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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Common Sense

커피 필터, 종류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종이, 금속, 천(융) 필터 비교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9. 8.

여러 가지가 드리퍼가 있듯 필터도 다양하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필터를 골라도 되지만 기왕이면 필터별 특성은 알고 쓰는 게 좋겠지. 대부분 핸드 드립은 종이 필터를 사용한다. 종이 필터 덕분에 깔끔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필터 하나로 완전 다른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브루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피 필터의 종류와 특징을 정리해 봤다. 커피맛은 어떻게 다르고 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자.

노란색 바닥에 세 개의 드리퍼 위쪽에 메탈 드리퍼 아래 왼쪽 흰색 필터 우측 노란색 종이 필터가 위치
메탈(상), 종이 표백 필터(좌하), 조이 비표백 필터(우하)


필터가 중요한 이유

브루잉은 커피 성분을 물에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크게 두 가지가 추출된다.

가용성 성분: 산, 당, 카페인 → 물에 잘 녹음. 산미, 단맛, 쓴맛 형성

불용성 성분: 오일, 미분 → 걸러내느냐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바디 및 질감 결정

 

☞ 필터는 컵 안에 어떤 성분을 남기고 어떤 성분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맛의 문지기인 셈.

 

 

종이 필터: 흔하지만 가장 섬세하다

대부분이 제일 먼저 접하는 필터.  얇은 종이 한 장으로 커피를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장점

⊙ 오일과 미분을 거의 걸러내 맑고 클린 한 컵 완성

⊙ 산미가 또렷하고 향미가 잘 살아남

⊙ 일회용이라 관리가 편하다

 

단점

⊙ 오일이 빠져 바디감은 약해짐

⊙ 린싱을 안 하면 종이 맛이 커피에 스며들 수 있음

 

린싱은 왜 필요할까?

종이에는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리그닌과 펄프가 남아 있다. 이게 뜨거운 물에 닿으면 잡맛과 냄새를 낼 수 있죠. 추출 전에 뜨거운 물로 필터를 린싱하면 이 성분이 제거된다. 덤으로 필터가 드리퍼에 밀착돼 추출 안정성까지 좋아진다.

 

표백 vs 비표백, 무슨 차이?

표백 필터는 산소계 표백으로 하얗고 냄새가 적습니다. 흰색 필터가 표백된 필터다.

비표백 필터는 갈색으로 친환경 느낌을 주지만 펄프 냄새가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린싱만 잘하면 맛 차이는 거의 없다는 사실. 취향과 이미지 문제일 뿐이다.

 

노란색 바닥에 흰색 종이 필터, 마름모 모양
흰색 표백 필터
1/4 원형 황색 필터가 보인다. 노란색 바닥에 올려져 있다.
황색 비표백 필터

 

☞ 향미가 화려한 에티오피아와 케냐 같은 원두에 종이 필터가 찰떡궁합.

 

 

금속 필터: 오일까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금속 필터. 첫 모금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종이 필터로 없앤 오일이 여기엔 남아있기 때문.

노란색 바닥에 메탈 드리퍼가 올려져 있다.
다이소 메탈 필터

⊙ 장점

⊙ 오일 풍미가 진하게 남아 두터운 바디감

⊙ 풍부하고 강렬한 질감

⊙ 경제적 (반영구 사용 가능)

 

⊙ 단점

⊙ 미분이 섞여 컵이 탁하고 텁텁할 수 있음

⊙ 세척 관리 소홀하면 오일이 산패해 잡미 발생

 

관리가 핵심이다

금속 필터는 관리 난도가 높다. 물로 헹구는 걸로는 부족하다.

⊙ 매번 사용 후 뜨거운 물로 세척

⊙ 주기적으로 중성세제나 베이킹소다로 세척

⊙ 오일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말리기

☞ 관리를 잘 못 하면 커피는 금방 기름 냄새가 섞여버립니다.

 

원두 궁합

금속 필터는 오일이 많은 원두와 잘 맞는다.

만델링, 브라질 같은 묵직한 원두

내추럴 가공 원두

중, 강배전 원두

 

이런 원두일수록 오일 풍미를 살려주니 제 맛이 난다. 산미가 매력인 약배전 원두를 금속 필터로 내리면 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 '커피는 무조건 진해야 한다'면 금속 필터가 답.

 

※ 메탈 필터(메탈 드리퍼)를 사용한 커피 추출 레시피 알아보기

 

 

천(융) 필터: 종이와 금속 사이의 균형

일본 전통 사이폰 커피에 많이 쓰였던 천 필터. 종이와 금속의 중간쯤 되는 성격입니다.

물줄기 조절 밸브를 장착한 드립포트로 융 필터에 물을 부어하고 있다. 융필터에는 커피 파우더가 들어있다.

 

장점

⊙ 오일은 적당히 통과시키고 미분은 걸러서 부드럽고 풍부한 맛

⊙ 종이보다 진하고 금속보다 깔끔한 중간 맛

 

⊙ 단점

⊙ 세척과 보관이 까다롭다

⊙ 관리 소홀하면 지난 커피 맛이 남는다

 

관리가 까다로운 이유

천은 섬유라서 세제를 쓰면 안 된다. 섬유에 성분이 남아 커피 맛을 망치기 때문. 그래서 무조건 물로만 세척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 후에는 젖은 상태로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냉장이나 냉동 보관을 해야 하는 이유다. 또 오래 쓰다 보면 기름기와 색이 배어 찝찝해지죠. 그럴 땐 끓는 물에 삶아주면 된다. 

 

☞ 과테말라, 콜롬비아 같은 밸런스 좋은 원두가 융 필터와 잘 맞는다. 

 

융 필터(융 드리퍼)를 사용한 추출 레시피 알아보기

 

 

모양도 중요하다 – 원뿔형 vs 플랫 바텀

필터는 재질뿐 아니라 모양도 맛을 좌우합니다.

원뿔형 (콘형, V60)

⊙ 물줄기가 한 점으로 모여 풍미가 깊고 복합적

⊙ 물줄기 컨트롤에 따라 맛이 크게 변해서 초보자에겐 난이도 있음

 

플랫 바텀 (바스켓형, 칼리타 웨이브)

⊙ 바닥이 평평해 추출 속도가 일정

⊙ 안정적인 맛을 내고 초보자가 쓰기에 유리

 

나한테 맞는 필터는?

종이 필터 → 깔끔하고 산뜻하다. 관리 쉽다. 하지만 바디감은 약하다.

금속 필터 → 묵직하고 강렬하다. 관리가 어렵지만 오일 풍미는 최고.

천 필터 → 부드럽고 균형 잡혔다. 하지만 관리가 귀찮다.

모양 → 원뿔형은 숙련자에게 플랫 바텀은 초보자에게 유리하다.

 


결국 정답은 없다. 역시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산뜻한 게 좋은 날엔 종이, 진득한 게 당길 땐 금속, 중간 어딘가가 그리울 땐 융. 필터만 바꿔도 같은 원두로 전혀 다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커피는 디테일이 맛을 바꿉니다. 이번 주말엔 같은 원두를 세 가지 필터로 각각 내려보세요. 인생 원두와 딱 맞는 필터를 만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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