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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Hand Drip Recipe

하리오 스위치로 추출한 단맛 폭발 커피 레시피: 실패 없는 사모 블룸 추출법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2. 11.

오늘은 유튜버 Lance Hedrick의 하리오 스위치 전용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 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성공. 아주 달콤하고 클린 한 커피가 나왔다. 내가 직접 따라 해 본 후기와 이 레시피가 왜 좋은지 그리고 왜 실패 확률이 낮은 지를 오늘 풀어본다. 하리오 스위치가 방치되어 있다면 오늘 글을 계기로 바로 꺼내야 할지도 모른다. 시작해 보자.

저울 위에 하리오 스위치와 서버가 올려져있다. 추출 막바지로 5분 43초가 넘어서고 있다.
하리오 스위치


그라인더 상관없이 맛있게 - 레시피의 기본 철학

보통 커피 레시피는 그라인더 퀄리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푸어오버에서는 분쇄도가 균일하지 않으면 추출이 삐끗하고 맛도 흔들린다. 하지만 이 하리오 스위치 레시피는 다르다. 침지를 기반으로 하되 드립포트 물줄기로 커피 베드를 건드리지 않는다. 물줄기의 흐름도 스푼을 이용해 조절한다. 정교한 푸어가 필요 없다. 물 온도, 침지 시간, 세 번의 스텝.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끝이다.

저울에 15.2g의 원두가 담겨 있고 하리오 스위치가 절반 정도 보인다.
준비물(하리오 스위치와 원두 15g)

 

사모 블룸이 뭐야? - 이 레시피의 핵심 기법

이 레시피의 핵심은 사모 블룸(Samo Bloom)이라는 독특한 추출법이다. 필터를 린싱한 후 원두 없이 75℃ 물 50g을 스위치에 먼저 붓는다. 이건 커피를 불리기 위한 블룸이 아니라 필터와 드리퍼 내부를 준비하는 단계다.

하리오 스위치에 물이 담겨 있다. 예열 중
린싱

 

왜 물을 먼저 넣냐고?

 

드립포트로 원두에 물을 직접 부으면 미세 분말(fines)이 종이 필터에 붙어 필터를 막고 추출 속도를 늦춘다. 이렇게 되면 아로마는 사라지고 커피는 텁텁해진다. 이 저온 추출은 그런 문제를 예방하고 휘발성 아로마를 더 오래 머금게 한다. 흔히 말하는 냉동볼 추출과 같은 이치다.

 

저온 물을 그대로 두고 그다음 15g의 분쇄된 원두를 붓고 스푼으로 저어준다. 이때 커피 가루를 물에 밀어 넣는 느낌으로 저어주면 된다. 그리고 1분에서 1분 30초를 기다린 후 스위치를 연다.

 

※ 그라인더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해서 코만단테가 아닌 엔코 그라인더를 사용했다.

드리퍼에 50g의 물을 넣는 모습. 저울이 47.5g을 가르키고 있다.원두를 투입하는 모습. 엔코 그라인더를 사용했다.
물을 먼저 담고 커피를 넣는다.

 

스푼으로 커피 파우더에 물을 적시는 모습커피 파우더에 물이 꽤나 적셔진 모습
커피 파우더에 물을 적시는 모습

 

※ 아참 75℃ 물을 부은 뒤 바로 드립포트는 90℃로 온도를 맞춰야 한다.

물 온도를 90도로 맞춘 모습. 뜸 들이기 후 바로 온도를 올린다.
뜸 들이기 후 바로 90℃ 세팅

 

 

스푼 하나로 물줄기 조절까지? 

이제 푸어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중요한 건 드립포트로 붓는 물이 직접 원두를 만나지 않게 하는 것. 스푼을 이용해 물줄기를 분산시킨다. 스푼 위에 물을 흘려보내면서 커피 베드를 건드리지 않고 천천히 물을 붓는다. 이 과정이 정말 재밌다.

 

1차 푸어: 다시 스위치를 닫고 90℃ 물 100g → 스푼 위로 붓기 → 스푼 뒷부분으로 커피 베드를 살짝 파준다. 젓는 게 아니다. 단지 물이 원두 전체에 잘 스며들게 도와주는 정도. 이 상태로 1분 30초 유지 후 스위치를 열어 추출 완료.

드리퍼 내에 스푼을 놓고 그 위에 드립하는 모습
스푼 위로 드립하는 모습

 

2차 푸어: 위와 같은 방식으로 또 한 번. 스위치를 닫고 90℃ 물 100g → 스푼 → 물기둥 → 가볍게 파주기 → 1분 30초 → 추출.

커피 베드를 스푼 뒤로 들어올리는 모습. 커피 배드에 물이 잘 스며들도록 하는 중이다.
스푼 뒷 부분으로 커피 베드를 들어 올리는 모습

끝이다.

테이블 위에 추출된 커피가 담긴 서버와 빈 컵이 놓여있다.
추출 완료된 모습

 

 

추출 순서 정리

시작
시간
Pour
(누적)

온도
스위치 비고
00:00 50g 75℃ off 물→원두
스푼으로 젓기
01:00
(+30)
* * on 완전 추출
01:15 100g
(150g)
90℃ off 스푼을 대고 푸어
02:15
(+30)
* * on 완전 추출
03:25 100g
(250g)
90℃ off 스푼을 대고 푸어
04:20
(+30)
* * on 완전 추출

 

 

신기하게도 안 망한다 - 이 레시피의 장점

이 레시피는 실패 확률이 낮다. 이유는

 

(1) 침지 추출의 안정성: 푸어오버처럼 물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다. 침지는 '넣고 기다리는 침지' 추출이기 때문에, 적당히만 따라 해도 일정한 결과를 낸다.

(2) 필터 보호: 저온 추출이 필터의 막힘을 방지한다.

(3) 드립 기술 필요 없음: 손목 스냅, 회전 푸어, 코인 사이즈 타기팅? 전부 필요 없다. 스푼 위에 붓기만 하면 된다.

(4) 그라인더 영향 최소화: 분쇄도가 고르지 않아도 큰 문제없이 필터링이 된다. 이유는 페이퍼 필터 + 커피 베드 이중 여과 구조 덕분이다.

(5) 커스터마이징 쉬움: 침지 시간을 늘려도 오버익스트랙션(과다 추출) 위험이 적고, 온도나 물 양을 살짝 조절해도 커피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붉은 커피 잔에 추출된 커피를 따르는 모습
컵에 커피를 따르는 모습

 

맛은 어땠냐고? - 직접 추출한 결과

원두는 에티오피아. 산미와 복합적인 꽃향이 있는 커피다. 레시피 그대로 따라 했더니? 단맛이 터지고 혀 끝에 촘촘하게 남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바디는 묵직하지 않지만 밀도 있는 느낌. 클린컵은 V60보다는 부드럽지만 오히려 그게 이 레시피의 매력이다. 라운드 한 질감이 감싼 산미 그리고 잔잔하게 남는 단맛.

붉은 커피 잔에 커피가 담겨 있는 모습
추출 완료

 

약간의 단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추출 시간이 길다. 스푼으로 물을 붓는 과정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2~3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또한, 클린컵이 V60처럼 날카롭진 않다. 대신 바디와 단맛이 두드러진다. 만약 극강의 산미 같은 명료함을 원한다면 이 레시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과일 계열 원두나 내추럴 계열에서는 이만한 단맛 뽑아내는 레시피가 없다.

 

 

마무리는 저어줘야 완성 - 작은 팁 하나

추출이 끝나면 바로 마시지 말고, 꼭 한 번 저어주자. 커피는 추출 단계마다 맛이 다르게 녹아 나온다. 따라서 컵 안에서도 농도가 다르다. 한 번 저어주면 훨씬 조화롭고 일관된 맛이 된다. 각 차수마다 시간차가 큰 이 레시피에서 꼭 필요한 마무리 팁이다.


하리오 스위치의 무한한 매력

하리오 스위치는 정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것 같다. 침지와 여과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레시피 '결과가 너무 좋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 혹시나 커피가 어렵다고 느껴졌거나 맛이 들쭉날쭉했다면 이 레시피 한번 따라 해 보자. 결과는 분명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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