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추출할 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경험으로 알게 된 커피와 물의 반응 형태를 보고 추출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붓는 물의 양과 시간 그리고 방식을 정해진 대로 하는 부류. 나는 둘 사이 어딘가를 떠도는 사람이다.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후자에 가깝다.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이 고안한 1인분 센터푸어 핸드 드립 레시피. 유튜브 채널 안스타에서 오래전 소개한 영상이지만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의 이름값을 믿고 따라 해 봤다.

온도 유지가 중요: 예열과 수위 유지
이 레시피를 소개한 박상호 바리스타는 영국 브루어스컵 챔피언이다. 그는 온도 유지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커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물을 붓는 타이밍과 양 그리고 드리퍼 내부의 수위까지 철저히 계산된 레시피를 만들었다.
우선 드리퍼 예열이 중요하다. 특히 세라믹이나 유리의 경우 예열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플라스틱의 경우 예열이 빠르지만 금세 식는다. 그래서 그는 세라믹을 추천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드리퍼로도 사전 충분히 예열하면 어느 정도 온도 유지는 가능하다.
예열 다음으로 신경 쓰는 것은 수위 유지. 이 레시피의 차별화 포인트다. 한 번에 푸어한 뒤 기다리는 게 아니라 천천히 푸어해 드리퍼에 계속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것.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시 설명하기로 하자.
분쇄는 조금 더 굵게
1인분 기준 원두는 16g. 분쇄도는 다른 V60 레시피들보다 살짝 굵게 간다. 굵게 분쇄하면 곱게 한 것보다 미분이 적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분쇄도가 굵으면 커피 성분을 다 뽑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에 설명하는 천천히 푸어하면서 수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커피 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
중요한 팁 하나. 가능하면 실버 스킨은 꼭 제거하자. 렌즈 청소할 때 쓰는 에어블로워로 살짝 바람을 넣으면 제거할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커피의 쓴맛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핫 커피 레시피
준비물

- 원두 15g
- 95℃ 물 250g(약배전)
- 중배전인 경우 92 ~ 93℃


추출 순서
Step 0. 린싱
앞서 말했듯 린싱은 필수다. 온도 유지를 위한 예열의 첫걸음이다. 또한 필터 용지의 종이 맛을 없애는 역할도 한다.

Step 1. 32g 뜸 들이기 30초
투입되는 원두 2배(32g)로 뜸 들이기를 한다.

물을 푸어한 후 스월링을 해 물 골고루 스며들게 한다.

Step 2. 누적 120g 1차 푸어
30초가 되면 누적 120g(추가 88g)까지 나선형으로 빠르게 푸어한다.

Step 3. 누적 250g(추가 130g)까지 센터푸어
1차 푸어 120g이 완료되면 바로 이어서 센터푸어로 전환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수위 유지다.
1차 푸어 후 수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천천히 푸어한다. 즉 '새로 투입된 물의 양 = 추출되는 커피 양'이 되도록 한다.

누적 1분 40초까지 250g까지 다 붓고 나서 스푼으로 한 번 동그랗게 휘저어 준다.(교반) 아래 사진은 분쇄도가 굵어 일찍 푸어가 완료된 모습.

Step 4. 추출 완료
총 2분 20초 ~ 2분 30초 사이 추출이 완료되면 분쇄도가 적절한 것이다.
만약 시간이 더 걸렸다면 분쇄도를 좀도 굵게 반대로 너무 빨리 추출되면 분쇄도를 얇게 조절한다.
추출 완료 후 서버 내 커피를 잘 저어 준 뒤 컵에 따라준다.


강배전일 경우(핫 커피)
준비
약배전/중배전과 마찬가지로 16g의 원두를 사용하되 분쇄도를 좀 더 굵게 한다.
물온도 90 ~91℃
추출 순서
① 뜸 들이기는 32g, 30초는 동일
② 1차 푸어를 누적 150g으로 약배전 대비 30g 많게
③ 그 후 센터푸어로 250g까지. 약배전과 동일하게 '새로 투입되는 물의 양 = 추출되는 커피 양'
아이스커피 레시피
아이스커피를 추출할 때는 핫 커피와 조금 다르다.
준비
- 핫 커피보다 곱게 분쇄된 원두 19g
- 얼음 100g
- 97℃ 물 160g(핫커피 온도 +2℃)
추출 순서
Step 1. 린싱 및 예열 (핫 커피와 동일)
Step 2. 서버에 얼음 100g 넣기
Step 3. 19g 뜸 들이기 30초
투입되는 원두만큼(19g) 뜸 들이기를 한다.
핫 커피와 마찬가지로 물을 부은 후 스월링을 한다. 물이 전체를 고루 적실 수 있게 한다.
Step 4. 누적 60g 1차 푸어
원형을 그리며 푸어, 핫 커피보다는 천천히 푸어한다.
Step 5. 누적 160g까지 센터 푸어
핫 커피와 마찬 가지로 1차 푸어에 이어 바로 진행한다. 이때도 '투입되는 물의 양 = 추출되는 커피 양'이 되도록 천천히 푸어한다.
푸어를 마친 후 3 ~4회 교반(스푼으로 저어주기)하기.
Step 6. 서버에 얼음을 녹인 후 얼음컵에 붓기
1분 50초 내외로 완료한 뒤 스푼으로 서버 속 얼음을 녹여 준다.
이후 얼음이 담긴 유리컵에 부어 마무리한다.
센터푸어가 만든 결과물
이 레시피로 만든 핫 커피 및 아이스커피는 모두 밸러스가 좋고 피니시가 깔끔했다. 그리고 추출할 때마다 결과물이 괜찮은 걸 보면 안정적인 레시피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위를 유지하는 센터푸어 방식은 드리퍼 내부 온도 유지가 좋은 것이 장점이다. 이로 인해 드리퍼 안에서 추출되는 커피 입자들이 균일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이 일관성을 만들어 낸 듯하다.
1인분 센터푸어 레시피의 장점은 온도 유지로 인해 일관성 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차 푸어 후 수위를 조절하는 푸어링 단계가 어려울 수 있다. 생각보다 가늘게 꽤나 긴 시간 동안 푸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한 번쯤 시도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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