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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Tour/Local Cafe Tour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의 스페셜티 커피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6. 9.

태안에서 만난 인상적인 로스터리 카페 한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름부터 '태안 커피집'. 지명을 써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지만 막상 가보면 '여기가 맞나?' 싶은 묘하게 자리 잡은 곳이다. 태안이나 안면도 여행 중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찾고 있다면 이곳을 주목하자.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
카페 내부


잘못 왔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 태안 시내 외곽 잠깐 커피 한잔 하려던 참에 들른 이곳. 내비게이션을 따라간 끝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박속 낙지탕' 간판이 크게 걸린 식당. '어라, 잘못 왔나?' 싶은 순간. 입간판 위 작게 쓰인'태안 커피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맞다. 여기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입간판
외부 입간판: 박속 낙지탕 위로 태안 커피집 간판이 보인다.

 

'잘못 왔나?'라는 생각을 거둔 뒤 건물을 보면 2층에 '여운이 남는 커피'라는 글귀도 발견할 수 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밖에 없는 태안 커피집.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전면
정말 카페가 있나 싶은 외관, 태안 커피집은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카페 입구는 1층 식당과 공유한다. 신발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인데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식당의 부속 공간' 같다. 참고로 이곳은 '노 키즈존'이다. 내부에 안전 펜스 없이 로스터기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2층 계단
1층 공통 현관을 거쳐 신발을 벗고 2층 카페로

 

2층을 올라가는 벽면에 붙인 포스터나 사진들은 2층 카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2층 올라가는 중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

 

반전 매력

2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1층에서 봤던 풍경은 잊힌다. 바닥과 가구는 우드 그리고 벽면은 노출 콘크리트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꽤 감각적이다. 테이블도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여유롭다. 거기에 슬리퍼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집처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카페 내부
입구에서 좌측 내부

 

중간중간 놓인 화분들은 카페의 우드톤과 잘 어울린다. 트렌드 하지도 않지만 예스럽지도 않다. 그냥 어울린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화장실
화분

 

직접 직화로 로스팅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로스팅을 한다는 거다. 카페 한편에 로스팅기가 놓여 있는데 사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후지 로열 12년식 모델로 직화식 로스터기다. 최근 트렌드는 열풍식 혹은 반열풍식이지만 이곳은 묵직한 향과 스모키 한 풍미를 강조하는 직화식을 고수한다. 사장님의 말투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로스터기
후지로열 로스터기

 

한쪽에는 로스팅 전 생두들이 놓여있었다. 생두들이 진열된 모습을 보며 문득 로스터리와 카페 중 어느 쪽이 수익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마침 방문 당시 손님이 없어 사장님께 직접 여쭤봤다. 의외로 사장님은 카페가 로스터리보다 더 많은 수익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서 '6년째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데 그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냐'며 되물었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생두
생두들

 

 

취향에 맞춰 원두 추천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대략 14종. 흥미로운 건 메뉴판에 원두 정보가 따로 없다는 것. 내 커피 취향을 말하면 어울리는 원두를 추천해 준단다. 번거롭지만 더 '내 취향'에 가까운 커피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사장님은 바리스타이자 큐그레이더이자 그리고 커피 심리상담사(?) 같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원두 메뉴를 고정화시키면 팔리지 않은 원두는 낭비가 되기 때문. 사장님은 새 원두 패키지에서 핸드 드립에 사용할 원두를 꺼내 썼다. 그리고 원두를 꺼낸  패키지는 다시 실링 처리했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메뉴판
메뉴판

 

나는 케냐 AA 아이스커피 직접 선택. 아내는 산미가 적고 고소한 콜롬비아 게이샤 핀카를 추천받았다. 두 원두 모두 예상을 깨고 ‘강배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장님은 보통 칼리타 드리퍼로 추출한다고 했다. 하리오는 너무 추출 속도가 빨라 싫다고.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칼리타
콜롬비아 게이샤 핀카

 

 

픽업대 뒤를 보니 여러 드리퍼들이 보였다. 그중에 융 드리퍼가 눈에 띄었다. '강배전 원두면 융 드리퍼로 추출가능한지 물어봤다. 사장님은 흔쾌히 가능하다고 했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픽업대
카운터 및 픽업대 뒤에 보이는 다양한 추출 도구들

 

사장님은 하리오 더블 스테인리스 카츠야 드리퍼를 꺼내며 융 대신 이걸로 추출하겠다고 하셨다. '융과 비슷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라고 말이다. 솔직히 융과 비슷한 메쉬 드리퍼라는 설명이 믿어지진 않았다. 다만, 처음 실물로 본 거라 이 드리퍼로 최종 결정.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케냐 AA
하리오 더블 스테인리스 카츠야 버전 드리퍼

 

쓴 맛이 없는 커피

실제로 받아 든 커피는 쓴맛이 없었다. 강배전인데도. 그렇다고 농도가 연하진 않았다. 초반 추출부만 사용했는지 과도한 타격감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누군가는 이걸 ‘밍밍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분명 의도된 방향성이다. 쓴맛은 줄이고 풍미는 남긴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케냐 AA와 콜롬비아 게이샤 핀카
주문한 커피들

 

커피를 다 마실 즈음엔 사장님이 서비스로 아이스커피를 한 잔 더 내어주셨다. '무슨 원두인지 맞혀보라'는 장난기 가득한 미션과 함께. 결과는 실패. 여러 원두가 섞인 블렌드 원두였고 그중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태안 카페 소개: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_서비스_아이스 아메리카노
서비스로 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태안 커피집’은 로스팅부터 추출 방식 그리고 커피를 내어주는 방식까지 사장님의 철학이 느껴진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고수하는 카페. 누군가에겐 낯설 수 있지만 커피를 오래 좋아한 사람이라면 그 매력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태안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바다 뷰 카페 대신, 로스터리 카페 ‘태안 커피집’에서 여운이 남는 스페셜티 커피 한 잔 마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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