기가 고른 생두는 가공 과정이 정교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균일한 로스팅을 하기 위해서는 생두 크기가 고를수록 좋다.
결점두
결점두는 말 그대로 결점 있는 생두다. 외형이 이상하거나 병충해 흔적이 있거나 곰팡이나 썩은 냄새가 나는 녀석들까지 포함된다. 이런 생두는 단 하나만 섞여 있어도 향미를 흐리고 전체 퀄리티를 망친다. 커피는 생각보다 예민해서 이런 결점 하나하나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로스터라면 결점두를 무조건 걸러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 Specialty Coffee Association)는 생두 등급을 체계적 나눈다. 그 기준은 바로 '결점두 비율'. 생두 350g을 기준으로 만든 룰이다.
(1) 생두 350g 중 결점두 비율
- SCA는 350g 샘플을 기준으로 결점두 검사
- 육안 검사를 진행 결점의 종류와 수량을 기록
- 각 결점마다 다른 등가점수를 가지고 최종 평가
(2) 1차 결점 (Primary Defects): 한 알만 있어도 스페셜티 탈락
이건 그냥 '쟤는 커피가 아니다' 수준의 결점이다. 향미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컵 점수에 치명적이다.
유형 | 설명 |
Full Black | 전체가 검게 변색. 과발효·병충해가 원인. 쓴맛과 화학적 향미 유발 |
Full Sour | 냄새가 시큼하고 전체 변색. 썩음·과발효로 인한 불쾌한 신맛 유발 |
Dried Cherry/Pod | 껍질이나 마른 체리 잔존. 가공 실패로 향미 훼손 |
Fungus Damaged | 곰팡이로 손상. 곰팡이 향과 이취 발생 |
Severe Insect Damaged | 벌레 피해 심각. 구멍이 뚫리고 미생물 오염 위험 |
Foreign Matter | 돌, 나무, 플라스틱 등 이물질 혼입. 로스팅 안전에 위협 |
☞ 이 중 하나라도 350g 안에 들어있으면 스페셜티 등급 탈락
(3) 2차 결점 (Secondary Defects): 많으면 문제
커피 향미에 악영향을 주지만 1차 결점에 비해 주는 영향은 약한 요인. 스페셜티는 5점 이내여야 한다.
유형 | 항목 |
Partial Black | 부분 변색. 경미한 발효 문제 |
Partial Sour | 부분적으로 신맛이 나는 발효 흔적 |
Floater | 밀도 낮고 내부 비어 있음. 불균일한 로스팅 원인 |
Broken/Chipped | 깨지거나 부러진 생두. 열 반응 불균형 유발 |
Immature/Unripe | 미성숙 생두. 밝은색 '퀘이커' 발생 |
Shell | 속이 빈 껍데기형 생두. 품질 낮음 |
Parchment/Husk | 껍질 남아 있는 생두. 가공 미흡의 증거 |
☞ 이 결점들은 개수로 환산되는 게 아니라 '등가점수'로 환산된다. Floater 5개는 1점, Broken 3개는 1점… 이런 식으로 5점까지 허용되는 거다.
(4) 생두 등급 기준 요약
등급 | 기준 |
스페셜티(Specialty Grade) | 1차 결점 0개, 2차 결점 5점 이하 |
커머셜(Commercial/Exchange Grade) | 결점 많지만 23점 이하 허용 |
하위 등급(Off Grade) | 결점 과다. 상업적 가치도 낮음 |
스페셜티 등급의 경우 결점두 점수로만 선정되지 않는다. 컵 점수 80점 이상, 균일한 크기와 색상, 이물질 없음, 특유의 향미 보존까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결점 없는 생두는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일 뿐이다.
지금까지 생두의 물리적 조건이 로스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로스팅의 요소들이 변하면 커피 품질도 변한다. 즉, 생두의 물리적 조건이 커피 품질을 좌우한다는 거다. 이번 글을 통해 커피를 보는 시선이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세싱 방식에 따른 향미 차이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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