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a

같은 찻잎, 전혀 다른 인생: 차의 6대 분류와 발효의 비밀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9. 13.

차는 다 녹차 아닌가’라고 묻는 친구 한 명쯤은 있지? 사실 나도 그런 줄 알았어. 알고 보면 이 작은 찻잎이 겪는 인생도 굉장히 드라마틱하더라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백차가 되고 어떤 이는 발효에 발효를 거듭하다가 흑차가 되고. 정말이지 같은 찻잎인데 걷는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냐고.

 

오늘은 찻잎이 어떤 삶을 살아야 백차가 되고 또 어떤 굴곡을 겪어야 흑차가 되는지 알려줄게. 같은 잎인데 전혀 다른 운명. 차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차밭 배경에서 개완에 차를 우리는 사람. 개완과 찻잔 그리고 손이 보인다. 차판에는 작은 도자기 인형이 있다.
차의 6대 분류와 발효의 비밀

 


백차부터 흑차까지: 찻잎의 여섯 가지 인생

찻잎이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다른 차가 된다.  이름도 생소한 '황차'부터 익숙한 '홍차'까지. 차는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위 아래 3개씩 총 6개 원 안에 백차, 녹차, 황차(위쪽 왼쪽 부터), 청차, 홍차, 흑차(아래 왼쪽부터) 사진이 있다.
6가지 차의 종류

 

① 백차 (白茶)

찻잎을 거의 손대지 않고 그냥 말린 차다. 발효도 거의 안 시킨다. 살짝 시들게만 해서 햇볕 아래 말린다. 그래서 맛이 부드럽고 은은하다. 찻잎 위에 흰 솜털 같은 게 보이면 제대로 만든 백차다.

 

② 녹차 (綠茶)

가장 익숙한 차다. 찻잎을 찌거나 덖어서 산화를 막고 푸릇한 맛과 향을 살린다. 온도에 예민해서 물이 너무 뜨거우면 쓰기만 하다. 대우리나라의 우전, 일본의 센차, 중국의 용정차 등이 이에 속한다.

 

③ 황차 (黃茶)

이건 녹차와 백차의 중간쯤 되는 차다. 살짝 산화를 유도해 쓴맛은 줄이고 단맛과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드물고 귀해서 찾기 어렵지만 그만큼 맛의 깊이가 있다.

 

④ 청차 (靑茶, 우롱차)

'반쯤 산화된 차'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다. 찻잎 가장자리만 살짝 갈색으로 익히고 안쪽은 초록색으로 남긴다. 발효도 하고 볶기도 하고 손이 참 많이 간다. 덕분에 향은 꽃향기, 맛은 고소함 그리고 여운은 길다.

 

⑤ 홍차 (紅茶)

이건 본격적으로 산화시킨 차다. 찻잎이 완전히 산화돼 붉은빛을 띠고 맛은 진하고 묵직하다. 우리가 티백으로 자주 마시는 그 ‘블랙티’가 바로 이거다. 인도의 다즐링이나 아삼이 유명하다.

 

⑥ 흑차 (黑茶)

이제는 발효를 넘어서 후발효까지 간다. 숙성시키고, 오래 두고 마시는 거의 와인급 차다. 대표는 보이차. 짙고 깊고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묵은 김치처럼 숙성이 생명이다.

 

 

찻잎을 갈라놓은 결정적 요인: 발효의 정도

앞서 보듯 찻잎 인생은 발효가 갈랐다. 즉, 산소와 얼마나 어울렸느냐에 따라 맛과 향, 색이 달라진다.

⊙ 비산화차 - 백차, 녹차 : 거의 산화되지 않은 찻잎. 가볍고 섬세하다.

⊙ 부분산화차 - 청차(우롱차) : 반쯤 산화. 꽃향기, 견과류 향 등 복합적인 풍미.

⊙ 산화차 - 홍차 : 완전 산화. 맛이 깊고, 색은 붉다.

⊙ 후 발효차 - 흑차(보이차) : 발효 이후에도 숙성.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

차 밭을 배경으로 바구니가 보인다 바구니 안에는 차잎이 있고 사람 손이 차잎을 만지고 있다.
차잎 수확

 

☞ 이걸 한눈에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 봤다.

발효 정도 차 종류 특징
0~10% 백차, 녹차 은은하고 부드러움, 연한 색
10~70% 청차 향이 풍부하고 다채로움
80~100% 홍차 진하고 무게감 있는 맛
후발효 흑차 숙성 향미, 묵직하고 깊음

 

 

우림 온도와 시간: 차는 뜨겁다고 다 맛있는 게 아니다

차는 끓이는 게 아니라 우려내는 거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종류 물 온도 우림  특징
백차 80~85℃ 3~5분 은은하고 맑음
녹차 70~80℃ 1~2분 신선하고 쌉싸름
황차 75~85℃ 3~4분 부드럽고 달큰
청차 85~95℃ 2~4분 향기롭고 고소
홍차 90~100℃ 3~5분 진하고 구수
흑차 95~100℃ 3~7분 깊고 묵직

 

☞ 너무 오래 우리면 떫고 쓰기만 하니 시간을 꼭 지키자. 차한테도 예의는 필요하다.

 

 

어디서 왔느냐도 중요하다: 주요 산지의 개성

찻잎이 자란 땅도 맛을 바꾼다. 아래 지역들 기억해 두자. 차 좀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때 써먹기 좋다.

중국 – 백차, 황차, 보이차의 고향. 안후이, 복건, 운남 성이 대표.

대만 – 고산 우롱차, 동방미인 같은 향수 같은 차들.

일본 – 녹차의 본가. 센차, 마차, 교쿠로 등 섬세한 맛의 끝판왕.

인도 – 홍차의 천국. 다즐링, 아삼, 닐기리까지 모두 이곳에서.

스리랑카 – ‘실론 티’로 유명. 깔끔하고 가벼운 홍차.

한국 – 하동, 보성의 전통 발효차. 은근한 단맛과 고소함.

 


차 좀 아는 척, 해보고 싶다면?

찻잎은 하나인데 백차가 되기도 하고 흑차가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든 건 발효와 시간, 장소 그리고 손길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녹차 주세요보단 ‘후 발효차 한 잔’이라고 말해보자. 약간 있어 보이지 않나? 뭐 아니라면 말고... 그렇다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냥 찻잎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그걸 음미하면서 마셔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