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에만 열리는 패딩턴 마켓(Paddington Markets)을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려면 커피가 있어야지. 패딩턴 마켓 근처에 있는 메카 커피(Mecca Coffee)에 가기로 했다. 이곳은 아내가 고른 카페. 참고로 시드니 카페 한인 사장님이 추천해 준 곳은 아니다. 그저 분위기와 직감(?)을 믿고 찾은 곳이다. 그 선택이 어땠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해 볼게.
위치와 접근성 – 패딩턴 마켓과 커피 한 잔 거리
위치는 그냥 말 다 했지. 패딩턴 마켓에서 도보 13분, 버스로는 한 정거장 거리야. 시드니 오팔카드만 있다면 마켓 가는 길에 내려서 들르기 딱 좋은 동선. 물론 마켓 구경 후에 들러도 좋고. 위치는 도심 한가운데지만 분위기는 전혀 번잡하지 않아. 실제로 손님이 제법 있었는데도 조용했지.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공간이었다. 단, 이건 토요일 오전 기준이라는 건 참고하길.
도심 속, 고요한 트렌디함
Mecca Coffee 글렌모어 로드 지점은 패딩턴의 패션 스트리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외관부터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고급스러운 우드 톤에 절제된 미니멀리즘. 일부러 꾸민 느낌이 아니라 그냥 원래 멋있는 공간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붉은 우드 벽면과 따뜻한 플로어 컬러에 시선이 간다. 대부분 카페들이 흰색과 내추럴한 우드를 사용했기에 이곳의 붉은 컬러가 주는 묵직한 인상이 새로웠어.
이곳은 자체 로스팅 원두를 사용해. 그 원두들을 공간 안에 진열해 놓고 직접 판매도 하고 있어. 커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구성이지.
그리고 눈에 띄었던 건 La Marzocco Leva 머신.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훨씬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데 레버를 내려 프리인퓨전을 더해주는 방식이라 속도보다는 멋과 퀄리티를 택한 셈. 속도보다 멋과 맛을 택했다는 이 선택.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탄할만한 포인 트지 않을까.
기술자 이상의 바리스타
이곳 바리스타들도 만만치 않아.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무엇보다도 커피를 대하는 태도에서 훈련받은 전문가라는 인상이 강했어. 한 손님에게 원두를 추천해 주는 장면을 봤는데 정말 커피를 잘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맛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루틴도 자연스럽고 기분 좋았어.
단골이 아니더라도 정성껏 응대해 주는 그 미소 사소하지만 꽤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어.
커피 퀄리티 & 메뉴 구성
커피 메뉴는 기본적인 에스프레소부터 밀크 베이스, 블랙, 필터 커피(배치브루와 클레버 방식), 콜드브루까지 다 있었어. 필터 커피에 클레버를 사용하는 건 좀 특이한데 아마도 일관된 맛을 위해 선택한 것 같아.
Non 커피 음료도 다양했어. 티, 마차, 초콜릿 같은 메뉴도 있어서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과 동행해도 무리 없을 것 같더라. 먹을 것도 간단하게 마련돼 있었는데, 토스트나 크루아상 정도로 가볍게. 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역시 커피야. 주변 테이블도 거의 대부분 커피를 즐기고 있었거든.
가격은 시드니 기준에서 봐도 합리적인 수준. 이 정도 퀄리티면 가성비 괜찮다고 느껴졌어.
커피 한 잔 속 담긴 디테일
배치브루 (Batch Brew)
배치브루는 꽤 흥미로운 한 잔이었어. 첫 모금에 확실히 건자두 맛이 느껴지더라. 밝은 산미가 아니라 은은하고 따뜻한 과일 느낌. 거의 차에 가까운 질감과 맛이었어. 입 안에 살짝 뭔가 있는 듯한 텍스처까지. 커피에서 이런 느낌은 정말 드물어. 후미는 맑고 깨끗했어. 전체적으로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적이었지.
플랫화이트 (Flat White)
플랫화이트도 좋았다. 다른 카페에 비해 첫 모금부터 커피 맛이 확실하게 느껴졌어. 라테나 카푸치노처럼 우유가 커피 위를 덮지 않고 우유와 커피가 균형감 있게 어우러지는 조화. 이게 바로 플랫화이트의 매력이잖아.
무엇보다 우유의 질감이 정말 훌륭했어. 따뜻한 벨벳처럼 부드럽고 크리미 했어. 이런 밸런스는 그냥 운으로 되는 게 아니고 추출 타이밍과 스티밍이 완벽하게 맞아야 나오는 결과. 커피 본연의 캐릭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감싸는 그 느낌 꽤나 만족스러웠어.
하루를 바꾸는 커피 한 잔
메카 커피(Mecca Coffee - Glenmore Road)에서 시작한 토요일. 그 여운은 패딩턴 마켓을 거쳐 본다이 비치까지 기분 좋게 이어졌어. 이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해. 창가에 자리 잡고 배치브루나 플랫화이트 한 잔 천천히 음미해 봐. 커피 한 잔으로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곳이 보여줄 테니까.
시드니 카페 관련 글 더 보기
아티피서 커피(Artificer Coffee)
스티치 커피(Stitch Coffee)
루벤 힐스(Reuben Hills)
멜버른 커피 관련 글 더 보기
마켓 레인 커피(Market Lane Coffee)
듁스 커피 로스터스(Dukes Coffee Roasters)
패트리샤 커피 브루어스(Patricia Coffee Brewers)
'Cafe Tour > Sydney Cafe Tour'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uben Hills(루벤 힐스), 시드니 Surry Hills 한복판 커피와 브런치 맛집 (3) | 2025.07.30 |
---|---|
시드니 스티치 커피(Stitch Coffee): 특별한 공간의 특별한 카페 (4) | 2025.07.28 |
시드니 아티피서 커피(Artificer Coffee), 커피 그 자체에 몰입 중인 카페 (1) | 2025.07.25 |
시드니 커피 문화: 커피 맛, 공간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잇다 (3) | 2025.07.23 |
시드니 3대 커피, 싱글오(Single O) 리얼 방문기 (2) | 2025.07.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