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다 녹차 아닌가’라고 묻는 친구 한 명쯤은 있지? 사실 나도 그런 줄 알았어. 알고 보면 이 작은 찻잎이 겪는 인생도 굉장히 드라마틱하더라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백차가 되고 어떤 이는 발효에 발효를 거듭하다가 흑차가 되고. 정말이지 같은 찻잎인데 걷는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냐고.
오늘은 찻잎이 어떤 삶을 살아야 백차가 되고 또 어떤 굴곡을 겪어야 흑차가 되는지 알려줄게. 같은 잎인데 전혀 다른 운명. 차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백차부터 흑차까지: 찻잎의 여섯 가지 인생
찻잎이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다른 차가 된다. 이름도 생소한 '황차'부터 익숙한 '홍차'까지. 차는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① 백차 (白茶)
찻잎을 거의 손대지 않고 그냥 말린 차다. 발효도 거의 안 시킨다. 살짝 시들게만 해서 햇볕 아래 말린다. 그래서 맛이 부드럽고 은은하다. 찻잎 위에 흰 솜털 같은 게 보이면 제대로 만든 백차다.
② 녹차 (綠茶)
가장 익숙한 차다. 찻잎을 찌거나 덖어서 산화를 막고 푸릇한 맛과 향을 살린다. 온도에 예민해서 물이 너무 뜨거우면 쓰기만 하다. 대우리나라의 우전, 일본의 센차, 중국의 용정차 등이 이에 속한다.
③ 황차 (黃茶)
이건 녹차와 백차의 중간쯤 되는 차다. 살짝 산화를 유도해 쓴맛은 줄이고 단맛과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드물고 귀해서 찾기 어렵지만 그만큼 맛의 깊이가 있다.
④ 청차 (靑茶, 우롱차)
'반쯤 산화된 차'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다. 찻잎 가장자리만 살짝 갈색으로 익히고 안쪽은 초록색으로 남긴다. 발효도 하고 볶기도 하고 손이 참 많이 간다. 덕분에 향은 꽃향기, 맛은 고소함 그리고 여운은 길다.
⑤ 홍차 (紅茶)
이건 본격적으로 산화시킨 차다. 찻잎이 완전히 산화돼 붉은빛을 띠고 맛은 진하고 묵직하다. 우리가 티백으로 자주 마시는 그 ‘블랙티’가 바로 이거다. 인도의 다즐링이나 아삼이 유명하다.
⑥ 흑차 (黑茶)
이제는 발효를 넘어서 후발효까지 간다. 숙성시키고, 오래 두고 마시는 거의 와인급 차다. 대표는 보이차. 짙고 깊고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묵은 김치처럼 숙성이 생명이다.
찻잎을 갈라놓은 결정적 요인: 발효의 정도
앞서 보듯 찻잎 인생은 발효가 갈랐다. 즉, 산소와 얼마나 어울렸느냐에 따라 맛과 향, 색이 달라진다.
⊙ 비산화차 - 백차, 녹차 : 거의 산화되지 않은 찻잎. 가볍고 섬세하다.
⊙ 부분산화차 - 청차(우롱차) : 반쯤 산화. 꽃향기, 견과류 향 등 복합적인 풍미.
⊙ 산화차 - 홍차 : 완전 산화. 맛이 깊고, 색은 붉다.
⊙ 후 발효차 - 흑차(보이차) : 발효 이후에도 숙성.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
☞ 이걸 한눈에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 봤다.
발효 정도 | 차 종류 | 특징 |
0~10% | 백차, 녹차 | 은은하고 부드러움, 연한 색 |
10~70% | 청차 | 향이 풍부하고 다채로움 |
80~100% | 홍차 | 진하고 무게감 있는 맛 |
후발효 | 흑차 | 숙성 향미, 묵직하고 깊음 |
우림 온도와 시간: 차는 뜨겁다고 다 맛있는 게 아니다
차는 끓이는 게 아니라 우려내는 거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종류 | 물 온도 | 우림 | 특징 |
백차 | 80~85℃ | 3~5분 | 은은하고 맑음 |
녹차 | 70~80℃ | 1~2분 | 신선하고 쌉싸름 |
황차 | 75~85℃ | 3~4분 | 부드럽고 달큰 |
청차 | 85~95℃ | 2~4분 | 향기롭고 고소 |
홍차 | 90~100℃ | 3~5분 | 진하고 구수 |
흑차 | 95~100℃ | 3~7분 | 깊고 묵직 |
☞ 너무 오래 우리면 떫고 쓰기만 하니 시간을 꼭 지키자. 차한테도 예의는 필요하다.
어디서 왔느냐도 중요하다: 주요 산지의 개성
찻잎이 자란 땅도 맛을 바꾼다. 아래 지역들 기억해 두자. 차 좀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때 써먹기 좋다.
⊙ 중국 – 백차, 황차, 보이차의 고향. 안후이, 복건, 운남 성이 대표.
⊙ 대만 – 고산 우롱차, 동방미인 같은 향수 같은 차들.
⊙ 일본 – 녹차의 본가. 센차, 마차, 교쿠로 등 섬세한 맛의 끝판왕.
⊙ 인도 – 홍차의 천국. 다즐링, 아삼, 닐기리까지 모두 이곳에서.
⊙ 스리랑카 – ‘실론 티’로 유명. 깔끔하고 가벼운 홍차.
⊙ 한국 – 하동, 보성의 전통 발효차. 은근한 단맛과 고소함.
차 좀 아는 척, 해보고 싶다면?
찻잎은 하나인데 백차가 되기도 하고 흑차가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든 건 발효와 시간, 장소 그리고 손길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녹차 주세요보단 ‘후 발효차 한 잔’이라고 말해보자. 약간 있어 보이지 않나? 뭐 아니라면 말고... 그렇다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냥 찻잎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그걸 음미하면서 마셔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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