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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Common Sense

가향 커피란? 원두에 향을 입히는 법, 향 종류부터 스페셜티 논란까지 총정리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0. 15.

커피에 향을 입힌다고? 

커피에서 아몬드 향이 난다. 커피 노트로 느껴지는 아몬드 향이 아닌 진짜 아몬드 향이 난다. 아몬드 바닐라 시럽을 넣은 적도 없는데 이렇게 진한 아몬드 향이 나단. 잠깐만. 커피가 이래도 되는 거야? 오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향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알고 보면 재밌고 마셔보면 또 생각 많아지는 영역이니까. 그럼 시작해 보자. 향기롭게.

초록색 옷을 입은 여자가 커피 잔을 들고 커피 향을 맡고 있다.
커피의 향을 즐기는 중

 


가향 커피란 무엇인가

정의와 기본 개념

가향 커피는 말 그대로 '향을 입힌 커피'다. 말장난이 아니다. 생두나 원두에 딸기, 바닐라, 초콜릿, 아몬드 등 인위적인 향을 더해 만든 커피를 말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발효 과정에서 향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도 있고 로스팅 후 향료를 첨가할 수도 있다. 맛보다는 향의 화려함이 먼저 느껴지는 커피다. 오히려 입문자에겐 쉬운 커피지만 업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비자 반응과 업계 논쟁

일반 소비자 반응은 단순하다. '와, 이게 커피야? 딸기잼 같아!' 마시는 내내 향에 집중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 하지만 스페셜티 업계는 고개를 젓는다. '향은 커피 본연의 떼루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커피의 진짜 맛에 대한 철학적(?) 충돌이다. 

 

가향 커피의 제조 방식

무산소 발효 방식

가장 주목받는 방식 중 하나가 무산소 발효다. 이름 그대로 산소가 차단된 탱크에서 발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미생물 활동이 향기를 만들어낸다. 한 병의 와인을 빚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가향 커피의 경우 탱크에 발효 시 바나나, 오렌지 껍질, 패션프룻, 시나몬, 꽃, 허브 등의 천연 향료를 함께 넣는다. 원두에 향이 베어 들게 한다고나 할까. 

둥근 원 6개 안에 01 부터 06번까지 순서가 들어가 있다.
무산소 발효 공정

 

로스팅 후 향료 첨가 방식

더 쉽고 빠른 방식도 있다. 로스팅한 원두에 액상 혹은 분말 형태의 향료를 뿌리는 방법이다. 상업용 커피에서 흔히 쓰이고 미국식 커피 브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향료로는 헤이즐럿, 바닐라, 캐러멜 등이 있다. 일부에서는 식품 첨가물로 보기도 한다.

 

 

가향 커피의 대표 향 종류

과일 계열

가장 흔하면서도 다양한 향이다. 복숭아, 리치, 파인애플, 수박 등. 심지어 딸기잼, 사과잼 같은 느낌까지 구현된다. 그 중심엔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이 있다. (엘파라이소 리치 생두가 이 농장의 대표 생두. 하지만 이 생두는 엄밀히 말해 가향 원두라고는 할 수 없다. 인위적 합성 향료를 첨가하지 않고 자연 발효 과정 중 독특한 향미가 형성된 것) 무산소 발효 + 미생물 활용해 자연적 과일 향이 나게 한다. 마시면 디저트보다 더 디저트 같다.

커피 나무 사이에 FInca El Paraise라고 쓰인 팻말이 있다.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커피 농장

 

견과류 및 스파이시 계열

헤이즐넛이나 캐러멜 마끼아또를 좋아한다면 이 가향 커피가 맞을 수 있다. 견과의 고소함과 계피, 생강, 정향 같은 따뜻한 향이 어우러져 가을 느낌이 강하다. 스파이스 라인은 크리스마스 한정판 같기도 하다. 가을 및 겨울에 인기가 많다. 라테와의 조합도 꽤나 어울린다. 

 

달콤한 계열 및 기타

여기부터는 커피라기보단 디저트다. 바닐라, 초콜릿, 아이리시 크림, 럼 숙성 향까지. 특별한 날에 마시는 기분 좋은 향기의 커피다. 커피 초보자도 쉽게 마실 수 있는 계열.

 

 

향의 정체: 어떤 성분이 향을 만드는가

과일향의 과학적 성분

향은 여러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특정 성분이 들어있으면 어떤 과일을 떠올리게 된다.

⊙ 감마 - 데카락톤 → 복숭아, 리치

⊙ 알데하이드, 테르펜 → 신선한 과일 향

⊙ 시트릭산, 말산 → 상큼한 산미 연출

 

견과류 및 스파이스 계열 성분

커피에 담긴 고소한 향은 대부분 방향족 화합물에서 나온다. 스파이시 계열은 에센셜 오일 때문인 경우가 많다.

⊙ 방향족 화합물 → 고소하고 고급스러운 향

⊙ 에센셜 오일 → 계피, 정향, 생강 등 따뜻한 향

⊙ 커피보다는 티 향기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

 

 

스페셜티 커피와의 충돌 혹은 공존

스페셜티 기준에 대한 도전

스페셜티 커피는 원산지, 품종, 고도, 재배 환경 같은 떼루아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가향 커피는 그 위에 '향'을 덧입힌다. 커피 본연의 이야기를 가리게 된다는 시선도 있다. '진짜 맛'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

 

상업적 성공과 소비자 확장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르다. 가향 커피는 사람들의 입문용 커피로 안성맞춤이다. 심지어 COE(커피 품평 대회)에서 입상한 가향 커피도 있다. 초보자에게는 입문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향도 예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도 생겨나고 있다.


가향 커피는 커피다. 하지만 동시에 디저트라고 할 수도 있다. 마시는 순간 커피의 또 다른 문을 열게 된다. 어떤 이는 진짜 커피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이 향 덕분에 커피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마신 커피에서는 어떤 향이었나? 다음 한 모금은 조금 더 의도적으로 향을 느껴보길... 진짜 맛은 어쩌면 그 향 뒤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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