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촌 동생이 명동의 카페들을 소개해줬다. 그 동생이 가장 강력추천한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명동 루리커피다. 희귀 원두를 나름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부부도 커피는 즐기는 편이라 명동으로 향했다. 그 덕에 명동을 3년 만에 방문했다. 루니커피를 한 줄로 소개하면 비싸지만 체험해 볼 만한 카페다.

루리커피는 명동역 3번 출구에서 나와 퍼시픽 호텔의 왼쪽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명동 큐브 호텔 1층인데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다. 간판이 아주 작고 낮은 위치에 심플하게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게다가 입구까지는 또 계단을 올라야 한다.

입구에 걸려 있는 작은 목간판에는 'ㄹㄹㅋㅍ'와 함께 초럭셔리 커피라는 작은 문구가 적혀 있다. 이곳은 과연 어떤 럭셔리일까?

담백한 인테리어와 충격적인 메뉴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담백하다. 흰색 벽체에 우드 톤 인테리어. 겉만 보면 초럭셔리라기보단 미니멀한 북유럽풍 카페 같다.

입구 왼쪽에 놓인 메뉴판을 보니 아메리카노 4,900원, 카페라테 6,900원... '어 초럭셔리는 아닌 듯!'이란 생각을 잠깐 했다.

안쪽에는 바형 테이블이 있었다. 바 테이블에는 한 명의 손님이 자에 앉아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또 다른 바리스타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더니 '드립커피 드실 거죠?'라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곧장 바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ㄹㄹㅋㅍ'이라고 적힌 두꺼운 메뉴책자를 건넸다. 그리고 그 메뉴책자를 펼치는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정 경매 원두로 최대 9만 원
메뉴에는 파나마 게이샤를 중심으로 수십 가지 원두가 나열돼 있었다. 가격은 9,900원부터 무려 90,000원대까지. 이 정도면 진짜 초럭셔리 카페 맞다. 그중에는 2023년, 2024년, 2025년 BOP(베스트 오브 파나마) 경매에서 낙찰된 최고급 원두도 있었다.



가격은 높다. 하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원두를 다른 카페에서 마시려면 두 배는 더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가 있는 편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루리커피는 경매 원두를 낱봉 단위로 사입해서 8g 단위로 브루잉 한다.
바리스타 추천과 정성스러운 푸어링
원두가 너무 많아 바리스타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아내는 워시드 나는 내추럴. 그렇게 해서 고른 두 잔은 BOP 24 GW-10 블랙문 이클립스(워시드)와 라마스투스 옥션 아과카티요 B2D DRD(내추럴). 원두만 들으면 무슨 와인 리스트 같다.

각 잔은 8g 분량으로 브루잉 했다. 추출 도구는 멜리타 01 사이즈 드리퍼를 사용한다. 카페에서 멜리타 드리퍼를 사용하는 건 꽤나 드물다. 대부분의 카페는 하리오 같은 원뿔형을 많이 쓴다. 사다리꼴 드리퍼라고 하더라도 멜리타보다는 칼리타를 많이 쓰는데 말이다. 루리커피는 멜리타 드리퍼와 멜리타 보통의 필터가 아닌 고급 필터를 따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 필터가 추출속도를 높여 산미와 향을 정교하게 표현해 준단다.

커피인가? 차(TEA)인가?
드립은 총 4번의 푸어링으로 이루어진다. 각 푸어링을 아주 정성스럽게 진행했다. 8g 원두 속 커피 성분을 모두 꺼내듯이. 거기에 뜸 들이기와 1차 푸어링은 칠링볼을 사용해 향미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추출한 커피는 와인잔에 담겨 나왔다. 향을 온전히 느끼라는 의미에서다.

아과카티요(내추럴)는 예상대로 산미가 강했다. 향만 맡았을 땐 블루베리 같은 과일향이 코를 때렸지만 마셔보니 생각보다 부드럽고 깔끔했다. 약간은 허브차 느낌도 났고 끝 맛에서 살짝 쌉싸름한 베리류의 피니시도 있었다. 반면 블랙문(워시드)은 꽃향이 지배적이다. 재스민차나 로즈힙차 같은 풍미.

이건 커피라기보다는 고급 티에 가까운 음료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바에서 나눈 대화
작은 양의 커피지만 향이 너무 깊고 복합적이라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셨다. 그 사이 바리스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추출 기법이 좋은지, 왜 이 필터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추천할 만한 다른 카페는 어디인지까지. 정말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대화가 얼마나 값진지 알 거다. 이날 들었던 추천 카페 리스트는 조만간 방문 후 다시 리뷰로 남길 예정이다.
루니커피에서는 커피를 통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커피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고급 커피 입문자에게도 덕후에게도 특별한 공간
루리커피의 강점은 희귀한 고급 원두를 가성비 있게 그리고 설명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이곳 대표님이 취향을 살려 직접 운영곳으로 수익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드립이 아닌 일반 에스프레소 기반 메뉴도 있으니 가격부담 없이 방문할 수도 있다.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를 창을 바라보며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이 카페의 진짜 힘은 커피에 대한 태도에 있다. 정성스럽게 추출하고 커피 한 잔으로 취향을 묻고 대화가 이어지는 흐름. 상업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커피 덕후의 명동 필수 코스
명동이라는 번잡한 지역에서 이렇게 진득한 커피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꽤나 신선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소량이지만 깊이 있는 커피를 마시고 바리스타와 커피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고급 원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체험의 장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그 안의 취향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단 한 번이라도 가볼 만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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