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3대 커피로 알려진 카페 중 하나 싱글오(Single O). 시드니 여행 시 꼭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시드니 한 카페 사장님이 던진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싱글오는 커피 맛집이라기보단 바리스타 학교 같은 곳이다.' 이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싱글오 써리힐(Single O Surry Hills)에 다녀왔다. 자 지금부터 시드니 3대 커피, 싱글오(Single O) 리얼 방문기 시작.
싱글오는 2003년 Emma와 Dion Cohen 부부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엔 낯설었던 싱글 오리진 커피에 집중하면서 시드니 커피 문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일본까지 진출한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잘 짜인 시스템
싱글오 써리 힐즈점. 이곳 역시 간판으로는 찾기 힘들다. 간판이라곤 알파벳 O로 만든 작은 간판이 전부이기 때문. 그래도 이곳이 눈에 띄는 건 매장 밖 대기 중인 손님들 때문이다.
매장 내부는 약간 지저분한 흰 벽과 황동색 파이프 그리고 에폭시 바닥이 인더스트리얼한 감성을 풍긴다. 사실 이 정도의 인테리어는 이제는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천정은 깨끗한 흰색과 우드로 마감해 깔끔하다. 거기에 약간의 플랜테리어가 벽면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거침과 깔끔함 그리고 자연이 함께 있다고나 할까!
바리스타들의 동선은 잘 정리되어 있다. 주문 - 음식 준비 - 서빙 - 결제로 이어지는 팀원 간의 호흡도 척척이다. 바리스타들과 손님들 사이의 대화도 자연스럽다. 바쁘지만 허둥대는 직원 하나 없는 곳.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커피 전문점? 브런치 가게?
싱글 오는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방문했던 다른 카페들에 비해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커피 메뉴뿐만 아니라 논 커피 음료 그리고 다양한 Food 메뉴까지. 메뉴만 보면 브런치 가게에 가깝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하다는 브런치 가게에서도 커피맛에 실망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은 어떨까?
아내와 함께 에스프레소와 말차 라테 그리고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바나나 브레드를 주문했다. 아참 바나나 브레드는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깔끔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말차 라테
에스프레소, 적절한 산미의 깔끔한 한 잔
싱글오의 에스프레소는 산미가 살아 있는 스타일이다.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산미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너무 쓰지 않아 설탕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가끔 밀크 바레이션 음료에 들어가야 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주는 카페들과는 달랐다. 이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한 잔이었다. 하지만, 다시 이곳에 찾아와 먹고 싶을 만큼의 강한 개성은 없었다.
말차 라테, 부드러운 논커피 메뉴
말차 라테 첫 모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부드러운 질감. 입에 닿자마자 고운 텍스처가 느껴졌다. 말차 특유의 씁쓸한 맛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다음 우유의 고소함과 적당한 단맛이 천천히 퍼졌다. 전체적으로 자극은 줄이고, 부드러운 조화를 극대화한 스타일이다. 누가 마셔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말차 라테. 논커피 메뉴도 신경 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 그러나
싱글오의 커피는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었다. 적절한 산미와 적절한 농도감을 가진 에스프레소. 그리고 말차와 우유가 조화로웠던 말차 라테. 흠잡을 데는 없다. 다만, 다시 와서 마시고 싶냐라고 묻는다면... 글쎄! 이곳만의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앞으로 소개할 시드니 카페에서 느낀 개성들이 조금은 약한 느낌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평균 이상의 커피맛집이다. 다만 멜버른과 시드니를 거치며 기준이 올라갔다고나 할까?
시드니 3대 커피라고 불리는 싱글오에서는 완성도 높은 커피 즐길 수 있다. 커피의 품질과 매장 분위기 그리고 바리스타의 숙련도까지 모두 기본 이상이다. 하지만 시드니의 다른 개성 강한 카페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인상은 다소 약했다. 어쩌면 이게 싱글오의 매력일 수 있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커피. 그러기에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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