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카페 프로젝트 킵(Project Keep):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카페

눈부신 네온사인과 트렌디한 부티크가 가득한 타이베이 다안구. 그곳 골목 한편에 마치 비밀스러운 초대장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카페, 프로젝트 킵(Project Keep) 커피 한 잔이 하나의 경험이 되는 공간 그곳으로 들어서 보자.

 

카페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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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

프로젝트 킵(Project Keep)은 다양한 카페와 칵테일 바 그리고 음식점이 가득한 골목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보면 둥근 모서리 덕에 'HEEP'라고 보이는 ‘KEEP’이란 글씨를 잘 봐야 한다. 간판에 Project라는 글자가 없어 지나치기 쉽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Project라는 글자가 없는 간판

 

입구에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끈다. 'Keep in touch. Keep in mind. Keep in secret.' 프로젝트 킵의 철학을 응축한 이 메시지는 카페 인스타그램에 쓰여있는 'Keep sipping, self unfolds'와 맞닿았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 순간이 어딘가에 소중히 간직되기를 바라는 듯.

Keep in touch, Keep in mind, Keep in secret’

 

카페에 들어서면 짙은 녹색 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묵직하지만 차분한 색감, 그 위에 은은한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다크톤의 가구와 대리석 바 테이블은 세련되면서도 미니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Bar) 스타일의 테이블은 고객과 바리스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한다. 이곳에서의 커피 한 잔은 바리스타와의 대화 그리고 커피를 둘러싼 이야기가 더해지며 하나의 경험이 된다.

바(Bar) 스타일의 테이블

 

 

※ 바 테이블 뒤편에 커피 머신과 핸드드립 장비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깔끔한 작업 공간에서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엿보인다.

핸드 드립 도구

 

커피와 디저트의 페어링

프로젝트 킵이 특별한 이유는 인테리어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커피 한 잔에 철학과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세심한 레시피는 신기함을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디저트가 하나의 페어링으로 서빙된다. 커피를 주문하면 페어링 되는 디저트가 디저트를 주문하면 커피가 페어링 되어 서빙된다. 

심픓한 메뉴판

한글로 번역한 메뉴판

 

1.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스티밍 과정을 거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거품이 올려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에스프레소로 얼음을 먼저 녹인 후 다시 얼음을 추가해 온도와 질감의 미묘한 균형을 맞춘다. 단순한 시원함이 아니다. 한 모금 머금으면 산미가 은은하게 퍼지고 뒤이어 에스프레소의 톡 쏘는 느낌이 고개를 내민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거품이 올라와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 바리스타(주인장)는 커피나 디저트가 나올 때마다 빼먹지 않고 설명을 곁들여준다. 영어도 능숙하지 않은 듯 서빙 때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설명해 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바리스타의 설명

 

2. 부디노 (이탈리아 푸딩)

앞서 말했듯 커피와 디저트가 하나의 페어링으로 서빙된다. 부드러운 질감의 이탈리아식 푸딩은 푸딩만으로는 심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커피와 함께할 때 그 진가가 발한다. 특별한 맛보다는 커피와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씁쓸한 에스프레소 덕에 부디노의 달콤함이 더욱 커진다. (단맛이 싫다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 푸딩인 부디노

 

3. 테이스팅 메뉴 (Tasting Menu)

커피 한 잔으로는 부족하다면 프로젝트 킵의 시그니처 메뉴인 테이스팅 메뉴를 경험해야 한다. 같은 원두로 만든 네 가지 커피를 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 커피 한 잔 한 잔이 하나의 챕터가 되고 미각과 후각이 새로운 경험으로 즐거워진다. 각 코스마다 더해지는 바리스타 친절한 설명 덕에 맛이 층층이 쌓인다.

 

첫 번째: 원두 수프로 추출한 커피

원두를 ‘수프’처럼 다룬다는 개념 자체가 신선하다. 과일의 산미와 초콜릿의 쌉싸름함이 공존하는 커피. 바리스타의 설명과 함께 음미하면 더욱 특별해진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오징어 스틱이 의외로 잘 맞는다. 아쉬움이라면 소통의 어려움으로 원두 수프의 실체(원두로 수프를 만들었다는 건 뭐지?)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

원두 스프 커피와 오징어 스틱

첫 번째 코스의 설명

 

두 번째: 수비드 방식으로 추출한 라테

두 번째 코스는 클래식. 원두를 수비드 해서 추출한 라테. 클래식이지만 이 또한 실험적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으나 크리미 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클래식한 듯하지만 프로젝트 킵만의 실험 정신이 깃든 한 잔이다. (프로젝트 킵의 커피들은 전체적으로 강렬하다기보다 온순했다.)

 

※ 두 번째 코스는 아메리카노 라테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다. 핫과 아이스도 선택할 수 있다.

아이스 라테

 

두 번째 코스 설명

 

세 번째: 로젤과 들깻잎이 들어간 커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커피. 로젤과 들깻잎이라는 독특한 조합과 강한 단맛이 인상적이다. 염소 치즈와 함께 즐기면 단맛이 극대화된다. 익숙한 듯 낯선 감각적인 한 잔. 실험적인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메뉴다. 들깻잎이 들아갔다고 하는데 들깨향은 많이 나지 않아 거북함이 없다. 아마 한국 들깨와 다른 모양이다.

와인과 같은 커피

세 번째 코스 설명

 

네 번째: 아포가토

클래식한 아포가토도 프로젝트 킵에서는 조금 다르다. 쌉쌀한 에스프레소와 달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만나 조화를 이룬다. 다른 메뉴들처럼 과하지 않은 프로젝트 킵만의 뉘앙스가 담겨있다.

아포카토

 

네 번째 코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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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싶다면 대만 타이베이 카페 프로젝트 킵(Project Keep)을 들려보기를 권한다. 짙은 녹색의 차분한 공간과 평범하지 않은 메뉴들 그러나 매섭지 않고 온순한 커피들.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프로젝트 킵에서 그들의 슬로건처럼 나를 발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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