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만난 생두, 진짜 커피가 되다
드디어 ‘불’이다. 로스팅 시리즈를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이라면 생두가 얼마나 중요한지 프로세싱이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 잘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생두가 진짜 커피로 변하는 순간은 불을 만났을 때다. 모든 생두 스펙 - 품종, 밀도, 수분 등-이 본색을 드러내는 시간. 바로 로스팅이다. 오늘은 로스팅이 뭔지 그리고 그걸 실제로 가능하게 해주는 로스터는 어떤 구조인지 이야기해 보자.
로스팅이란?
로스팅은 생두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로스터에 생두를 넣고 볶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학과 물리 그리고 감각이 함께 하는 복합 예술이다. 그래서, 좋은 로스터는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열의 반응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생두가 열을 받으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알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람.
로스팅의 세 가지 반응
반응 종류 | 결과 |
열의 작용 | 향미 성분 생김 (플레이버, 아로마) |
물리적 반응 | 팽창, 색 변화, 무게 감소 |
화학적 반응 | 마이야르 반응, 캐러멜화 등 |
☞ 마이야르 반응? 고기 굽는 그 반응 맞다.
커피도 고기처럼 갈색이 될수록 맛이 살아난다. 하지만 '언제까지' 볶을지가 문제다.
로스팅에 정답은 없다
'가장 좋은 로스팅은 뭔가요?' 하지만 이 질문엔 정답이 없다. 왜?
⊙ 생두가 다르고
⊙ 장비가 다르고
⊙ 사람의 입맛이 다르고
⊙ 로스터의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과일향을 원하고 누군가는 쓴맛이 강한 커피를 원한다. 결국 좋은 로스팅은 스타일이자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터의 대부분은 로스팅 후 QC(품질 관리)를 한다.
'볶고 → 마셔보고 → 또 볶고'
이 과정이 쌓이면, 내 취향이 나만의 스타일이 된다.
로스팅 변수, 뭐가 그렇게 많은가?
로스팅을 할 땐 의외로 많은 걸 조절해야 한다. 온도만 올리면 되는 게 아니다. 각 변수들이 플레이버를 어떻게 바꾸는지 알고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변수 | 설명 |
배치 사이즈 | 한 번에 볶는 양. 양이 많으면 열 전달 느림 |
드럼 스피드 | 로스터기 내부에서 생두를 굴리는 속도. 빠르면 균일하지만 충격 큼 |
열량 (BTU/h) | 불의 세기. LPG, LNG에 따라도 다름 |
열전달 방식 | 직화냐, 열풍이냐, 복사열이냐 |
에어온도/빈온도 | 내부 공기 온도 & 생두 자체 온도 |
로스팅 시간/레벨 | 전체 진행 시간과 어느 단계까지 볶았느냐 |
쿨링 시간 | 로스팅 후 얼른 식혀주는 시간. 향 고정에 중요 |
각 변수들도 정답이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기 때문.
⊙ 드럼 스피드를 높이면 빠르게 열이 전달되지만 생두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 열량이 세면 짧은 시간만에 로스팅이 완료되지만 안쪽은 덜 익고 겉만 탄다.
☞ 로스터는 이런 걸 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하는 사람이다.
로스터기 구조, 커피 맛을 바꾸는 하드웨어
이제 기계 얘기를 해보자. 바리스타들이 머신에 집착하듯 로스터도 '내 로스터기'에 진심이다.
로스터는 단순히 생두를 돌려 볶는 기계가 아니다.
불을 어떻게 줄지, 어디로 줄지, 어떻게 식힐지를 설계한 장치다.
로스터 구조 (직화 로스터기)
중요한 부품만 간단히 짚어보자.
⊙ 사이클론(Cyclone): 연기, 실버스킨 같은 이물질을 쓸어내는 집진기
⊙ 씨로코 팬(Sirocco Fan): 강풍을 일으켜 배기 및 쿨링 다 맡는 공기 흐름 담당
⊙ ET 센서: 드럼에서 나오는 공기 온도 측정기.
⊙ 배기관(Exhaust Pipe): 열기, 냄새, 수분 등 안 좋은 건 밖으로 내보내는 통로.
⊙ 드럼 챔버(Drum Chamber): 생두가 불을 맞는 진짜 로스팅 공간.
⊙ BT 센서: 생두 실제 온도 체크하는 가장 중요한 센서.
⊙ 쿨러(Cooler): 로스팅 직후 뜨거운 원두를 식혀주는 빠른 냉각 장치.
⊙ 버너(Burner): 불맛을 담당하는 열원. 가스든 전기든, 핵심은 열 제어.
⊙ 호퍼(Hopper): 생두를 미리 담아두는 깔때기형 투입구.
열원으로 인해 온도가 상승한 공기가 드럼 한 면의 타공을 타고 드럼 체임버 내부로 들어감. 드럼 체임버 내부 생두와 뜨거운 공기가 만나 생두에 열이 전달됨. 이후 뜨거운 공기는 배기관을 빠져나간 뒤 사이클론에서 에어로졸과 실버스킨 등이 집진됨. 이후 덕트로 배기. 즉, 이 각각의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열을 만들고 → 전달하고 → 배출하고 → 식히는 과정 진행.
로스터기의 종류
열전달 방식에 따른 분류
방식 | 특징 |
직화 | 불꽃이 직접 드럼에 닿음. 바디감 강하지만 탄맛 발생 위험 높음 |
열풍 | 뜨거운 공기로 익힘. 플레이버 균일, 컨트롤 쉬움 |
반열풍 | 직화와 열풍의 중간 형태, 원두가 열에 균일하게 노출되어 안정적 로스팅아 기능 |
열원에 따른 분류
⊙ 가스 열원: LPG, LNG 등 가스를 연료로 열을 발생. 직화식이나 반열풍식에 많이 쓰임
⊙ 전기 열원: 전기 히터 등이 열원이며 최근 전기 열원을 사용하는 로스터기가 늘어남
⊙ 적외선 로스터: 세라믹 히터로 열복사. 향미 밸런스 좋고, 단맛 표현력 높음.
⊙ 플루이드 베드: 뜨거운 공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로스터기 중 열풍으로 생두를 띄워서 로스팅. 클린컵 뛰어나지만 무게감 약함.
⊙ 숯, 장작 등: 숯이나 나무 등 전통 연로로 불을 지펴 열을 전달하는 방식. 수작업 위주에 간혹 사용됨. 특유의 풍미가 장점이나 관리와 제어가 힘듦
같은 생두라도 로스터기 구조에 따라 향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로스터기를 고른다는 건 맛의 스타일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로스팅과 로스터기 구조에 대해 알아봤다. 이제 커피 한 잔에 들어간 결정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였을 거다. 생두를 고르는 일 프로세싱을 이해하는 일 그리고 불 앞에서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를 정하는 일. 좋은 커피는 절대 운 좋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로스터는 철저히 설계된 불 위에서 맛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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