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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roasting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반응: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 이야기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8. 13.

커피는 불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생두를 아무리 잘 골라도 프로세싱이 아무리 기가 막혀도 마지막 불이 잘 못되면 그냥 탄 커피다. 불에 생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모르면… 로스팅은 그냥 운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 이야기.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화학적 반응에 대해 털어보려고 한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생각보다 중요하다.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반응: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 이야기
로스팅의 과학: 물리·화학적 변화


열의 본질과 전달 방식

로스팅의 시작은 열이다. 단순히 뜨겁다는 개념이 아니다. 열이 어떻게 전달되느냐? 얼마나 빠르냐? 얼마나 오래가느냐? 에 따라 커피 맛이 아예 달라진다.

 

열전달 방식

전도(Conduction): 고체끼리 직접 촉촉해 열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드럼 벽면에 생두 직접 부딪치면서 열이 이동한다. 드럼이 너무 천천히 돌거나 생두 양이 너무 많으면 밖은 타고 안은 설익는다.

 

대류(Convection): 뜨거운 공기가 흐르면서 열이 전달되는 방식. 뜨거운 공기가 생두 사이를 돌면서 열이 이동한다. 열풍식 로스터나 플루이드 베드가 대류를 이용한다.

 

복사(Radiation):  열이 빛 형태로 직접 전달되는 방식. 전도나 대류가 고체 혹은 공기로 열을 전달하는 반면 대류는 매개체 없이 직접 전달한다. 열이 고르고 빠르게 퍼지지만 주로 보조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적외선이나 열램프가 생두에 열을 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 이 세 가지는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작동한다. 누가 더 앞에 나서느냐가 향미 스타일을 바꾼다.

- 전도 중심인 경우 생두 겉면이 먼저 익는다.  전도 중심인 경우 바디감이 강하고 묵직한 경향이 있다.

- 대류 중심일 대는 생두 전체에 열이 고르게 퍼짐. 발랜스가 좋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  복사 중심은 빠른 열전달로 산미나 향미가 화사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주로 보조 열원으로 사용된다.

 

 

HTST vs LTLT - 고온 단타 vs 저온 장타

열 세기와 지속시간에 따라 로스팅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HTST(고온 단시간)LTLT(저온 장시간)으로 로스팅할 때 아래와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항목 고온 단시간 저온 장시간
산미 증가 감소
바디감 증가 감소
쓴맛 감소 증가
팽창률 빠름 느림
추출 효율 높음 낮음

 

HTST: 산미 및 아로마 폭발, 바디감까지 꽉 찬 스타일

LTLT: 쓴맛 중심으로 은은하고 깊은 여운

 

☞ 고온으로 로스팅하면 로스팅을 빨리 완료할 수 있다. 반대로 저온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된다. 

 

물리적 변화 – 생두가 커피가 되기까지

로스팅 중 생두는 겉모습부터 속까지 완전히 바뀐다.

색, 구조, 밀도: 모두 다 바뀐다

색상: 초록에서 노란색, 갈색으로. 그리고 흑갈색(다크로스팅)까지.

팽창: 내부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두가 부풀어 오른다.

수분감: 시작은 8~12%에서 1.8%까지 뚝 떨어진다.

밀도: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밀도는 점점 낮아짐.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반응: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 이야기_물리적 색상 변화
로스팅시 색상의 변화

오일과 향 변화

오일: 다크 로스팅 하면 표면에 기름이 생긴다. 세포벽이 깨지면서 안 '지질'이 배어 나오는 것이다.

향 성분: 커피에는 무려 1,000종 넘는 향 분자가 있다. 이게 향 성분이 모두 휘발되기 전에 향을 붙잡아 두어야 향기로운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 물리적 변화는 겉모습의 변화다. 이 변화는 맛도 바꾼다.

 

화학적 반응 – 향미의 뿌리를 만드는 것들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반응: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 이야기_화학적 변화
온도 변화에 따른 화학적 변화(예시)

 

마이야르 반응 (Maillard Reaction)

⊙ 단백질 속 아미노산 + 당 → 멜라노이딘(갈색 성분) 생성,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변화와 동일하다.

⊙ 이게 커피 향의 80%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고소한 곡물향, 견과류 느낌, 초콜릿 향의 정체이기도 하다.

 

☞ 로스팅이 154℃ 넘으면 마이야르 반응이 본격화된다. 이때부터 향이 생기기 시작한다.

 

캐러멜화 (Caramelization)

⊙ 말 그대로 설탕이 타는 반응

⊙ 단맛과 쓴맛이 함께 생긴다

⊙ 너무 오래 진행되면 향미가 깨지기도 한다

 

기타 흥미로운 변화들

카페인: 생각보다 안 줄어든다. 10% 이내 손실됨. 로스팅 강도에 따라 맛은 달라지지만 카페인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트리고넬린: 생두 속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향미를 만들어내는 중요 전구체(=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이 변할 때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는 원료 성분). 160℃부터 분해되기 시작해 방향족 화합물로 변함. 고소하고 너티한 향미의 기반이 됨.

지질(기름성분): 생두에는 '지질'이 10 ~ 15% 정도 포함. 크게 줄진 않지만 열에 의해 생두 표면이나 내부로 스며들며 커피 향미 성분을 붙잡는 역할을 함.

 

생두 특성과 반응의 상호작용

로스팅은 생두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같은 온도나 같은 시간이라도 생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생두 특성 반응
수분 많음 내부 압력 서서히 올라가고 팽창 적고 균열 적음
수분 적음 빠르게 열받고 크랙이 확 터짐
밀도 높음 열이 천천히 전달돼 오래 더 볶아야 함
조직이 치밀 열에 강하고 향 방출 타이밍도 다름

 

생두의 특성을 모르면 열을 어떻게 줄지도 감을 잡을 수 없다. 먼저 생두를 확인하고 생두에 맞춰 열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커피 속 벌어지는 진짜 과학에 대해 살펴봤다. 생두가 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즉, 로스팅의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반응을 알고 있어야 내가 원하는 로스팅을 할 수 있다. 로스팅은 과학이다. 물리와 화학 그리고 감각과 취향이 한 번에 작동하는 순간이 바로 로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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