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의 토순카페 (Toh Soon Cafe, 多春茶座)는 조지타운(George Town)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좁은 골목에 자리 잡은 이곳은 전통 카야 토스트와 하이난 식 커피(코피, Kopi)로 유명하다. 아내는 카야 토스트 맛집이라며 꼭 가야 할 곳으로 픽한 곳이다. 토순 카페의 코피와 카야 토스트는 어땠을까?

제일 먼저 소개하는 이유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말레이시아 페낭과 랑카위를 다녀왔다. 방문한 여러 카페 중 토순을 제일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가장 페닝스러운 카페였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9시간 반 만에 도착한 페낭. 호텔에 짐을 맡기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 또한 토순카페다.
세월이 보이는 곳
호텔에서 그랩을 타고 5분 만에 도착한 토순. 서두에 이야기했듯 토순 카페는 조지타운의 좁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리는 만석 그리고 1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빛바랜 연두색으로 칠해진 철제 벽면에는 각종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그리고 누렇게 변색된 간판이 이곳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1950년대 오픈한 곳으로 70년 가까이 운영 중이란다. 지금 사진 속 카페 모습이 오픈 당시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세월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편안함은 사치
골목에 위치한 카페는 어닝으로 햇빛을 가려놨다. 그리고 선풍기 여러 대가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는 실내 카페와는 달리 덥다. 이곳 페낭에서 로컬 음식점이나 카페를 간다면 이 정도 더위쯤은 참아야 한다.

메탈 소재 테이블 상판은 표면이 매끈하지 않았다. 오래 사용하기도 했고 양은처럼 무른 소재인듯하다. 의자는 붉은 플라스틱. 앉기에 불편했지만 이 또한 로컬 카페의 매력이다.

글자만 있는 음료 메뉴판과 자세한 토스트 메뉴판
생각보다 금세 대기가 줄어들면서 우리 차례가 됐다. 바로 입구 쪽 테이블에 배정을 받았다. 꽤나 큰 테이블에 우리 부부만 앉았다. 사람이 만지고 테이블이 적어도 여러 팀을 함께 앉히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받은 메뉴판. 베버리지는 사진 없이 영어와 한문으로만 쓰여있다. 당혹스러운 건 평소 한국에서 보던 카페 메뉴와는 달랐다는 것.

다행히 토스트는 그림과 함께 주문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빵을 하나 고르고 거기에 발라 먹을 스프레드를 고르면 된다. 참고로 스프레드는 2개까지 무료다. 빵을 고른 뒤 직원에게 어울리는 스프레드를 추천받아도 된다.
토스트 이외에도 단품 메뉴도 (ala carte) 6개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KOPI는 뭘까?
페낭에서 자주 보이는 카페 메뉴 중 하나는 KOPI다. 이는 하이난 식 커피로 보통 로부스타 원두를 진하게 볶아 설탕이나 버터/마가린 풍미를 더한 뒤 추출한다. 추출한 커피를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베트남처럼 연유 등을 넣어 달게 마신다. 아메리카노보다 더 진하고(혹은 쓰고) 연유 때문에 달콤했다.

토순 카페 음료 메뉴 중 앞 세 개가 KOPI’O, KOPI, KOPI SI다. 로컬 전통 카페(코피티암, Kopitiam)에서 메뉴를 볼 때 기본 이름만 있으면 연유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예: KOPI, TEH: 커피/홍차 + 연유), 'O (오)'가 붙어 있다면 우유나 연유 없이 설탕만 들어간다. C 또는 SI가 붙으면 무가당 연유에 설탕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 B1 KOPI 'O: 블랙(전통) 커피 + 설탕
- B2 KOPI: 블랙(전통) 커피 + 연유
- B3 KOPI SI: 블랙(전통) 커피 + 무당연유 + 설탕
맛은 과연 어땠을까?
우리가 주문한 건 토스트 (흰 기본 빵)에 카야잼과 뉴질랜드 가염버터 스프레스, 반숙(HALF-BOILED EGGS) 그리고 음료는 KOPI(연유가 들어간 커피)와 TEH 'O(홍차+설탕). 이후에 점심을 따로 먹을 생각으로 간단하게 주문했다. 이 모든 게 20RM(약 6,800원)밖에 되지 않았다.

KOPI와 TEH 'O
둘 다 엄청 달았다. 연유와 설탕이 들어갔기 때문에 단 맛을 예상했지만 훨씬 달았다.

KOPI에 연유나 설탕이 없으면 굉장히 쓴 맛이 강하게 올라왔을 듯하다. 전통적인 커피는 마치 스타킹처럼 보이는 기다란 천에 커피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한다. 한잔씩 추출하는 요즘 커피와는 다른 추출 방법이다. 원두도 로부스타 쓸 수밖에 없다. 그 맛을 감추면서 커피를 즐기려면 달달함이 필요했을 듯하다.
TEH 'O도 설탕으로 홍차의 쌉쌀함을 잘 감춘 듯하다. 과거 서민들이 마시던 홍차의 품질을 생각하면 이 또한 설탕으로 그 쌉쌀함을 감췄던 건 아닐까 싶다.
토스트+ 카야잼 + 뉴질랜드 가염버터
이곳 토스트가 유명한 이유는 숯불에 빵을 굽기 때문이다. 토스트기로 쉽게 빵을 구워내는 방식과 달리 지금도 번거롭지만 숯불을 사용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가게 옆 벽화로 대신한다.)

하지만 토스트는 바삭하지만 숯불향이 가득하는 건 아니었다. (좌석들이 외부에 있어서 향을 가둬두지 못해 숯불향을 덜 느낀 걸 수도 있다. ) 토스트는 주문한 스프레드를 발라 나왔다. 음료와 다르게 심하게 달지는 않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선택한 메뉴 중 가장 맛있었다.
반숙(HALF-BOILED EGGS)
아내는 반숙을 마음에 들어 했다. 토스트를 반숙(수란)에 찍어 먹이니 더 다양한 맛이 나고 풍성해졌다는 것. 반면 나는 살짝 비린 맛에 불호였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평가도 다를 수 있겠다. 여하튼 아내는 꽤나 만족해했다.
이곳의 진짜 매력
고급스러운 커피나 토스트들이 많은 지금 토순 카페의 토스트나 음료가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페낭의 옛 아침 문화와 골목형 코피티암(말레이시아 전통 카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스런 현대적인 카페가 있음에도 전통의 KOPI가 살아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쇼핑과 연결된 위치
토순 카페 주변에는 Campbell Street Mall, Penang Bazaar, Pasar Chowrasta Market 등의 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전통 의상들을 쇼핑해도 괜찮다. 다만 태국 등에서 쇼핑 경험이 있다면 페낭의 시장은 크기나 품목 그리고 가격에서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기본 정보
- 주소: Lebuh Campbell, George Town, 10450 George Town, Pulau Pinang, 말레이시아
- 구글맵 바로가기: 토순 카페(Toh Soon Cafe, 多春茶座)
-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
- 휴무일: 일요일
말레이시아 카페 투어 첫 번째로 토순 카페(Toh Soon Cafe, 多春茶座)의 코피(Kopi)와 카야 토스트를 소개했다. 골목에 놓인 의자에서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가며 즐긴 KOPI와 토스트. 맛도 맛이지만 70년 가까이 된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코피티암을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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