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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Common Sense

커피를 깔끔하게 추출하는 방법: 채프 제거 방법 두 가지 소개

by 호기심 대장 (CuriousCat) 2025. 12. 17.

오늘은 진짜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미세한 맛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제목부터 말하자면 커피 깔끔하게 추출하는 방법 - 채프 없애기다. 유튜브 채널 용챔 영상을 기반으로 실제로 내가 해보고 느낀 바를 토대로 쓰려고 해. 솔직히 말하면 이건 깨끗하게 먹기 위한 디테일이다. 어느 정도 커피를 추출해 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일 거다. 

코만단테 그라인더와 에어 블로어가 보인다. 그라인더 바닥에 채프가 붙어 있다.
그라인더에 붙어있는 채프


 

채프가 뭐길래?

채프(Chaff)는 생두의 겉껍질이다. 생두를 로스팅할 때 아주 얇게 벗겨져 나온 껍질 조각이 분쇄한 커피가루 사이사이에 남아 있게 되는데 이게 채프다. 채프가 커피 맛에 영향을 준다. 그 차이가 아주 크진 않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맛에 민감하다면 분명히 거슬린다. 특히 미분과 채프가 섞인 커피는 묘하게 쌉싸름하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코만단테 그라인더에 채프가 붙어 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에 붙은 채프

 

이걸 제거하면 맛이 더 깔끔해진다. 커피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도 채프를 제거한 원두로 추출하는 걸 보면 분명 맛에 영향을 줄 거다.

 

 

방법은 두 가지다

이번 실험에서 내가 따라 해 본 채프 제거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장 쉬운 방법. 분쇄한 뒤 공기나 바람을 이용해 채프를 날리는 것.

두 번째는 이보다 약간 번거로운 더블 그라인딩 방식이다. 먼저 굵게 한 번 갈고 채프를 제거한 뒤 다시 원하는 분쇄도로 갈아주는 방식이다.

 

이 둘을 직접 비교 테이스팅 해봤고, 실제로 맛의 차이도 느껴졌다. 이제 하나하나 풀어보자.

 

 

필요한 준비물

우선 분쇄는 일반적인 핸드밀이나 전동 그라인더 모두 사용 가능하다. 내가 이번에 사용한 건 코만단테 그라인더.

 

결점 트레이: 분쇄한 원두를 담을 수 있는 얇고 넓은 접시 형태의 트레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훨씬 편하다고 한다. 꼭 전용 제품이 아니어도 다이소 같은 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접시로 대체 가능하다. 나는 접시를 사용했다.

흰색 사각 접시에 분쇄된 원두가 담겨 있다.
접시에 펼쳐놓은 분쇄된 원두

 

에어 블로어: 카메라 렌즈 청소할 때 쓰는 공기 펌프 같은 거다. 가격도 저렴하고 하나쯤 갖고 있으면 꽤 유용하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첫 번째 방식 즉 에어블로잉을 이용한 채프 제거를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다.

추출할 원두가 담긴 컵이 저울위에 올려져 있고 나는 에어 블로어를 들고 있다.
에어 블로어

 

첫 번째: 에어블로잉 방식으로 채프 제거하기

먼저 원두를 원하는 분쇄도로 갈고 트레이에 펼쳐 놓는다. 그 위에 남아 있는 얇은 채프들은 입으로 내는 바람과 에어 블로어를 함께 사용해 날려주면 된다. 내가 해보니까 너무 세게 불어도 안되고 약하게 불어도 안된다. 바람 세기 조절이 관건이다. 잘하면 생각보다 깔끔하게 채프가 분리된다.

사각 접시에 원두가 담겨 있다. 원두에는 많은 채프들이 보인다. 채프를 에어 블로어로 날려버리는 모습
에어 블로어로 채프를 날리는 모습

 

※ 추가 팁

집에서 할 때 주의할 점은 장소다. 책상 위에서 하면 주변에 커피 가루 날아다닌다. 가장 좋은 장소는 싱크대다. 트레이를 살짝 기울이고 입으로 살살 불어주거나 에어 블로어로 가볍게 공기를 불어넣으면 채프만 날아간다.

개수대에 채프들이 떨어져 있다.
개수대에 떨어진 채프들

 

여기서 중요한 건 커피 무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약 0.5g~1g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그라인딩 할 때 0.5 ~ 1g 정도 넉넉하게 계량하는 게 좋다.

 

 

두 번째: 더블 그라인딩 방식으로 채프 제거하기

이건 좀 더 번거롭다. 굵은 분쇄도로 먼저 한 번 갈고 그 원두에서 채프를 제거한 뒤 다시 원래의 분쇄도로 한 번 더 가는 방식이다. 코만단테 기준 평소 25 클릭으로 추출한다면 첫 분쇄는 50 ~ 60 클릭으로 갈아준 후 채프를 날리고 다시 25 클릭으로 분쇄하는 식이다.

 

굵게 분쇄된 상태에서는 채프가 상대적으로 잘 떨어져 나간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에어블로어에 커피 가루가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 않아 채프만 날리기 쉬운 거다. 다만, 다시 갈면서 열과 마찰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향미가 조금 손실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더블 그라인딩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 하면 너무 번거롭다.

 

 

직접 테이스팅 해봤다

실제로 두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비교 테이스팅 해봤다. 커피는 케냐 AA 내추럴을 사용했고 동일한 추출 레시피로 내렸다.

빨간 텀블러에 얼음이 담겨 있고 비커에는 추출된 커피가 얼음과 함께 담겨 있다.
추출한 아이스커피

 

■ 채프 제거 안 한 커피

산미는 살짝 묻히고 약간 구수한 느낌이 남았다. 무게감이 더 강한 느낌, 약간의 텁텁함도 있었다. 깔끔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인상이다.

 

■ 채프 제거한 커피

향미가 더 맑게 전달된다. 특히 과일 향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산미도 밝게 표현된다. 맛이 좀 더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느낌. 깔끔함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차이다. 물론 기호에 따라선 채프가 남아있는 쪽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채프 특유의 고소함과 묵직함이 있기 때문. 하지만 적어도 과일 계열의 밝은 커피를 즐긴다면, 채프를 제거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채프, 꼭 제거해야 할까?

사실 꼭은 아니다. 번거롭기 때문이다. 번거로움을 이길 만큼 맛의 변화가 크지는 않다고 느껴졌다. 다만, 좋은 원두를 샀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며 꼭 해보길 추천한다. 단돈 만 원 이면 장비도 갖출 수 있고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더 많은 풍미를 담아내고 싶다면 이 치트키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채프 제거는 일종의 디테일이자 정성 같은 거니깐

 


맛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작은 습관

채프 제거는 기술적인 접근이라기보단 좋은 커피를 향한 의지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한 번 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실험해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건 바로 선명도와 깔끔함. 어떤 커피를 마시든 향미의 층이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건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이다. 매번 할 필요는 없지만 비싼 원두라면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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