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배전 원두로 연하게 추출한 노르딕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푸글렌 서울(Fuglen Seoul)에 다녀왔습니다. 노르딕 커피는 처음이었는데 지금까지 마셔봤던 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노르딕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상수역 카페 푸글렌 서울(Fuglen Seoul) 방문기 시작하겠습니다.
노르딕 커피
푸글렌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본점을 둔 1963년 설립된 커피 체인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24년 10월 상수역에 1호점이 오픈했습니다. 푸글렌은 노르웨이어로 새를 뜻한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소통하는 Pika 문화가 있습니다. 피카는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문화로 피카를 업무시간에 포함시킨 회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약배전 원두로 연하게 추출하는 노르딕 커피는 스페셜커피의 확산과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셔야 하는 피카 문화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푸글렌은 노르웨이 커피 체인점답게 이러한 노르딕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스타벅스나 블루 보틀과 다른 새로운 맛과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커피와 칵테일
푸글렌의 또 다른 차이점 하나는 저녁 6시부터 칵테일바가 된다는 것입니다. 칵테일바답게 영업시간이 꽤나 깁니다. 평일은 08:00 ~ 23:00이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다음날 새벽 02:00까지 연장됩니다. 음료를 제조하는 곳에 커피원두와 함께 각종 주류들이 함께 있습니다.
독특한 대기 시스템
오후 2시 반쯤 푸글렌에 도착했습니다. 안에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직원 한 명이 테이크아웃을 할 것인지 카페 내에서 마실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안에서 마실 거라 이야기했더니 가지고 있던 종이에 뭔가를 썼습니다. 이름을 물어보거나 대기표를 주거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대기 순서가 4번째이니 안으로 들어가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밖이 추워서 안에서 대기를 시키는 듯했습니다. 저희 뒤로 온 팀을 보니 테이크 아웃은 줄을 서서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저희와 마찬가지로 카페 내에서 마시고 싶다는 고객이 들어왔습니다. 직원은 대기를 4팀까지 밖에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민하던 그 고객은 밖으로 나갔습니다.
좌석에 앉아 있던 고객 한 팀이 나가고 저희보다 앞 순위 대기 고객을 좌석으로 안내했습니다. 이후 카페에 들어온 고객은 대기 명단에 올려주었습니다. 직원이 별도 시스템 없이 대기 중인 네 팀을 기억으로 안내하는 듯했습니다. 얼핏 직원원이 가지고 있는 대기 명단을 보니 고객의 특징이 쓰여있었습니다.
북유럽 인테리어
들어오는 입구에는 메뉴표가 놓여 있었습니다. 안쪽 주문받는 곳에 메뉴판이 따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아도 됐습니다.
구옥 단독주택을 개조한 듯한 푸글렌 내부는 목재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목재와 벽에 걸린 액자들이 북유럽 인테리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넓지 않은 공간 대비 사람들이 많아 편하게 카페 자체를 즐길 수는 없었습니다.
한쪽에는 판매 중인 원두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향 할 수 있는 분쇄된 원두가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습니다. 가격대는 200g에 3만 원 초중반대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대였습니다.
바(Bar)와 창가 그리고 내부
고객이 앉을 장소는 크게 세 부분이었습니다. 주문과 음료를 만드는 곳에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바리스타들의 움직임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카페 안쪽 구옥의 방벽을 터서 만든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카페 내 가장 큰 테이블로 세 팀이 합석하는 자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창가에 일자로 배치된 좌석입니다.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카페 자체가 크지 않아 좌석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옥상에 야외 좌석이 있었지만 지금 계절에는 추워서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에스프레소와 에어로프레스
15분 정도 대기 후 직원이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이후 커피를 주문받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6시 이후 칵테일바가 되는 곳답게 커피 및 칵테일 메뉴판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바레이션 음료는 브라질 원두를 사용했으며, 필터(FILTERED DRIP COFFEE)는 원두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커피 음료는 3,000원(에스프레소 싱글)에서부터 7,900원(카페모카 아이스)까지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핸드 브루 커피는 따뜻한 음료만 가능했으며 푸어오버가 아닌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했습니다.
칵테일은 1만 원 후반대부터 2만 원대까지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 아이리쉬 커피와 같은 커피가 들어간 칵테일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조 현장
핸드 브루 커피(Hand Brew Coffee)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샤케라토 라테(Shakerato Latte)를 주문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핸드 브루 커피는 에어로프레소로 추출해 주었습니다. 보통 카페들이 에스프레소 머신과 핸드 드립(드리퍼+드립포트)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하는 공간이 매우 비좁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주문량이 많지 않은 듯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하면 바리스타의 역량이 아주 많이 반영되지 않아 좋을 듯했습니다. 레시피대로 커피 분쇄도, 물양, 시간만 잘 맞추면 일관성 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샤케라토 라테는 커피, 샤케, 얼음 등을 칵테일 셰이커에 넣고 혼합했습니다. 바리스타라고 불러야 할지 바텐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직원이 열심히 셰이커를 흔든 뒤 잔에 따라주었습니다.
색다른 경험
에스프레소, 에어로프레소, 셰이커로 만든 각각의 음료모두 연하지만 산미 있는 커피였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제외하고는 산미도 도드라지게 치고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핸드 브루 커피는 과테말라 원두로 추출한 커피였습니다. 노트가 붉은 과일의 산뜻함과 초콜릿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감촉이라고 적힌 원두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연한 커피였지만 티라이크 같은 커피보다는 질감이 있는 듯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내렸기 때문에 핸드 드립보다 질감이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산미는 매우 은은했습니다. 초반에 톡 쏘는 산미를 좋아한다면 산미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커피가 식을수록 산미가 올라왔습니다. 또한, 초콜릿의 달콤함이 중배전(혹은 그 이상의 배전도를 가진) 원두에서 나는 달콤함과는 달랐습니다. 역시 은은하게 단맛이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향과 맛이었습니다.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정도의 산미도 싫을 것 같고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산미가 약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푸글렌만의 뉘앙스가 있는 커피였습니다. 장점으로는 몇 잔을 마셔도 괜찮을 농도였고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가 확실하지 않은 커피였습니다.
세 잔의 커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에스프레소였습니다. 강배전의 쓴 맛이 거의 없고, 산미가 너무 찌를 듯해 부담스럽지 않을 농도였습니다. (물론, 산미 있는 커피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설탕 없이 훅 들이켜도 괜찮은 에스프레소였습니다.
샤케라토 라테는 알코올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커피도 알코올을 뚫고 나올 정도의 존재감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조화가 좋고 나쁘게 말하면 애매했습니다. 이 음료만의 매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았던 것은 셰이커를 흔들어서 생긴 거품의 질감 좋았습니다. 또한, 마실수록 알코올이 잘 느껴졌습니다.
푸글렌에서 마신 핸드 브루 커피나 샤케라토 라테는 은은했습니다. 강한 타격감으로 첫 입에 자기 캐릭터를 보여주진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자극적인 커피로 단련된 입맛 때문에 애매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푸글렌만의 은은한 매력이 다가올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약배전 원두로 은은하게 추출한 노르딕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상수역 카페, 푸글렌 서울(Fuglen Seoul) 방문 후기였습니다. 산미 있고 진하지 않은 커피에 대해 별로라고 생각하는 분들과 이게 매력이라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노르딕 커피는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하지만 자기의 색깔을 간직한 커피가 새로운 취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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