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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Hand Drip Recipe

하리오 스위치의 새로운 사용법: 핫 커피 15g 리버스 추출 따라 해보기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2. 4.

오늘은 이 드립퍼를 이렇게도 사용할 수도 있구나 싶은 내용이다. 주인공은 바로 하리오 스위치. 글 제목만 봐도 뭔가 비범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15g 리버스 추출법이라니. 유튜브 채널 용챔에서 소개된 레시피로 특이해서 따라 해 봤다. 아 손이 좀 많이 간다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렇지도 않은 레시피다. 하리오 스위치의 새로운 사용법 15g 리버스 추출 지금부터 시작한다.

아이랜드 테이블 위에 코만단테와 하리오 스위치 그리고 저울이 놓여 있다.
하리오 스위치와 코만단테

 


물 먼저 커피는 나중에 - 리버스란 무엇인가

커피에서 리버스라 자체가 생소하다. 스테이크에서 리버스 시어링을 들어봤어도 커피 리버스 추출은 처음이다.

 

그럼 뭐가 리버스일까?

보통은 커피를 넣고 물을 나중에 넣는 게 당연한 흐름 아닌가? 그런데 이 레시피는 정반대다. 물을 먼저 넣고 그 위에 커피를 붓는다. 이상한데? 싶지만 논리를 듣고 나면 무릎을 치게 된다.

 

드리퍼에 담긴 원두 가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닷는 윗면은 깨끗한 물이지만 커피층 아랫부분은 커피 성분을 머금은 물과 만난다. 리버스 추출은 이렇게 층마다 물이 다르게 스며드는 걸 막겠다는 거다.

 

물이 원두 가루 전체를 고르게 적시는 구조. 듣기만 해도 균일 추출의 느낌이 확 온다. 중요한 건 이렇게만 바꿔도 향미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거다.

 

 

세팅은 정교하게 - 도구와 분쇄도

레시피는 15g 커피에 물 230g, 비율은 1:15.2. 온도는 92℃, 총 추출 시간은 3분 30초에서 4분 30초. 분쇄도는 평소 분쇄보다 0.5에서 1 클릭 더 곱게 한다. 코만단테 기준 26 클릭이다. 이것만 보면 분쇄도, 물 온도, 커피와 물의 비율 모두 보통의 레시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범한 레시피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의 추출 순서는 조금 파격적이다.

  • 원두 15.g(보통보다 0.5 ~ 1 클릭 정도 곱게)
  • 92℃ 물 230g + 희석용 10g(옵션)

저울 위에 15.3g의 원두가 담긴 컵이 올려져 있다.
15g 원두 준비

 

따라 해 봤다 - 추출 과정

우선 린싱을 진행한다. 스위치를 닫고 뜨거운 물을 드리퍼에 부으면 된다. 다만, 스위치 드리퍼를 충분히 예열하지 않아도 된다. 린싱이 완료되면 스위치를 열어 드리퍼 내부의 물을 빼낸다.

드리퍼 안에 물이 조금 차있는 모습. 필터가 드리퍼에 밀착되어 있다.
스위치를 닫고 물을 부어 린싱

 

1단계: 스위치를 닫고 물 30g 먼저 붓기

리버스 레시피의 핵심이다. 스위치를 닫은 상태로 물 30g을 먼저 넣어 예열한다. 다음에 진행할 기본 적심 기반을 만드는 거다. 이 과정에서 스위치 내부에 갇힌 뜨거운 물이 드리퍼와 필터를 안정적으로 데워주기 때문에 린싱을 오래 할 필요가 없던 거다.

원두 가루가 없는 빈 드리퍼에 물을 붓는 모습. 스위치를 닫고 진행한다.
원두 없이 1차 푸어

 

2단계: 30초 후 원두 15g 투입

30초가 되면 물이 어느 정도 드리퍼를 데운 상태다. 이때 원두를 넣는다. 드리퍼 속 원두 윗면은 처음에는 물기가 없다가 서서히 물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커피 아래부터 물을 흡수하기 시작한 거다. 일반적인 드립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 상태로 또 30초를 기다려준다.

38초에 원두를 붓는 모습. 원두가루를 30g의 물이 담긴 드리퍼에 붓는다.
30g의 물이 담긴 드리퍼에 원두 넣기
2차 푸어 전 모습으로 테두리 약 0.5cm는 물이 젖은 모습이다.
원두 가장자리를 보면 물이 살짝 스며든 모습이 보인다..

 

3단계: 1:00에 물 30g 추가

1분이 되면 여전히 스위치는 닫은 상태로 30g의 물을 추가 푸어한다. 전체 물 60g(사진을 보면 65g으로 5g이 초과 푸어 됨)에 커피가 침지된 상태가 된다. 이 상태로 30초간 더 기다린다. 즉 1분 동안 2단계로 나눠 커피를 물에 침지하는 셈이 된다. 

총 60g의 물이 푸어된 모습. 물이 원두 가루를 전체적으로 적시고 있다.)
총 60g의 물이 푸어된 후

 

4단계: 1:30에 스위치 오픈 (10초 동안 배출)

1분 30초가 되면 스위치를 연다. 이때 10초간 커피 추출액을 서버로 흘러내리며 본격적인 베이스가 만들어진다. 용챔은 이 순간을 매우 중요하게 설명하는데 추출 결과를 설정하는 톤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10초 보다 더 길게 커피를 내리면 약간 더 묵직하고 둥근 느낌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즉, 취향에 따라 조절하는 구간이다.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모습. 드리퍼에서 추출액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스위치를 눌러 여는 모습

 

 

5단계: 1:40에 230g까지 빠르게 푸어링

1분 40초가 되면 굵고 빠르게 저어주듯 물을 부어 드리퍼 내부를 채워준다. 이제 푸어한 물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린다. 총 3분 30초에서 4분 30초 내면 성공이다.

드리퍼 안으로 물을 푸어하는 중. 물줄기가 굵어보인다.
강한 물줄기로 3차 푸어링 중

 

결과는 - 향, 산미, 밸런스까지 다 잡았다

먼저 향. 코에 잔을 갖다 댄 순간 '오?' 소리가 나왔다. 오늘의 원두는 에티오피아 워시드 약배전이었는데 플로럴 계열 향이 유독 선명하게 치고 올라온다. 산미는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왔다 내려간다. 농도는 꽤 균일하고 안정적이다.

결과물이 너무 진하면 기호에 따라 물 10g 정도 희석하면 된다.

아이랜드 테이블 위에 놓인 그레이 컵에 커피 추출액을 따르는 모습.
컵에 추출된 커피를 따르는 모습

 

시작
시간
Pour 량
(누적)
주의 스위치
00:00 30g
(30g)
원두 없이 물만 OFF
00:30 *
(30g)
물 푸어 없이 원두만 넣기 OFF
01:00 30g
(60g)
물 추가 Pour OFF
01:30 *
(60g)
스위치만 열기 ON
01:40 170g
(230g)
빠르고 강하게 휘젓듯 Pour ON
03:30
~04:30
*
(230)
물이 다 빠질 때 까지 기다림 ON

 

실패 없이 해보려면 - 이건 꼭 알아두자

첫째, 분쇄도는 기존보다 약간 더 고운 쪽으로 잡자. 너무 굵으면 향이 빠지고, 너무 고우면 텁텁하다.

둘째, 1분 30초~1분 40초 사이 스위치 오픈하고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맛을 좌우한다. 조금 더 진한 맛을 원하면 1분 45초까지 열어보는 것도 괜찮다.

셋째, 생각보다 더 길게 추출을 받아내야 한다. 표면상으론 추출 멈춘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천천히 계속 떨어지고 있다. 뚝뚝뚝 떨어지다가 뚝... 뚝... 떨어지는 속도가 바뀔 때까지 받아낸다.

노란 테이블에 꽃병과 추출된 커피가 함께 놓여 있다.
추출 완료된 커피


손은 많이 가지만, 확실히 다르다

리버스 추출법 조금 번거롭지만 결과물이 확실히 다르다. 하리오 스위치 생각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에서 나는 미세한 향의 차이를 예민하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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