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가 드리퍼가 있듯 필터도 다양하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필터를 골라도 되지만 기왕이면 필터별 특성은 알고 쓰는 게 좋겠지. 대부분 핸드 드립은 종이 필터를 사용한다. 종이 필터 덕분에 깔끔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필터 하나로 완전 다른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브루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피 필터의 종류와 특징을 정리해 봤다. 커피맛은 어떻게 다르고 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자.
필터가 중요한 이유
브루잉은 커피 성분을 물에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크게 두 가지가 추출된다.
⊙ 가용성 성분: 산, 당, 카페인 → 물에 잘 녹음. 산미, 단맛, 쓴맛 형성
⊙ 불용성 성분: 오일, 미분 → 걸러내느냐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바디 및 질감 결정
☞ 필터는 컵 안에 어떤 성분을 남기고 어떤 성분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맛의 문지기인 셈.
종이 필터: 흔하지만 가장 섬세하다
대부분이 제일 먼저 접하는 필터. 얇은 종이 한 장으로 커피를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장점
⊙ 오일과 미분을 거의 걸러내 맑고 클린 한 컵 완성
⊙ 산미가 또렷하고 향미가 잘 살아남
⊙ 일회용이라 관리가 편하다
단점
⊙ 오일이 빠져 바디감은 약해짐
⊙ 린싱을 안 하면 종이 맛이 커피에 스며들 수 있음
린싱은 왜 필요할까?
종이에는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리그닌과 펄프가 남아 있다. 이게 뜨거운 물에 닿으면 잡맛과 냄새를 낼 수 있죠. 추출 전에 뜨거운 물로 필터를 린싱하면 이 성분이 제거된다. 덤으로 필터가 드리퍼에 밀착돼 추출 안정성까지 좋아진다.
표백 vs 비표백, 무슨 차이?
⊙ 표백 필터는 산소계 표백으로 하얗고 냄새가 적습니다. 흰색 필터가 표백된 필터다.
⊙ 비표백 필터는 갈색으로 친환경 느낌을 주지만 펄프 냄새가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린싱만 잘하면 맛 차이는 거의 없다는 사실. 취향과 이미지 문제일 뿐이다.
☞ 향미가 화려한 에티오피아와 케냐 같은 원두에 종이 필터가 찰떡궁합.
금속 필터: 오일까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금속 필터. 첫 모금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종이 필터로 없앤 오일이 여기엔 남아있기 때문.
⊙ 장점
⊙ 오일 풍미가 진하게 남아 두터운 바디감
⊙ 풍부하고 강렬한 질감
⊙ 경제적 (반영구 사용 가능)
⊙ 단점
⊙ 미분이 섞여 컵이 탁하고 텁텁할 수 있음
⊙ 세척 관리 소홀하면 오일이 산패해 잡미 발생
관리가 핵심이다
금속 필터는 관리 난도가 높다. 물로 헹구는 걸로는 부족하다.
⊙ 매번 사용 후 뜨거운 물로 세척
⊙ 주기적으로 중성세제나 베이킹소다로 세척
⊙ 오일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말리기
☞ 관리를 잘 못 하면 커피는 금방 기름 냄새가 섞여버립니다.
원두 궁합
금속 필터는 오일이 많은 원두와 잘 맞는다.
⊙ 만델링, 브라질 같은 묵직한 원두
⊙ 내추럴 가공 원두
⊙ 중, 강배전 원두
이런 원두일수록 오일 풍미를 살려주니 제 맛이 난다. 산미가 매력인 약배전 원두를 금속 필터로 내리면 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 '커피는 무조건 진해야 한다'면 금속 필터가 답.
※ 메탈 필터(메탈 드리퍼)를 사용한 커피 추출 레시피 알아보기
천(융) 필터: 종이와 금속 사이의 균형
일본 전통 사이폰 커피에 많이 쓰였던 천 필터. 종이와 금속의 중간쯤 되는 성격입니다.
장점
⊙ 오일은 적당히 통과시키고 미분은 걸러서 부드럽고 풍부한 맛
⊙ 종이보다 진하고 금속보다 깔끔한 중간 맛
⊙ 단점
⊙ 세척과 보관이 까다롭다
⊙ 관리 소홀하면 지난 커피 맛이 남는다
관리가 까다로운 이유
천은 섬유라서 세제를 쓰면 안 된다. 섬유에 성분이 남아 커피 맛을 망치기 때문. 그래서 무조건 물로만 세척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 후에는 젖은 상태로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냉장이나 냉동 보관을 해야 하는 이유다. 또 오래 쓰다 보면 기름기와 색이 배어 찝찝해지죠. 그럴 땐 끓는 물에 삶아주면 된다.
☞ 과테말라, 콜롬비아 같은 밸런스 좋은 원두가 융 필터와 잘 맞는다.
※ 융 필터(융 드리퍼)를 사용한 추출 레시피 알아보기
모양도 중요하다 – 원뿔형 vs 플랫 바텀
필터는 재질뿐 아니라 모양도 맛을 좌우합니다.
원뿔형 (콘형, V60)
⊙ 물줄기가 한 점으로 모여 풍미가 깊고 복합적
⊙ 물줄기 컨트롤에 따라 맛이 크게 변해서 초보자에겐 난이도 있음
플랫 바텀 (바스켓형, 칼리타 웨이브)
⊙ 바닥이 평평해 추출 속도가 일정
⊙ 안정적인 맛을 내고 초보자가 쓰기에 유리
나한테 맞는 필터는?
⊙ 종이 필터 → 깔끔하고 산뜻하다. 관리 쉽다. 하지만 바디감은 약하다.
⊙ 금속 필터 → 묵직하고 강렬하다. 관리가 어렵지만 오일 풍미는 최고.
⊙ 천 필터 → 부드럽고 균형 잡혔다. 하지만 관리가 귀찮다.
⊙ 모양 → 원뿔형은 숙련자에게 플랫 바텀은 초보자에게 유리하다.
결국 정답은 없다. 역시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산뜻한 게 좋은 날엔 종이, 진득한 게 당길 땐 금속, 중간 어딘가가 그리울 땐 융. 필터만 바꿔도 같은 원두로 전혀 다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커피는 디테일이 맛을 바꿉니다. 이번 주말엔 같은 원두를 세 가지 필터로 각각 내려보세요. 인생 원두와 딱 맞는 필터를 만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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