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커피 덕후로서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첫 로스팅의 기억이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다 보면 언젠가는 생두를 사서 직접 볶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고 결국 그 욕망을 참지 못하고 제네카페 로스터기 CBR-301을 사서 직접 도전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참한 실패였다. 하지만 그 실패가 내게 커피를 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줬다.
첫 번째 로스팅: 기대는 높았고 결과는
처음엔 꽤나 야심 찼다. 여러 로스터기 중에 제네카페 CBR-301을 구매했다. 앱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열풍식이라 비교적 온도도 안정적이라는 평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투명 유리 드럼이라 생두의 색이 변하는 걸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로스터기가 집에 도착한 날 이제 나도 로스터다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처음 로스팅하는 거라 비싼 생두는 부담. 로스터기 구매 시 사은품으로 제공된 1kg 생두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다. 품종도 산지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미지의 익명 원두였기 때문.
처음 도전은 250g. 유튜브에서 본 대로 260도에 15분 세팅하고 시작했다. 10분 45초쯤 어렴풋이 무슨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게 진짜 1차 크랙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게 망조의 시작이었다. 1차 크랙이 지났는지 아리송해하며 컬러만 보고 13분 13초에 로스팅을 종료했다. 색은 미디엄 라이트.
바로 분쇄한 원두의 향은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추출해 마셔보니 입 안 가득한 쓴맛이 올라왔다. 강배전의 기분 좋은 탄맛이 아닌 진짜 탄 맛... 겉만 봤을 땐 그럴싸했지만 원두를 쪼개보니 속이 꺼멓게 탔더라.
두 번째 로스팅: 태우지 않으리라.
첫 실패의 충격이 컸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이번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같은 1차와 같은 양 같은 온도로 진행하되 빨리 배출하기로 했다. 로스팅을 시작하고 11분 30초쯤 1차 크랙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배출했다. 1차 크랙 소리는 긴가민가 했고 빈 컬러가 1차보다 연 연할 때 끝낸 것이다.
결과는? 너무 덜 익어서 떫고 텁텁했다. 이번에도 마실 수 없는 수준이었다. 참담했다. 오히려 더 허탈했다. 그냥 버튼만 눌러서 완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생두와 지식의 문제
멘붕 상태에서 떠난 강릉 여행 중 들른 로스터리 카페에서 사장님이 말했다.
생두가 제일 중요해요.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생두 아니면 답 안 나와요.
그 말이 뼈를 때렸다. 그래, 바로 이 익명의 생두가 로스팅 실패의 한 몫했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내용도 모르는 나를 보며 로스팅에 대하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로스팅이란 게 단순히 온도 맞추고 시간만 재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로스팅은 과학이자 예술이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로스팅 이론서도 몇 권 샀고 생두도 직접 고르고 프로파일도 다시 짰다. 책을 읽으면서 로스팅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두의 특성과 화학반응 그리고 시간과 온도를 조화롭게 설계하는 과학적인 작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동시에 크랙 소리나 냄새 그리고 색 변화 등을 통해 미묘한 신호를 읽어내는 감각적인 예술영역이기도 했다.
초반 실패한 생두 2kg은 결국 전량 폐기했다 이후 도전에서야 비로소 '이건 좀 마실만하다' 싶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실패는 값진 수업료였다.
지금까지 제네카페 로스터기 CBR 301 로스팅 도전기였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로스팅 입문을 고민 중이라면 꼭 말해주고 싶다. 생두는 적어도 정보가 명확한 것으로 구매하자. 장비보다 이론 공부가 먼저다. 실패는 필연이다. 도전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배우자. 이제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의 시선으로도 커피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선의 시작은 실패한 첫 로스팅이었다. 다음엔 내 입맛에 꼭 맞는 로스팅 포인트를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로스팅 이론에 관한 글로 이어갈 생각이다.
로스팅 관련 글 더보기
'Coffee > roas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로스팅의 기본 개념: 로스팅의 의미와 로스팅 단계 (0) | 2025.07.02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