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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Hand Drip Recipe

핸드 드립 잘 내리는 법: 고정 레시피 + 논리적 변수 조절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2. 12.

어떻게 하면 매번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변수를 줄이고 논리적으로 조정하면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사실 커피를 마시는 건 쉬운데 맛있게 추출하는 방법을 찾는 건 끝이 없다. 분쇄도, 물 온도, 물줄기 강도, 드리퍼 온도, 블룸 시간, 추출 비율… 눈에 안 보이는 수많은 요소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시피를 하나 정해두고 필요한 변수만 조금씩 바꾸는 게 좋다. 오늘은 최고로 완벽한 커피보다 꾸준히 비슷하게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방법이다.

테이블 위에 핸드 드립 도구 세팅, 저울, 서버, 드리퍼
핸드 드립 변수 조정

 


레시피는 하나로 고정 - Two-Pour 방식

어떤 레시피를 써도 상관없다. 하지만 심플할수록 변수를 조정하기는 편하다. 여러 번 나눠 부으면 차수마다 붓는 양도 고민되니깐 말이다.

드리퍼 안에 커피 파우더가 들어 있는 모습
원두가 담긴 모습

 

지금 소개하는 레시피는 매우 심플하다. 15g 커피에 250g 물을 두 번에 나눠 부으면 된다.

  • 뜸 들이기: 45g
  • 푸어: 205g

끝이다.

 

어떤 원두를 쓰든 일단 이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만 조정하는 게 포인트다. 중요한 건 레시피가 아니라 레시피 안에서 얼마나 잘 움직일 수 있느냐다.

 

 

바꿀 수 있는 건 정해져 있다 - 변수의 리스트

변수를 무작정 다 바꾸면 비효율 적이다. 몇 개만 집중해서 관찰하고 조정하는 게 편리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

  • 분쇄도
  • 블룸 시간 (30초~2분)
  • 붓는 강도 (천천히 가는 물줄기 ↔ 빠르고 굵은 물줄기)
  • 붓는 높이 / 원 그리는 방식 / 스월 여부

이걸로 대부분 조절이 된다.

 

만약 추출이 너무 빨리 되면 물이 커피를 충분히 머금지 못하고 그냥 통과하는 거라 볼 수 있지. 추출 시가 늘 늘리려면 잔 안의 커피층을 스푼으로 저어주는(교반 혹은 스월) 거지. 반대로 추출 시간을 줄이려면 교반을 줄이거나 분쇄를 굵게 하면 된다.

 

처음 원두를 받았을 때 - 머릿속 체크리스트

새로운 원두를 받으면 아래 네 가지와 추출 시 관찰이 필요하다.

.

(1) 로스팅 정도(색, 단단함)

⊙ 라이트 할수록 물침투가 어렵고 추출이 느리다. → 물 온도↑, 교반↑, 뜸 들이기 길게

⊙로스티향, 캐러멜 톤일 경우 과하게 밀어붙이면 쓴 맛이 드러나기 쉽다. → 물 온도↓, 부드럽게 붓기, 추출 과압 피하기

 

(2) 로스팅 날짜(가스 양)

⊙ 아주 신선하면 가스 많음 → 뜸 들이기 길게 (가스가 빠지는 시간 확보)

⊙ 오래된 원두는 가스는 줄어들었지만 추출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끝맛이 거칠어질 수 있다. → 온도↓, 전체 추출 강도↓ (지나치게 성분이 많이 나오는 것을 방지)

 

(3) 가공 방식

가공이 강할수록(내추럴 및 무산소) 향미와 바디감은 크지만 과추출로 이어지기 쉽다.

⊙ 워시드: 중립

⊙ 내추럴/무산소: 과추출 시 깨짐 → 추출 강도↓

⊙ 허니: 그 사이 어딘가(컵에서 느껴지는 맛으로 판단)

 

(4) 품종/원산지

에티오피아 계열은 미분 발생 가능성이 있어 추출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 교반을 줄이거나 천천히 붓기

 

(5) 실전 관찰

⊙ 뜸 들이기 시 물이 너무 빨리 빠지거나 가스 반응이 약함: 물이 커피 층 내부로 침투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음 → 뜸 들이기를 더 길게 가져갈지 판단

⊙ 추출이 너무 빠름: 접촉 시간 부족 → 가벼운 스월로 흐름 늦추기

⊙ 추출이 너무 느림 → 교반을 줄이거나 분쇄를 곱게

 

이 다섯 개로 대충의 방향성을 잡는다. 수치보다 관찰이 중요하다.

 

 

정답은 없다. 맛있으면 그만 - 추출 목표

그럼 꼭 수율을 측정해야 할까? 물론 수율을 따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수율을 측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다.

수율보다 맛이 좋으면 된다. 빨리 내려도 맛있을 수 있고, 천천히 내려도 별로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걸렸냐'가 아니라 '마셨을 때 어땠냐'다.

맛있으면 그게 정답이다.

 

 

현장에서 자주 쓰는 조정 공식 - 경험으로 쌓은 미세 조정

자주 쓰는 조정은 이런 식이다.

커피 베드에 물이 들어가 있는 모습.
추출 중인 모습

 

로스티 쓴맛 나면

→ 온도 1~2도 낮추고 물 양도 살짝 줄여 추출 덜 밀기(온도 및 커피: 물 비율 낮추기)

 

라이트인데 너무 연하면

→ 온도 96도 + 교반 많게 + 스월 한 번 추가

 

단맛이 부족하면

→  붓기 세게/ 교반을 적극적으로

→ 또는 분쇄 살짝 더 곱게

 

컵이 비어 보이면

→ 구조감 살리려면 강한 붓기 + 뜸 들이기 시간 늘려서 추출량 확보

 

무산소처럼 향은 강한데 물처럼 느껴지면

→ 1:14로 비율 낮춰 잼미(잘 익은 과일의 농축된 단맛과 점도감)와 바디감 살리기

 

이 내용이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몇 번 써보면 왜 그렇게 했는지 체감이 된다.

 

필터, 그라인더, 그리고 저울

사실 좋은 장비보다 꾸준한 관찰이 더 중요하다.

  • 저울: 1g 오차는 신경 안 쓴다.
  • 그라인더: 미분 많으면 → 굵게 갈아야 막힘 줄고 맛이 깔끔해진다.
  • 필터: 너무 잘 막히면 붓기나 교반으로도 제어가 안 된다.

적당히 걸러주면서 막히지 않는 필터를 선호한다. 그래야 추출 흐름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도구가 추출을 대신하면 안 된다. 결국 맛은 사람이 만드는 거다.


커피는 어렵다. 여러 변수를 동시에 컨트롤하기 쉽지는 않다. 그래서 한 레시피 안에서 반복되는 추출 속에서 조금씩 조정하는 것을 해보는 게 좋다. 커피는 관찰이 필수다. 작은 변수 하나 바꿨을 때 컵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발견하는 것. 그게 커피를 더 깊이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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