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렸다. 단 8g으로. 너무 연할 것 같다. 너무 연해 커피를 마시는 느낌조차 안나는 거 아냐? 조금은 의심스럽다. 마셔본 사람만 안다. 맑고 깔끔하다. 티라이크하다. 아침에 딱이다. 오늘은 원두를 소량만 쓰고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려 한다. 이른바 8g 레시피와 13g 레시피. 홈카페에서 원두를 아끼고 남은 잔량까지 알뜰하게 활용하기에 최고다. (유튜브 채널 정인성의 커피 생활 참고)
왜 소량 레시피인가?
원두가 비싸졌다. 스페셜티 커피는 더하다. 200g에 4 ~5만 원은 기본이다. 20g씩 쓰면 열 잔이면 끝이다. 아쉽다. 커피를 내리다 보면 애매하게 남는 원두가 생긴다. 10g도 안 돼 혹은 15g은 모자란 그런 애매한 순간. 이럴 때 오늘 소개하는 이 레시피들이 답이다. 원두 가격에 따라 남은 양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딱 맞게 골라 쓰면 된다.
8g 레시피: 티라이크, 미니멀리스트의 커피
8g. 숫자만 봐도 작다. 하지만 추출 과정을 지켜보면 신기하다. 조금밖에 안 넣었는데 제법 커피 향이 올라온다.
8g 레시피 주의사항: 작은 양일수록 섬세하게
8g은 양이 적다. 그렇기에 한 방에 무너질 위험도 크다. 그래서 조금은 더 예민하게. 13g 레시피에도 적용하면 좋다. 크게 세 가지를 기억하자.
1. 보통 핸드 드립보다 곱게 분쇄
2. 온도 유지에 신경 쓸 것
3. 천천히 그리고 가늘게
⊙ 충분한 예열
드리퍼, 서버, 주전자까지. 뜨거운 물을 아끼지 말고 흘려라. 온도가 떨어지면 추출력이 감소해 밍밍해질 수 있다. 필터 린싱도 필수.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 추출 간 온도 유지
적은 원두를 사용할 때 주의할 것 중 하나는 뜨거운 물을 붓는 사이에도 주전자 끝은 식는다는 것. 추출 직전, 살짝 물을 흘려주어 주전자 끝까지 다시 데우는 게 포인트다.
⊙ 물줄기는 가늘게
물줄기를 굵고 빠르게 부으면 커피 교반이 많이 일어난다. 또, 바이패스(물이 커피를 통과하지 않고 물만 내려가는 현상)도. 해결은 천천히 그리고 가늘게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 드립은 느리게
커피가 충분히 추출될 시간을 줘야 한다. 빨리 부으면 그냥 물 맛만 날 수 있다. 천천히 부으면 적은 양에서도 풍부한 향과 맛을 추출할 수 있다.
☞ 8g은 예민하다. 하지만 성공하면 감동도 크다.
준비물
- 하리오 V60 01.
- 저울.
- 96도의 물.
- 원두 8g(분쇄 830 ± 50㎛)
추출 순서
1. 원두 분쇄. 약 830㎛.
2. 25~30g의 물로 뜸 들이기. 45초 기다린다.
3. 타이머 45초. 이제 본 추출. 누적 150g까지 원푸어로 추출한다.
이때, 누적 90g까지는 서클 푸어
이후 센터 푸어로 추출
5. 총 150g까지. 1분 40초~2분 10초 안에 추출이 완료되었다면 잘 된 것임.
완성된 양은 약 130g 정도. 커피라기보다 홍차 같다. 하지만 분명 커피다.
깔끔하고 가볍고 산뜻하다.
시작 시간 | Pour (누적 Pour) | 비고 | |
00:00 | 25 ~ 30g | 뜸 들이기 | |
00:45 | 60 ~ 65g (90g) | 원푸어 | 서클 푸어 |
60g (150g) | 센터 푸어 | ||
01:40 ~ 02:10 |
* | 종료 |
13g 레시피: 적당히 아끼고, 적당히 풍부하게
이번엔 13g. 8g이 미니멀리스트의 커피라면 13g은 실속파의 커피다. 아끼면서도 맛을 놓치지 않는다.
준비물
- 하리오 스위치. (없어도 된다. 하리오 V60, 칼리타 멜리타 다 된다.)
- 원두 13g. 분쇄도 900~1000㎛.
- 물 210g. 92도.
과정
역시 린싱을 잘해야 한다. 스위치 Off 상태로 뜨거운 물로 린싱하고 좀 대기
1. 스위치를 on 한 뒤 린싱한 물을 버린다. 이후 물 50g 물로 뜸을 들인다. 이때, 스위치는 Off
2. 25초가 지나면 스위치 열고 60g(총 110g) 푸어
3. 누적 1분이 되면 50g 추가(총 160g)
4. 누적 1분 30초가 되면 마지막 50g(총 210g) Pour
5. 총 2분 10초 ~ 2분 50초. 마무리.
맛은 밸런스가 좋다. 라이트 로스트면 산미가 살아나고 다크 로스트면 바디감이 안정된다.
소량 추출이지만 하루의 표준 레시피로 쓰기 충분하다.
시작 시간 | Pour(누적 Pour) | 스위치 |
00:00 | 50g | OFF |
00:25 | 60g (110g) | ON |
01:00 | 50g (160g) | ON |
01:30 | 50g (210g) | ON |
02:10 ~02:50 |
* | OFF 마무리 |
공통점: 소량이지만 충분하다
8g이든 13g이든 이 레시피의 본질은 같다. 소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 원두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 집에 남은 잔량이 애매할 때.
⊙ 한 잔만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
이럴 때 딱 맞는 해법이다. 홈카페를 꾸려도 매일 20g을 쓰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8g, 13g이라면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커피는 여유의 음료. 하지만 원두값이 계속 상승하는 이때 효율도 필요하다. 8g 레시피와 13g 레시피는 소량 추출의 미학이다. 남은 원두를 활용하고 가격 부담도 줄이고 그럼에도 맛은 지켜낸다. 원두를 아끼는 가장 똑똑한 방법이다. 8g만 사용해도 13g이어도 충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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