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관광지역 중 하나가 시먼딩 야시장이 있는 시먼(Ximen, 西門)입니다. 시먼에도 유명한 카페들이 많지만 전통의 사이폰 커피를 맛보기 위해 펑다카페이를 찾았습니다. 1956년에 문을 연 펑다카페이는 그 역사만큼이나 클래식한 감성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사이폰 커피 맛집 타이베이 카페 펑다카페이(蜂大咖啡, Fong Da Coffee)의 매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줄을 서시오
카페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줄이 보이지 않아 우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죠. 그러자 직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테이크 아웃을 할 것인지 안에서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안에서 마실 거라 하니 밖으로 나가 줄을 서라고 했습니다.(줄을 안 섰다고 혼나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디가 줄인 지 어리둥절해 있을 때 다른 분이 와서 대기줄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대부분 직원들의 연령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분들의 말투나 행동은 요즘 카페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오래된 국밥집의 주인아주머니 말투와 행동을 닮아 있었습니다.
밖에서 아크릴 통에 담긴 판매용 원두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개별 통마다 원두의 종류와 가격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그 위쪽으로는 오래된 커피 추출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50년대 감성을 간직한 곳
펑다이카페이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입구에 자리 잡은 유리 진열장에는 다양한 전통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빈티지한 커피 기구들이 장 하나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로스터기가 놓여있습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이겠죠. 로스터가 로스팅된 원두 바라보며 원두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커피 추출 공간을 지나 안내받은 자리로 향했습니다. 커피를 추출하는 공간은 매우 좁아 보였습니다. 얼핏 EK 43S 그라인더가 보였습니다. 추출 공간 뒤편에는 오래된 수동 커피 그라인더와 컵들이 놓여있었습니다.
안쪽 공간이 넓지는 않았습니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타일 바닥까지 모든 것이 195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교토의 오래된 카페와 대만의 카페가 섞여있는 듯했습니다. 테이블 위는 각종 커피 추출 기구들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도 오래된 체즈베와 모카포트 그리고 퍼콜레이터 등의 커피 추출 기구들이 보였습니다. 카페 곳곳에서 카페 역사가 보이는 듯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
펑다이카페이 대표 메뉴는 단연 사이폰 커피입니다. 카페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사이펀을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길이 능숙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추출 과정을 직접 보기 힘들 다는 것이었습니다. 좁은 추출 공간 덕에 사이폰 기구들이 시야보다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여줄 필요가 없어서인지 열원도 할로겐램프가 아니라 가스버너였습니다.
사이폰 커피는 다양한 원두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100 ~ 300 대만 달러 (한화 4.400원 ~ 13,300 원)로 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사이폰 커피 이외에도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와 차 그리고 주스도 있었습니다. 음료뿐만 아니라 커피와 곁들이기 좋은 전통 과자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맛을 보진 못했지만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좋은 합도소(合桃酥)라는 호두과자가 유명한 듯했습니다. 이 외에도 녹두 케이크, 아몬드 케이크 등 여러 가지 중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장인의 사이폰 커피
파나마 게이샤와 블루마운틴 No.1 원두로 사이폰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주문 후 커피가 나오면 주문서를 테이블에 놓아줍니다. 결제는 이때 해도 되고 나갈 때 해도 됩니다. 저희는 커피가 서빙된 후 돈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가져가서 거스름돈을 돌려주셨습니다.
커피는 도자기 잔으로 서빙되었습니다. 교토처럼 찻 잔으로 한 잔 정도 분량이었습니다. 서빙된 커피를 식히기 위해 1분을 기다렸다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폰 커피는 뜨거운 온도로 추출되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다 마시는 게 좋습니다.
파나마 게이샤는 코 끝에 꽃향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정도 산미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모금에 꽤 진한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이트로스팅인데 중약배전 혹은 중배전의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진하지만 쓴 맛은 없이 추출된 커피였습니다. 식을수록 산미가 혀 끝을 자극했습니다. 천천히 마시면서 온도에 따라 변하는 커피 맛을 즐겼습니다.
블루마운틴 No.1은 상대적으로 산미가 거의 안 느껴졌습니다. 질감은 파나마 게이샤처럼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후미 역시 깔끔해 좋았습니다. 식어가면서 약간의 산미가 은은히 올라왔습니다.
펑다카페이의 사이폰 커피는 지금까지 마셨던 사이폰 커피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약배전으로 이 정도 질감과 뉘앙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지금까지 타이베이 카페 펑다카페이(蜂大咖啡, Fong Da Coffee)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대한민국이나 대만이나 트렌디한 카페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펑다이카페이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곳은 드뭅니다. 타이베이를 여행하신다면 역사와 함께 맛있는 사이폰 커피가 있는 펑다카페이를 꼭 들려 보세요. 깊고 진한 한 잔의 커피와 타이베이의 레트로 감성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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