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핸드 드립 이야기다. 단, 레시피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글도 아니다. 그 반대다. 핸드 드립 브루잉에서 하지 말아야 한느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부터 핸드 드립 부루잉 실수 10가지를 살펴보자.

커피를 내리다 보면 좋은 레시피를 따라 했고 원두도 괜찮았는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뭔가를 더 했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해서 마음에 안 드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핸드 드립은 변수가 겹겹이 쌓인 추출 방식이다. 같은 원두와 같은 레시피를 써도 맛이 매번 달라지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몰라서가 아닐 확률이 크다. 기본적인 실수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 소개하는 내용의 핵심은 더 잘하려고 애쓰기 전에 망치는 행동부터 멈추자는 거다.
1. 수돗물 사용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건 물이다. 커피 한 잔의 98퍼센트 이상은 물이다. 그런데도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에 따라 수돗물에는 염소 성분이 남아 있거나 미네랄 함량이 과도하게 높을 수 있다. 이런 물로 추출한 커피는 산미가 탁해지고 단맛은 눌리며 끝맛에는 텁텁함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원두를 써도 커피 전체 인상이 흐릿해진다.
물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커피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정수된 물이나 미네랄 밸런스가 안정적인 생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향의 분리와 선명도는 눈에 띄게 좋아진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생수 대부분은 미네랄 밸런스가 좋다.

2. 필터 린싱 건너뛰기
다음으로 자주 보는 실수는 필터 린싱을 건너뛰는 것. 종이 필터를 드리퍼에 끼운 뒤 바로 원두를 넣고 추출을 시작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물론 린싱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좋은 필터도 있다. 그래서 린싱을 하지 말라는 영상도 많이 있다.
다만, 린싱을 하지 않으면 종이 특유의 냄새와 맛이 커피에 그대로 섞이는 필터도 있다. 특히 브라운 필터들은 대부분 특유의 종이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린싱은 필터를 드리퍼에 잘 밀착시키는 역할도 한다. 둘의 밀착이 좋지 않으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지 않는 이른바 바이패스가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커피가 밍밍해지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차가운 드리퍼와 서버는 추출 초반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안정적인 추출을 방해한다. 뜨거운 물로 필터를 충분히 적셔 드리퍼와 서버를 함께 예열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린싱 물이 아깝다고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린싱한 물은 반드시 버리고 추출을 시작하자.
3. 저울 없이 원두 계량
그다음은 계량이다. 핸드 드립은 감각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기본은 정확한 계량에서 시작된다. 원두의 밀도는 품종과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스푼이나 눈대중에 의존하면 항상 오차가 생긴다. 원두 1그램 혹은 물 10그램의 차이로 추출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산미와 단맛의 균형은 아주 작은 차이에도 크게 반응한다. 전자저울을 사용해 원두와 물을 정확히 재는 습관은 생각보다 빠르게 실력을 끌어올려 준다. 보통 원두 1에 물 15에서 17 정도의 비율을 기준으로 삼고 그 안에서 취향을 조정하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다.
저울은 0.1g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것으로 구매하자.

4. 대충 하는 뜸 들이기
뜸 들이기 단계에서도 실수가 잦다. 뜸 들이기는 커피 가루에 물을 적시는 과정 이상이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원두 내부에 갇혀 있던 가스를 충분히 배출시키는 데 있다.
뜸 들이기 시 물이 닿지 않은 마른 가루가 남아 있으면 그 부분에서는 가스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럼 이후 물 붓기 시 물을 밀어내게 된다. 그러면 물길이 한쪽으로 쏠리는 채널링이 발생하고 커피가 충분히 우러나지 않은 상태로 내려온다. 흔히 속이 빈 듯한 신맛이 나는 이유다.

물을 부은 뒤 드리퍼를 가볍게 흔들거나 스푼으로 살짝 저어 모든 가루가 고르게 젖도록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뜸 들이기를 대충 하면 이후의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5. 미리 원두 분쇄
미리 갈아둔 원두를 사용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아무리 좋은 레시피와 장비를 사용해도 원두가 신선하지 않으면 결과는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분쇄된 원두는 가장 빠르게 산패된다. 원두는 분쇄되는 순간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급격히 넓어지고 산화가 시작된다. 분쇄 후 15분만 지나도 커피의 핵심 향미 성분 상당수가 사라진다. 향은 평평해지고 단맛은 줄어들며 쓴맛만 남는다. 항상 추출 직전에 분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그래서 그라인더 구매는 필수다.
6. 벽면으로 물 붓기
추출 중에 드리퍼 벽면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지 않고 필터를 따라 바로 내려가게 된다. 이른바 바이패스가 일어난다. 그 물은 커피 성분을 거의 추출하지 못한 채 전체 농도만 희석시킨다. 결과적으로 향은 흐릿해지고 맛의 중심이 무너진다.
물은 항상 커피 가루 위에 안정적으로 붓는 연습이 필요하다. 붓는 위치와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추출의 완성도는 눈에 띄게 올라간다.

7. 100℃ 가까운 물 사용
물 온도에 대한 집착도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물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배전 커피라고 해서 끓는 물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쓴 성분과 불쾌한 로스티 향까지 과도하게 추출된다. 수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맛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
초약배전도 93℃ 이하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일반적인 약배전은 90에서 91도, 중배전 이상은 90도 미만의 물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레시피에 따라 의도적으로 95 ~ 96 ℃ 되는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별한 의도가 실린 레시피가 아닌 한 너무 높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다.

몇 도의 차이가 커피 인상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8. 많이 나눠 붓기
물을 너무 여러 번 나누어 붓는 것 역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여러 번 나누어 붓는 레시피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물을 자주 붓는 과정에서 커피 침전물이 과도하게 움직이고 미분이 필터를 막아 물 빠짐이 느려질 수 있다.
특히 미분 발생이 많은 그라인더를 사용할수록 이런 현상은 쓴맛과 텁텁함으로 직결된다. 물을 두 번 정도만 나누어 부었을 때 더 깔끔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 붓는 횟수는 레시피가 아니라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9. 잦은 장비 교체
드리퍼를 자주 바꾸는 것도 핸드 드립을 어렵게 만든다. 드리퍼가 새로 출시될 때 더 균일한 추출을 돕는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리퍼를 바꾸는 순간 변수는 늘어나고 무엇이 맛에 영향을 주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하나의 드리퍼를 정해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기본 변수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을 때 장비 차이도 의미를 갖는다.

10. 추출 시간과 분쇄도 집착
마지막으로 추출 시간과 분쇄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 총 추출 시간은 참고 지표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라인더, 필터, 물의 성질에 따라 물 빠짐 속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분쇄도를 바꾸면 혼란만 커진다. 맛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분쇄도부터 건드리기보다 물 온도, 추출 비율, 붓는 횟수부터 조정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기준 분쇄도를 하나 정해두고 나머지 변수를 조정하는 접근이 안정적일 수 있다.
핸드 드립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실수를 하나씩 줄여가는 과정일 수 있다. 물, 온도, 계량, 뜸 들이기, 신선도 같은 기본만 지켜도 커피의 완성도는 크게 달라진다. 뭔가 잘 안될 때는 ‘무엇을 더 해야 할까’보다 ‘혹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먼저 돌아보자. 그 질문 하나가 핸드 드립 실력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Coffee > Hand Drip Reci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케멕스 2인분 추출 레시피 정리: 아이스커피 및 핫 커피 제대로 내리는 방법 (1) | 2025.12.29 |
|---|---|
| 케멕스 드리퍼 사용법: 핫 커피와 아이스커피 추출 레시피와 특징 (1) | 2025.12.26 |
| 하리오 V60 센터 푸어 2인분 레시피 완벽 가이드 (2) | 2025.12.18 |
| 하리오 스위치 리버스 아이스커피 레시피: 침출과 여과의 조화 (1) | 2025.12.15 |
| 핸드 드립 잘 내리는 법: 고정 레시피 + 논리적 변수 조절 (1) | 2025.1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