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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Tour/Seoul Cafe Tour

이태원 한남동 카페 gml, 핸드드립과 공간미가 빛나는 감성 카페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0. 13.

조용히 혼자 커피 마시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복잡한 서울에서 커피 한 잔으로 나를 눌러놓고 싶은 시간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태원 한남동 gml(지엠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원두 편집샵이자 오직 핸드드립만 고집하는 이 공간. 마시기 전부터 감탄하게 만드는 커피와 마신 후에도 입안에서 맴도는 여운. 이건 꼭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서 쓰는 리뷰다.

우드 장식장에 텀블러, 볼펜 그리고 의류 및 컵까지 있다. 굿즈 코너
gml 굿즈 코너


한강진역 근처 3층의 숨은 아지트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건물. 1층에도 2층에도 카페는 없다. 그저 무심한 듯한 간판 하나가 3층을 가리키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내리는 순간 기대감이 높아진다.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층 버튼을 사진 찍는 모습. 3층이 gml이다.
gml 엘리베이터

 

높은 층에 자리 잡은 탓인지 약간 비밀스러운 기분이 든다. '진짜 알고 온 사람만 오는구나' 싶지만 이미 카페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 햇살 가득한 창가, 묵직한 커피 향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들. 이게 바로 gml만의 공기다.

바 테이블에 고객이 앉아 있다. 주문하는 곳에서는 두명의 남성 고객이 바리스타에게 주문을 하고 있다.
gml 내부 바 테이블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7가길 22, 3층

운영시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공간의 무드는? 갤러리 같은 여유와 여백

gml의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도시 속 작은 갤러리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미니멀하지만 신경 쓴 흔적이 많은 인테리어다. 우드와 메탈이 공존하는 구조다.

 

우드 바 테이블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었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 바테이블애소 바리스타의 움직임이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커피 및 음료 내리기와 서빙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말이다.

바리스타의 뒷모습. 각종 머신들이 보인다.
바리스타 작업 공간

 

공간 곳곳에 굿즈와 원두 그리고 커피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어 보는 재미있다.

격자 장식장에 원두들이 있다. 가장 위쪽은 시향. 중간은 원두 패키지. 아래는 장식물들이 보인다.
원두 진열 코너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바리스타가 gml 굿즈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점. 단순한 유니폼이 아니라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느끼게 해주는 디테일이었다.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좌석도 있지만 햇살이 너무 따가워 실내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야외 좌석 중 일부 의자에 가방과 핸드폰이 놓여 있다. 화분 뒤 쪽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야외 좌석
바로 앞에 나무가 있고 그 뒤로 언덕 위의 집들이 보인다.
야외 좌석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메뉴는 핸드드립만, 에스프레소는 없다

gml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드립만으로 구성된 커피 메뉴. 정확히 말하면 원두 편집샵 겸 브루잉 전문점이다. 전 세계 로스터리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다루며 바리스타의 추천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원두 설명서도 제공되어 초보도 안심하고 고를 수 있다. 드립 방식은 정밀하고 디테일하다. 

태블릿에 메뉴판이 보인다. 가격대별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판

 

이 날 내가 주문한 건 두 잔의 아이스 드립 커피. 하나는 케냐의 Thiririka Kiganjo AA, 다른 하나는 Flannel 블렌드.

 

 

커피는 어땠을까? 가벼운 질감에 깊은 여운

먼저 Thiririka Kiganjo AA. 산미가 있지만 날카롭지 않고 둥글었다. 질감은 무겁지 않으며 얼음이 녹으면서 단맛이 부드럽게 살아나는 구조. 살짝 쌉쌀한 뒷맛이 있다가 사라지는데 입안에서 남는 여운은 꽤 오래갔다.

우드 테이블에 검은 쟁반이 놓여있다. 그 쟁반위에 컵 두개에 커피가 담겨있다. 각 커피에는 원두 설명 카드가 놓여있다.
주문한 아이스커피

 

Flannel 블렌드는 강배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쓰지 않았다. 묵직한 질감 대신 깔끔한 마무리. 오히려 초콜릿 같은 단맛이 짧게 남았다. 블렌드 치고는 꽤 단정한 인상. 커피가 말이 많지 않고, 딱 그 선에서 끊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추출 도구에 주목하자. 작은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드립포트는 브뤼스타 그리고 드리퍼는 생소한 이름의 'Dragonfly Big CT62 Transit Pro 스위치 음각 드리퍼'였다. 이 드리퍼는 리브가 음각으로 되어 있는 드리퍼. 바리스타가 말하길 음각이어서 드리퍼와 필터가 제대로 밀착되어 바이패스가 거의 없다고. 그래서 수율이 잘 나오는 드리퍼라 설명했다. 또한, 하리오 스위치처럼 개폐가 가능해 추출 흐름 제어가 용이했다.

흰색 브뤼스타 드립포트 2개와 그 우측으로 두개의 드리퍼가 보인다. 앞쪽으로도 드리퍼 두개의 부분이 보인다.

 

추출 편차를 줄이기 위한 구성으로 바리스타 간 손맛 차이 보완 가능해 보였다. 드립 도구 하나도 제대로 신경 써서 추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만 있는 게 아니다. 말차 라테

이날 gml에서 꽤 많은 사람이 주문한 음료는 말차 라테였다. 바리스타가 차선으로 말차를 푸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더 흥미로웠던 건 이 말차 라테가 와인잔에 서빙된다는 점. 시각적으로도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

원두보관 통이 있고 그 앞에 다완 2개가 있다. 하나는 저울위에 올려져 있는데 그곳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다.
검은색 다완에 물을 붓는 바리스타

 

커피 전문점이 말차로 승부를 본다는 건 사실 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gml은 그걸 해낸다. 이건 공간의 이미지와 조화되기 때문이고, 말차 또한 엄청 공들여 만든다.

 


gml은 혼자 앉아 책을 읽든 둘이 앉아 조용히 대화하든 아니면 바에 앉아 바리스타의 손을 구경하든. 이 모든 게 풍경처럼 잘 어우러지는 곳이다. 커피 애호가부터 입문자까지 모두 만족할만한 공간이라 느껴졌다. 물론 가격은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퀄리티로 납득 가능하다. 이태원이나 한남동 쪽에서 특별한 커피를 찾는 다면 gml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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