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차 이야기다. 요새 말차가 유행이다. 녹차는 마셔봤고 말차라테도 종종 먹긴 했는데 말차가 뭔지는 잘 모른다는 사람 은근히 많다. '말차랑 녹차 같은 거 아니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찻잎을 우려 마시는 녹차와 찻잎을 곱게 갈아 물에 푸는 말차는 전혀 다른 차다. 전통도 다르고 만드는 법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심지어 몸에 주는 영향도 다르다. 오늘은 그 차이를 제대로 정리해 본다.
1. 말차란?
말차는 일본 전통 차 문화에서 유래한 가루 형태의 차다. 찻잎을 찐 후 말린 다음 갈아서 물에 우려 풀어 마신다. 찻잎을 통째로 먹는 차라 할 수 있다. 수확 전 차광 재배로 엽록소와 테아닌 그리고 카페인 함량을 높인다. 수확한 찻잎을 찌고 말려 줄기와 잎맥을 제거하고 돌맷돌로 곱게 갈아 만든다. 그래서 그 맛은 진하고 복잡하다. 향은 풀잎 같으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일본 다도에서 예절용 차로 사용된다. 일상 음용용과 조리용 등 등급도 있다. 카페에서 마시는 말차라테도 결국 이 말차 가루에 우유를 탄 것이다.
2. 말차와 녹차는 뭐가 다른가?
찻잎은 같은데 만들어지는 방식과 마시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녹차는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자라지만 말차는 수확 2 ~ 4주 전부터 햇빛을 차단한 차광막 아래에서 키운다. 이 차광이 말차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고 쓴맛은 줄이며 테아닌과 카페인 함량을 높여준다.
가공법도 다르다. 녹차는 찻잎을 덖거나 찐 뒤 말려서 우리는 방식이다.(덖다: 찻잎에 남아있는 수분만을 이용해 뜨거운 솥에서 타지 않게 열을 가해 익히는 과정) 반면 말차는 찻잎을 찐 후 줄기 제거 → 건조 → 맷돌 분쇄를 거쳐 만든다.
결정적인 차이는 섭취 방식. 녹차는 잎에서 우러난 물만 마시지만 말차는 찻잎 전체를 물에 풀어 마신다. 즉 말차 가루도 마시게 되는 셈.
☞ 한눈에 보는 말차 vs 녹차 비교
말차 | 녹차 | |
재배 방식 | 수확 전 2~4주간 차광 재배 | 햇빛 아래 자연 재배 |
가공 방식 | 찌기 → 건조 → 맷돌 분쇄 | 찌기 또는 덖기 후 건조 |
섭취 방식 | 찻잎 전체를 가루로 섭취 | 찻잎을 물에 우려내어 마심 |
색상 | 선명하고 진한 녹색 | 연한 연두빛 |
맛과 향 | 진하고 감칠맛, 쌉쌀한 풀 향 | 부드럽고 은은한 향 |
영양 성분 | 카테킨, 테아닌, 카페인 모두 높음 | 일부만 섭취됨 |
3. 말차가 건강에 좋은 이유
말차가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잎 전체를 섭취하는 방식이라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항산화 성분까지 모두 흡수된다. 특히 EGCG(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함량은 녹차보다 3배 이상 높다. 이 성분은 심혈관 질환, 암, 염증,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말차의 또 다른 강점은 L-테아닌. 긴장 완화와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피부에도 좋고,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그냥 마시는 차가 아니라, 슈퍼푸드라고 부를 수 있는 차다.
⊙ 말차는 찻잎 전체를 섭취해 항산화 성분과 영양 흡수율이 높음
⊙ EGCG 함량이 높아 암·노화 예방에 효과적
⊙ 테아닌으로 집중력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
⊙ 카페인과 테아닌이 함께 작용해 부드러운 각성 효과 제공
4. 말차의 카페인과 테아닌
말차는 카페인 함량이 높다. 한 컵(약 70mg)은 에스프레소 샷 한 잔 수준이다. 녹차보다 많은 양이지만 그 자극이 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테아닌 때문이다. 테아닌은 말차에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 성분으로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을 부드럽게 완화시켜 준다. 덕분에 말차는 정신을 맑게 해 주면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독특한 균형감을 가진다. 업무 집중할 때나 나른한 오후에 말차 한 잔이면 깨어있는 평온함을 맛볼 수 있다.
⊙ 말차의 카페인은 느리게 흡수돼 각성 지속 시간이 김
⊙ 테아닌이 자극을 완화해 안정적인 집중감 제공
⊙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마실 수 있음
⊙ 카페인과 테아닌의 균형이 말차의 핵심 장점
5. 말차 제조 공정과 등급
말차는 손이 많이 가는 차다. 수확 전 15 ~ 20일 동안은 차광 재배를 한다. 이후 어린잎만 골라 따서 찐 다음 줄기와 잎맥을 제거한다. 특수 건조로에서 말린 뒤 돌맷돌로 아주 천천히 곱게 간다. 이 과정에서 엽록소와 테아닌 그리고 카페인을 최대한 보존된다.
등급은 크게 세 가지.
⊙ 예절급(의식용): 색이 선명하고 맛이 부드러워 다도에 사용
⊙ 음용급: 일상적으로 마시기 좋은 중간 등급
⊙ 조리용: 맛이 강하고 쓴맛이 있어 디저트나 요리에 적합
고급 말차는 색이 선명한 에메랄드그린이며 질감이 활석처럼 곱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봤을 때 매끄러운 선이 그려진다면 좋은 말차다.
6. 섭취 시 주의할 점
좋다고 막 마시다가는 탈 난다. 말차는 카페인, 카테킨, 테아닌 등 기능성 성분이 많아 과다 섭취 시 위장 장애, 불면증, 두통, 간 부담 등이 생길 수 있다. 하루 1~2g 정도가 적정량이다. 특히 공복에는 마시지 말 것.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탄닌 성분도 있어 철분제 복용 중이라면 섭취 간격을 두는 게 좋다.
간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특정 약 복용자는 전문의와 상담 후 마시기를 권장한다. 말차는 아침이나 오전 중에 마시는 게 가장 좋다. 밤에는 피하자. 잠 안 올 수 있다.
7. 좋은 말차 고르는 팁
믿을 수 있는 말차를 고르는 법. 어렵지 않다. 아래만 기억하면 된다.
⊙ 원산지 확인: 일본 우지, 가고시마, 아이치 등 전통 생산지, 최근 제주 말차도 각광을 받고 있다.
⊙ 성분표 확인: 100% 말차인지, 믹스형(설탕 첨가)인지 체크
⊙ 색상: 선명한 에메랄드그린
⊙ 질감: 곱고 활석처럼 부드러운 가루
⊙ 포장 상태: 산소와 빛을 차단하는 밀봉형
⊙ 등급 선택: 예절용 / 음용용 / 조리용 중 용도에 맞게
⊙ 유통기한: 개봉 후 냉장 보관, 가능한 한 빨리 소비
믿을 수 있는 브랜드나 차 전문점에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저가 제품은 색이 탁하고 맛이 거칠 수 있다. 성분표를 꼭 보자. '말차 파우더'의 경우 음료제조를 위해 설탕을 넣은 제품들이 많다.
말차는 차라기보다는 '정성'에 가깝다. 가리는 데 2주, 찌는 데 몇 분, 가는 데 몇 시간. 느리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맛볼 수 있는 차다. 그 안에는 자연의 에너지, 농부의 시간, 가공자의 인내가 들어 있다. 오늘 하루가 너무 바쁘게 지나갔다면 말차 한 잔으로 브레이크를 걸어보자. 정신도 몸도 고요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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