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 정도 핸드 드립을 해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특히 뜸 들이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물을 붓는 방식에 대해서도 살짝 다뤄본다. 유튜버 Lance Hedrick의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뜸 들이기가 뭐, 물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CO₂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뜸 들이기와 물줄기가 커피 맛을 바꾸는 이유를 알아본다. 푸어오버 고급 레슨 지금 시작한다.

뜸 들이기(Bloom)를 하는 진짜 이유
커피를 처음 접할 때 이렇게 배운다. '첫 푸어(물 붓기)는 물을 조금 부어서 뜸을 들이세요.' 왜? 그게 좋다고 하니까. 하지만 왜 좋은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 글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뜸 들이기의 본질은 CO₂ 배출이다.
갓 볶은 커피 안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들어 있다. 이 가스가 추출을 방해한다. 물이 커피 가루 사이로 침투해야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데 가스가 그 길을 막기 때문이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물은 흘러내리기만 하고 커피 입자와는 제대로 접촉하지 못한다.
그런데, 뜸 들이기 시간은 원두마다 달라야 한다. 신선한 약배전 원두 CO₂가 많아 뜸 들이기를 길게 해야 한다. 반대로 오래된 커피나 디카페인은 짧게 하는 게 좋다.
High and Dry
뜸 들이기가 짧을 때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High and Dry다. 이는 커피 가루가 벽면에 말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뜸 들이기가 짧으면 CO₂가 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러면 물이 내려가다가 벽에 붙은 가루는 건드리지 않고 지나쳐 버린다. 여기는 추출이 거의 안 된다.


그럼 그 결과는? 추출이 고르지 않아서 맛이 날카롭고 허전해진다.
반대로, 2분 뜸 들이기를 한 경우에는 두 번째 물을 붓자마자 가루들이 가라앉고 바로 추출이 시작된다.
만약 충분한 뜸 들이기를 할 시간이 없다면 뜸 들이기 물 푸어 후 스푼으로 교반을 해주면 CO₂ 배출에 도움이 된다. 혹은 드리퍼를 살짝 들었다 쿵 내리면 부풀었던 커피빵이 터지면서 CO₂를 배출한다.
물줄기 하나로 맛이 바뀐다?
물 붓는 방식에 따라 커피 안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이 달라진다.
라미나 푸어(Laminar Pour)


- 가늘고 일정한 물줄기. 커피 베드를 거의 건드리지 않음.
- 섬세한 추출에 적합하지만 교반 효과는 낮음.
- 위의 좌측 비커 사진을 보면 물속 변화가 거의 없다.
터뷸런트 푸어(Turbulent Pour)

- 물줄기가 깨지기 직전 지점에서 붓는 방식.
- 강력한 교반이 일어나며 가스 제거와 성분 추출에 매우 효과적임.
- 단맛, 구조감, 복합미를 살릴 수 있는 스타일.
- 위 사진을 보면 물속 교반이 강하게 일어난다.
오스모틱 푸어(Osmotic Pour)

- 일부러 물줄기를 베드에 닿기 전에 흩뿌려서 약한 교반 유도.
- 다크 로스트나 과추출 방지용. 추출을 덜 밀어붙이고, 부드러운 맛 연출에 적합.
- 위 사진을 보면 교반이 일어나긴 하지만 터뷸런트처럼 강하지 않다.
같은 원두도 붓는 법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진다. 이건 단순한 감이 아니라 추출 구조 자체가 바뀌는 거다.
커피 베드 안에서 벌어지는 일 - 층화, 미분, 채널링
뜸 들이기가 충분하면 커피 입자들이 층을 이룬다. 이걸 Stratification, 층화라고 부른다.
- 맨 아래: 미분(가장 작은 입자들)
- 중간: 중간 입자
- 위쪽: 큰 입자들
이렇게 정렬되면 물이 각 층을 균일하게 통과하면서 다양한 맛을 균형 있게 추출해 낸다.
하지만 뜸 들이기가 부족하거나 붓는 방식이 잘못되면 이 구조가 깨지고 특정 부분만 물이 지나가는 채널링이 생긴다. 맛은 날카롭고 컵은 빈약하게 된다.
푸어의 횟수도 맛을 바꾼다
물을 여러 번 부으면 베드를 계속 건드리게 된다. 이건 미세 입자가 필터를 막게 만들고, 추출 시간을 길게 만들어 컵이 거칠고 밋밋하게 바뀐다.
그래서 가능하면 적은 횟수의 푸어로 완성하는 것이 좋다. 이게 바로 고수들이 말하는 컨트롤 가능한 추출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다르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CO₂가 훨씬 적다. 그래서 뜸 들이기 시 거품도 거의 없다. 즉, 굳이 길게 뜸 들이기를 할 필요도 없다. 짧게 뜸 들이고 곧장 추출에 들어가는 게 더 적합하다. 또, 디카페인은 미분이 많아 필터 막힘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푸어 강도는 낮게 교반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뜸 들이기는 커피 가루에 물을 적시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한다. CO₂를 제거하는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뜸 들이기 시간은 원두 상태에 따라 시간은 달라져야 한다. 약배전일 수록 길게 하는 게 좋다. 또한, 물을 붓는 스타일 또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푸어하자. 푸어 횟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일정한 맛을 내기 쉽다. 뜸 들이기로 만든 층화가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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