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핸드드립 이야기다. 집에서 커피 내려 마셔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똑같은 원두와 똑같은 드리퍼 그리고 똑같은 물인데도 카페에서 마셨던 그 향긋함이 안 난다. 이상하지? 오늘은 그 이유를 아주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파헤쳐볼 거다. 드립이 감성을 넘어 과학이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다. 자 그럼 시작한다.

똑같은 원두인데 왜 맛이 다르냐고?
간단하게 말하면 추출 변수를 통제하지 못해서다. 요리할 때 불 세기 하나만 달라져도 맛이 확 바뀐다. 미세한 물줄기로 커피 성분을 우려내는 핸드드립도 마찬가지다. 드립은 감각의 싸움 이전 과학이다. 물리, 화학, 통계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작은 실험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서는 그 실험을 반복하고 변수 하나하나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드립 변수 총정리: 맛을 지배하는 8가지 힘
핸드드립은 7가지 변수가 전부다. 이걸 모르면 맛을 운에 맡겨야 한다.
1. 뜸 들이기
핵심은 첫 단계인 뜸 들이기. 이건 의미 없이 물 한 번 적셔주는 게 아니다. 원두 속 이산화탄소를 빼주는 중요한 순서. 이게 제대로 안 되면 추출도 엉망 된다. 레시피 대로 물의 양과 시간을 지킨다. 타이머로. 추출에 익숙하지 않을 때 일 수록 저울과 타이머는 필수다.

■ 여러 가지 조건 하에 뜸 들이기 방법
- 로스팅 포인트: 라이트 > 미디엄 > 다크
- 디개싱 기간: 길수록 시간 줄어듦
- 분쇄도: 고울 수록 줄어듦
| 뜸 시간 | 물의 양 | 비고 | |
| 라이트 로스팅 | 35~40초 | 원두 2~3배수 | 딱딱한 조직, 충분히 적시기 |
| 미디엄 로스팅 | 약 30초 | 원두 2배수 | 기본 세팅 |
| 다크 로스팅 | 20~30초 | 원두 1~1.5배수 | 물을 적게, 쓴맛 방지 |
| 볶은지 1~2일 | 35~40초 | 가스 방출 집중 | |
| 볶은지 2~3주 | 25초 | 향 손실 방지 | |
| 고운 분쇄 | 25~28초 | 과추출 방지 | |
| 굵은 분쇄 | 35~40초 | 충분히 적셔주기 |
2. 물의 양
커피는 95%가 물이다. 물을 적게 쓰면 진하지만 떫을 수 있고 많으면 연하고 밍밍할 수 있다. 이때 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 하나는 마실 양을 모두 푸어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진하게 조금 추출한 뒤 물을 가수 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쓴 맛이 강하게 날 수 있는 원두(강배전이나 품질이 낮은 원두)는 진하게 조금 추출한 뒤 물을 가수 하는 게 좋은 듯하다.
3. 물의 품질
수돗물, 생수, 정수된 물... 다 똑같다고? 전혀. 염소 냄새, 미네랄 과다, 탁한 물맛은 커피를 망친다. 미네랄 함량 50~100ppm 정도의 부드러운 물이 최적이다.
4. 푸어링 속도
물이 원두에 닿는 속도가 향을 결정한다. 그 결과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 천천히 붓는다 → 접촉 시간 길어짐 → 진하고 단맛과 쓴맛이 복합된 풍미
⊙ 빠르게 붓는다 → 접촉시간이 짧아짐 → 과다 추출을 방지해 깨끗하고 산뜻한 산미
5. 물 온도
뜨거운 물일수록 커피 성분도 더 많이 추출되지만 쓴맛도 따라온다. 원두의 로스팅 포인트별로 온도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 라이트 로스트: 94 ~ 95℃
⊙ 다크 로스트: 88 ~ 90℃
☞ 팁: 만약 온도 조절 되는 드립포트가 없다면 전기포트로 물을 끌인 후 드립포트로 가열된 물을 옮겨 사용하게 된다. 이때, 포트가 자동으로 꺼지기 전에 뚜껑 열면 계속 끓는다. 그 물을 써라. 옮기는 과정에서 물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도 온도계는 필수다.
6. 분쇄도
분쇄도가 굵으면 물 통과 속도가 빨라져 추출시간이 짧아진다. 산미가 강조되고 깔끔하고 밝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반대로 굵으면 추출시간이 길어져 진하고 단맛과 쓴맛이 조화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너무 굵거나 고으면 밋밋해지거나 떫은맛이 날 수 있다. 설탕과 굵은 소금 사이 어딘가가 적당하다.
☞ 팁: 꼭 그라인더 린싱(Leasing) 해라. 지난 커피 찌꺼기는 버리고 시작하자.
7. 추출 시간
⊙ 2분 30초~3분: 골든 타임
⊙ 2분 이하면: 향이 약하다
⊙ 3분 30초 넘어가면: 쓴맛 쏟아진다
☞ 드리퍼에서 1초에 한 방울 이하로 떨어지면 멈춰도 된다.
8. 디개싱 기간
⊙ 로스팅 3~7일 후가 가장 안정적이다.
막 볶은 원두는 향이 아니라 가스만 넘친다. 물도 흡수 안 된다. 적정 기간 쉬게 해 준 원두가 진짜 향을 뿜는다.
향미 조율의 기술: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는 직접 만든다
앞의 8가지만 잘 지키면 안정적인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나만의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싶다면 이제부터 잘 보자. 드립을 해본 사람이면 주로 추출하는 레시피가 있을 거다. 이를 기본 레시피라고 하자. 이 기본 레시피의 디테일을 조율하면 나만의 개성을 가진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그 디테일을 조율하는 기술 세 가지.
1. 1차 푸어 = 향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 향이 약하다 → 1차 푸어를 늘린다.
⊙ 쓴맛이 강하다 → 1차 푸어 줄인다.
앞쪽 물이 많고 느리면 산미/과일향, 적고 빠르면 단맛/바디감이 살아난다.
단, 1차 추출이 80g가 넘어가면 바이패스를 주의해야 한다.
2. 1차 푸어 + 교반 = 균형 있는 추출
1차 푸어 시 드리퍼를 가볍게 흔들거나(스월링) 스푼으로 저어주면 더 균일하게 추출된다. 교반이 필요할 때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처럼 내부 조직이 단단해 물이 잘 스며들지 않을 때다. 다크 로스팅 원두 추출 시 교반을 하면 과하게 쓴맛만 우러난다. 같은 이유로 3차 Pour 이후에는 교반을 진행하지 않는다.

3. 마무리는 브리딩(Breathing)
추출이 끝났다고 바로 컵에 붓지 말자. 서버를 한두 바퀴 돌려주면 산소와 섞이면서 향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와인처럼 향을 열어주는 과정이다.

커피는 조율이다. 산미를 좋아하든 고소한 맛을 좋아하든 기본을 아는 사람만이 취향에 맞춰 변형할 수 있다. 핸드드립은 과학이다. 반복, 실험, 기록 위에서 완성된다. 음악이 귀로 듣는 예술이라면 커피는 입으로 마시는 실험이다. 기본을 튼튼히 하고 변형을 테스트하다 보면 어느덧 내 취항에 맞는 레시피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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