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근처 골목 안쪽에 숨은 로스터리 카페 '증가로 커피공방'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카페보다는 '로스터리 공방'이 훨씬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힙하면서도 조용하고 본질에 충실한 커피 공간. 솔직한 인상부터 차근차근 풀어보겠다.
골목 힙한 카페
홍은동에 일이 있어 지나가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들렀다. 위치는 명지전문대학 근처다. 대로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반면 조금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개성 있는 개인 카페들이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증가로 커피공방은 오래된 다세대주택 1층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존재감이 남다르다.
간판? 없다시피 하다. 대신 작은 입간판 하나가 간신히 이곳이 ‘증가로 커피공방’ 임을 알려줄 뿐이다. 앞에 세워둔 초록색 오토바이 한 대가 이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주인장의 취향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로스터리 공방의 메인은?
문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중심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로스터기였다. 떡하니 벽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별도 칸막이 없이 제연기까지 깔끔하게 세팅돼 있다. 이쯤 되면 카페가 아니라 로스터리 공장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테이블도 없다. 입구에 놓인 의자 3개가 전부. 전체적인 분위기만 봐도 '테이크아웃해서 나가세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오히려 이런 무심함이 공간의 정직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장인의 신뢰할 만한 커피
카페 한쪽 벽면에는 로스터 관련 자격증과 상장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나는 커피만 파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다. 신뢰가 간다.
추출 공간에는 시모넬리 머신과 메저 및 EK43 그라인더가 보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하이엔드급은 아니지만 로스터리 기반의 셋업으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장비의 구성이다. 커피 추출은 공간 뒤편에서 이루어진다.
약배전 원두로 구성된 브루잉
핸드 드립용 원두는 무려 9종. 디카페인부터 워시드 그리고 내추럴과 이중무산소 방식까지 가공 방식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 전부 약배전 즉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라는 점이다. 뚜껑을 열어 시향도 할 수 있어서 고르기 쉬웠다.
나는 콜롬비아 후일라 핀카 아내는 에티오피아 시다마를 선택. 브루잉 커피 가격은 4,000원으로 광주 전남대 카페 우든버러보다 저렴하다. 서울에서 이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주인장은 9년 전 명지대학교 앞에서 처음 시작했고 3년 전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고 한다. 9년간 카페를 유지해 왔다는 건 카페도 로스터리도 잘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르딕 커피?
핸드 드립은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로 공간 뒤편에서 이루어진다. 브루잉은 눈으로도 마시는 커피니 손님이 바로 볼 수 있게 앞쪽에서 추출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곳은 굳이 퍼포먼스가 필요 없긴 하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컵 홀더에 원두 정보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원두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았지만 읽기 쉽게 컵 홀더에 부착한 건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카드 형태로 주면 바로 쓰레기 통이니 말이다.
주문한 두 커피는 맛과 향은 다르지만 결은 비슷했다. 매우 연하고 가볍다는 것.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를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마셔보라는 듯했다.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노르딕 커피'를 추구하는 듯했다. 반대로 타격감 있는 한 잔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쉬울 수도 있었다.
라이트로스팅 된 원두에서 느껴지는 산미도 과하지 않았다. 부담 없이 산미를 즐길 수 있는 커피다. 화사한 산미가 치고 들어오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밋밋할 수도 있겠다.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근처 로스터리 카페 증가로 커피공방. '예쁜 카페'를 찾는다면 낯선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라이트 로스팅된 브루잉 커피에 호기심이 있다면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앉아서 오래 머물 공간은 아니지만 커피 한 잔에 묻어있는 이 카페만의 철학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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