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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roasting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를 해부하다: 로스팅의 최종 종착지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8. 15.

생두를 고르고 프로세싱 종류와 로스터 구조를 이해하고 열 반응까지 꿰뚫었는데…이 모든 과정을 거쳐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단 하나다. '맛'. 그리고 그 맛의 깊은 뿌리인 향(아로마).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 플레이버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취향을 드러내는 일지도 모른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맛의 실체 즉, 플레이버와 아로마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본다.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를 해부하다: 로스팅의 최종 종착지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

 


 

플레이버란 무엇인가?

'이 커피 무슨 맛이 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맛은 미각을 통한 감각만 포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를 해부하다: 로스팅의 최종 종착지_플레이버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플레이버 = 맛 + 향 + 입안 느낌 + 그 외 모든 감각

맛은 신맛? 단맛? 을 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렌지를 떠올려보자. 시장에서 파는 같은 오렌지라도 어떤 건 시고 어떤 건 달고 어떤 건 껍질에서부터 향긋하다. 입에 머금었을 때 혀끝과 뺨 안쪽 그리고 코로 올라오는 느낌까지 모두 다르다.

 

☞ 이러한 총체적 경험이 바로 플레이버다. 한마디로 커피 맛은 커피가 나한테 어떤 인상을 주느냐의 문제다.

 

좋은 플레이버란?

그냥 향기로운 커피? 이걸로는 부족하다. 좋은 플레이버는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 연관성과 개연성

라즈베리 향 난다고 했는데 바디가 무거우면 이상하잖아? 맛과 향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

 

두 번째, 밸런스
한쪽만 튀면 몰입감이 떨어진다. 신맛과 단맛 그리고 바디감이 균형감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복합성

첫 모금, 중간, 여운(after) 이 모두가 다르면서도 연결돼야 한다. 향미가 다층적(레이어드)으로 느껴지고 마실수록 다른 느낌이 살아나야 한다.

 

☞ 결국 플레이버는 기억이다. 맛있는 커피를 계속 마셔본 사람이 맛있는 커피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다.

 

아로마는 어디서 오는가?

커피를 마실 때 가장 먼저 커피를 인식하는 것은 '코'일 거다. 즉, 향을 가장 먼저 인식한다.  커피에서 맡을 수 있는 모든 향. 이걸 '아로마'라고 부른다. 아로마는 코로 즐기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아로마는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를 해부하다: 로스팅의 최종 종착지_아로마
로스팅 포인트

 

① 엔자이매틱 (Enzymatic)

커피 생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향이다. 로스팅 전에도 존재하지만 로스팅을 하면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품종이나 가공(프로세싱) 방법에 따라 다른 엔자이틱 아로마를 지니게 된다. 대표적인 향은 꽃이나 과일향 등의 밝고 산뜻한 향이다. 라이트 로스팅이나 스페셜티 커피에서 느낄 수 있다.

 

⊙ 생두 고유의 향

⊙ 꽃향, 과일향 

⊙ 품종이나 프로세싱 방법에 따라 결정됨

커피가 원래 갖고 있는 향기

 

② 슈가 브라우닝 (Sugar Browning)

커피가 로스팅되면서 생기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다. 마이야르와 캐러멜화로 생성된다. 당분과 아미노산이 열을 받을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이다. 견과류, 곡물, 캐러멜 같은 향이 주를 이룬다. 미디엄 로스팅(중배전)에서 잘 느낄 수 있다. 

 

⊙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김

⊙ 견과류, 곡물, 캐러멜 계열

로스팅 중에 만들어지는 고소한 향기

 

③ 드라이 디스틸레이션 (Dry Distillation)

고온에서 일어나는 열분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향이다. 다크 로스팅에서 주로 발생한다. 연소에 가까운 '건식 증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모키, 타르, 다크 초콜릿, 숯과 같은 향을 느낄 수 있다. 묵직하고 진한 인상을 준다. 

 

⊙ 고온에서 열분해로 생김

⊙ 스모키, 초콜릿, 로스트 향

다크 로스팅의 결과물

 

이 세 가지는 로스팅 단계별로 차례차례 등장한다. 초반엔 꽃이나 과일 같은 아로마가 주를 이루고 1차 크랙쯤 되면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이후엔 스모키 하거나 다크 한 느낌이 터진다.

 

로스팅과 아로마의 상관관계

이제 로스터의 손끝이 어떤 향을 만드는지를 보자.

열이 닿는 위치에 따라 다른 향이 생긴다

외부 = 슈가 브라우닝: 로스팅할 때 생두 외부부터 열을 받죠. 이 겉면에서 마이아르 반응이  일어나고 캐러멜화도 진행된다. 

 

내부 = 엔자이매틱: 생두 내부는 겉보다 열이 늦게 도달한다. 그런데 생두 내부에는 생두 본연의 향이 숨어있죠. 꽃이나 과일향이 로스팅을 통해 서서히 올라오게 되는 거다. 단, 이 향들은 손상되기 쉬운 민감한 향. 너무 강하거나 빠르게 열이 가해지면 손상된다.

 

과열되면 = 디스틸레이션 폭주: 열이 너무 세거나 오래 가해지면 원두 내부와 외부가 모두 과열된다. 향 성분들은 깨지고 타는 향이 지배하게 된다. 디스틸레이션이 강화되는 과정이다. 과한 디스틸레이션은 고급향을 지워버린다. 결국 무겁고 단조로운 탄 향만 남게 되는 거다.

 

☞  커피가 익는 속도에 따라 향이 도망가기도 하고 더 깊이 베어들 기도 한다.

 

아로마 방출 순서는 분자량 순

⊙ 가벼운 향부터 날아가고 무거운 향은 늦게 등장한다

→ 그래서 로스팅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1차 크랙 직후 견과향이 피어오른다. 여기서 멈추면 고소하고 산뜻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때, 로스팅을 더 하면? 스모키 함이 강해지고 쓴맛도 동반된다. 이렇게 커피의 인상은 확 달라진다.

 

산지별 플레이버 특징

로스팅을 어떻게 하든 기본 스펙은 무시 못한다. 커피가 자란 땅과 품종은 플레이버의 뼈대를 이룬다.

산지 특징
에티오피아 꽃, 과일, 산미 중심. 바디는 부드럽고 단맛은 적은 편
브라질 너트, 초콜릿, 단맛 강조. 무겁고 묵직한 바디감
콜롬비아 산미 -단맛 밸런스. 균형잡힌 플레이버
파나마 게이샤 엔자이매틱 끝판왕. 재스민, 베르가못, 감귤 등 미친 향기

 

☞ 이런 특성은 로스팅 방향에 영향을 준다. 꽃향 중심이면 라이트 로스트가 초콜릿 계열이면 미디엄 다크 정답에 가깝다.

 

로스터가 기억해야 할 것

로스터의 역할은 볶는 포인트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내용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역할이다.

아로마는 언제 등장하는가?

그걸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게이샤처럼 향이 가벼운 커피는 강하게 볶으면 그 향이 다 날아간다. 브라질처럼 무거운 원두는 약하게 볶으면 밋밋하다.

 

☞ 로스터는 이 향들을 조율하는 사람.


지금까지 커피 플레이버와 아로마에 대해 알아봤다. 로스팅으로 로스터가 표현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커피 한 잔의 인상. 그게 꽃향이든 캐러멜이든 스모키든... 플레이버는 그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를 알려주는 강력한 언어다. 로스팅은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버와 아로마를 계산하고 설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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