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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roasting

로스팅 프로세스: 플레이버를 디자인하는 프로세스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8. 17.

생두를 고르고 프로세싱과 열반응을 공부했다. 그리고 향기와 플레이버까지 짚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커피를 진짜 '맛있게' 만드는 것. 마지막 관문 로스팅 프로세스다. 한 알의 생두가 마침내 커피가 되는 과정 그전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로스팅은 단순히 생두를 볶는 일이 아니다. 로스팅은 플레이버를 디자인하는 프로세스, 즉 향미를 조율하고 기억을 그려내는 설계다. 

로스팅 프로세스: 플레이버를 디자인하는 프로세스
로스팅 프로세스

 


로스팅의 본질: 화학반응과 열전달

로스팅은 뜨거운 불 속에서 커피가 '자기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안에 남아있던 수분이 증발하고 당이 분해되고 수백 가지 향기 분자가 생성되는 복합 화학의 집약체다. 

 

근데 이걸 단순히 '불을 세게 하면 진해지고 오래 하면 탄다'라고 한다면? 원인은 모른 채 결과만 이야기한 셈. 로스팅은 물리학 + 화학 + 감각의 예술이다.

 

로스팅 곡선과 주요 단계

불을 켜고 생두를 투입하고 색이 변하고 크랙이 터지는 그 순간까지. 로스팅은 하나의 곡선이자 흐름이다. 단계마다 일어나는 변화를 알면 '지금 이 커피가 어디쯤 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로스팅 프로세스 플레이버를 디자인하는 프로세스_로스팅 곡선
로스팅 곡선

 

1. 투입(Charge) &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

생두를 로스터에 넣는 순간 온도는 곤두박질친다. 그러다 다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터닝 포인트. 

터닝 포인트까지의 하강 속도와 시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 속도가 너무 급격히 떨어지면 회복이 느려 전체 로스팅이 늘어진다.

⊙ 너무 완만하면 초반 열이 과하게 전달되어 로스팅이 불균일할 수 있다. 

 

2. 옐로 단계(Yellowing):

초록색 생두가 노랑으로 변한다. 수분이 빠지면서 김이 솔솔. 생두가 익을 준비를 한다. 향미 전구체라는 게 이때부터 슬슬 깨어난다. 색변화를 잘 관찰해야 한다. 향미 전구체 활성화가 시작하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중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수분이 증발이 충분하지 않아 내부 열전달이 불균형 해짐

⊙ 속도가 너무 느리면 향미 전구체가 약해져 밋밋한 향이 나올 수 있음

 

3.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당 + 아미노산 = 갈변. 향미 시작 포인트. 고소한 향, 바디감, 구조감 전부 여기서 만들어진다. 이름은 어렵지만 확실한 맛 시그널이다. 겉면이 바싹하게 그을린(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고기가 맛있듯 말이다. 반응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 시간이 너무 짧으면 향미가 얕고 가볍게 느껴짐

⊙ 시간이 너무 길면 바디는 생기지만 쓴맛이나 탁한 느낌이 들 수 있음

 

4. 캐러멜화(Caramelization):

단맛과 복잡한 아로마가 증가하는 구간. 원두 표면이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 단맛과 복합 아로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캐러멜화 구간에서는  ROR(온도 상승률)을 잘 조절해야 한다. 

⊙ 캐러멜화는 170 ~ 200℃ 사이에서 일어남

⊙ ROR이 너무 빨리 오르면 설탕 성분이 타버려 쓴 맛이 발생

⊙ 너무 느리면 단 맛과 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해 밋밋한 커피가 됨

⊙ 1차 크랙 직전부터 ROR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함 (단 온도는 계속 상승해야 함)

 

5. 1차 크랙(First Crack):

내부 수분이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팝콘처럼 '탁!' 하고 터진다. 대부분의 로스터가 이 시점을 기준으로 로스팅 포인트를 잡는다. 특히, 필터용 커피는 여기서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6. 디벨롭(Development Phase):

1차 크랙 이후, 배출까지의 시간. 전체 로스팅의 약 20~30%를 차지한다. 향미를 마무리하고, 개성을 구체화하는 가장 예민한 순간. 이 구간이 너무 짧은 면 미완성 원두가 된다.(떫은맛) 반대로 너무 길면 과로스팅이 된다.

 

7. 2차 크랙(Second Crack):

셀룰로오스가 깨지고 탄화가 진행된다. 강배전 계열에서 스모키 하거나 묵직한 향을 만들고 싶을 때 2차 크랙까지 진행한다. 단, 너무 오래 가면? '탄맛' 말고는 안 남는다. 2차 크랙이 시작되면 탄화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즉각적 판단이 필요하다.

 

8. 배출 & 냉각(Drop & Cooling):

원하는 포인트에 도달했다면 즉시 배출. 빨리 식혀야 잔열에 의한 과로스팅을 막을 수 있다. 냉각이 느리면? 향미 손실은 덤이다.

 

로스팅 변수들

커피는 데이터 없는 감성으론 재현되지 않는다. 변수를 모르면 매번 감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로스팅 변수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배치 사이즈 (Batch Size)

⊙ 드럼 용량의 60~100% 사이가 적정

⊙ 너무 많으면 균일하게 안 익고

⊙ 너무 적으면 과열된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온도 (Temperature)

⊙ 빈 온도(BT), 에어 온도(ET)는 반드시 분리해 기록

⊙ ROR(Rate of Rise)은 열 상승률을 가시화하는 핵심 지표

⊙ 온도는 얼마나 뜨거운가 보다 얼마나 빨리 뜨거워지는가가 중요

 

시간 (Time)

⊙ 전체 로스팅 시간 = 맛의 전체 구조

⊙ 짧으면 산미 강조 / 길면 바디 강화

⊙ 하지만 너무 짧거나 길면 균형 잡힌 커피를 즐길 수 없다

 

화력 (Heat Power)

⊙ 빠른 열전달이냐 안정적인 열 유지냐를 결정

⊙ 단위는 BTU/h 혹은 %, 실전에서는 체감과 데이터의 싸움

 

무게 (Weight)

⊙ 로스팅 전후 무게 차이를 기록 = 손실률

⊙ 손실률이 많으면 맛은 진하지만 원가 압박이 크다

맛과 수율 사이에서 균형 찾기가 숙제다

 

색상 & 아그트론 넘버 (Agtron Number)

로스팅 레벨 아그스톤 넘버 손실률
라이트 #65 12%
미디엄 #55 13~14%
미디엄 다크 #45 15~16%
다크 #35 17~18%
베리 다크 #25 19~20%

 

⊙ 이건 수치로 보는 색감

⊙ 시각적 체크와 맛의 관계를 잇는 힌트이자 기준

⊙ 원두 겉뿐만 아니라 속(단면) 색도 확인해야 진짜 상태를 알 수 있다

 

로스팅 프로파일: 데이터로 맛을 만들다

로스팅 프로파일은 말하자면 맛의 설계도다. 좋은 커피가 만드는데 감각도 중요하지만 의도한 플레이버를 재현해 내는 구조를 터득해야 한다. 

 

필수 체크 포인트:

⊙ 투입 온도 / 투입량

⊙ 터닝 포인트 시점

⊙ 마이야르 반응 시작 시간

⊙ 1차 크랙 시점과 온도

⊙ 디벨롭 타임과 비율

⊙ 배출 시점 / 최종 온도 / 손실률

 

이걸 기록하면 좋은 이유?

재현이 가능하다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역추적할 수 있다

교육 자료가 된다


지금까지 로스팅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봤다. 로스팅은 그냥 열을 가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와 감각이 만나 하나의 향미를 만들어내는 즉, 플레이버를 디자인하는 프로세스다. 그래서 플레이버는 예술이고 프로파일은 공학이다. 로스팅은 커피의 가능성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과정이고 그 방향은 맛있는 커피를 위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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