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추출도구를 하나둘씩 사다 보니 주방 한편에 각종 커피 추출 도구들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욕심은 끝이 없는지 어느 날 에어로프레스와 비슷하게 생긴 추출도구 델터 프레스에 관심이 갔습니다. 홀린 듯 구매하고 사용해 보니 에어로프레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가졌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호기심에 사서 반해버린 델터 프레스의 특징과 추출 레시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과식으로 추출하는 델터 프레스
델터 프레스는 주사기 같은 모양으로 에어로프레스와 상당히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에어로프레스는 침출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반면 델터 프레스는 여과식으로 추출합니다. 즉, 델터 프레스와 에어로프레스는 완전히 다른 추출 도구입니다.
델터 프레스는 핸드 드립과 같이 여과식으로 커피를 추출합니다. 하지만, 델터 프레스와 일반적인 핸드 드립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드리퍼를 사용하는 핸드 드립은 바이패스가 발생하는 반면 델터 프레스는 바이패스 없이 추출됩니다. 다른 차이점으로는 압력의 유무입니다. 델터 프레스는 손으로 가하는 압력으로 인해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 바이패스는 물이 커피 가루를 통과하지 않고 서버로 내려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손쉽게 일관된 추출이 가능한 도구
특징
델터 프레스는 매우 간단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분쇄도와 누르는 힘만 일정하게 유지한다면 일관된 추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벼워 여행이나 캠핑에서 사용하기도 좋으며, 종이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깔끔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구조
델터 프레스는 크게 챔버, 플린저, 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챔버는 물을 담는 역할을 하고 플린저는 압력을 만들어 물을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도저는 커피 가루양을 대략 계량하는 역할과 플린저를 누를 때 올라오는 고온의 증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트 씰은 물을 커피에 고르게 분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커피와 물을 분리해 주는 기능도 합니다. 즉, 플린저를 올려도 제트 씰이 커피와 교반 된 물이 위로 올라오지 않게 막아줍니다. 이는 교반을 최소화시켜 일관된 추출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플린저를 위로 올리면 올려진 공간에서 물과 커피가 만납니다. 플린저를 올리는 높이와 누르는 시점, 누르는 시간 등에 따라 커피와 물의 접촉 양과 시간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변수가 적어져 사용자가 원하는 데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됩니다.
델터 프레스의 챔버에는 물 용량을 표시하는 눈금이 있습니다. 150ml 까지는 'PRESS ml', 200ml 이상은 'FILL'이라고 적혀있습니다. 150ml까지는 플린저가 위로 올린 상태에서 투입되는 물의 양을 표시하고 FILL은 플린저가 꽉 끼워진 상태에서의 물의 양입니다. 만약 플린저를 뺀 상태에서 200ml 눈금까지 물을 넣으면 270ml 정도의 물이 채워집니다.
장점
델터 프레스는 추가 도구 없이 커피를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습니다. 핸드 드립의 경우 저울, 드립 포트 등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델터 프레스는 델터 프레스만 있으면 됩니다.
누르는 압력을 동일하게 유지하면 일관된 맛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압력을 변화시키면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물의 주입 횟수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나눠 붓는 횟수에 따라 다양한 농도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단점
델터 프레스의 가격은 4 ~ 5 만 원대입니다. 이는 플라스틱 하리오 V60, 칼리타 등의 드리퍼와 비교하면 매우 비싼 편입니다. 커피 추출을 계속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 경제적인 선택지가 많이 있기 때문에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출 레시피
핫 커피
준비물
- 설탕 굵기로 분쇄된 커피 16g
- 93℃ 물 200ml
추출 순서
1) 사전 준비
① 필터 캡에 필터를 장착하고 린싱합니다.
② 챔버에 플린저를 결합한 플린저를 끝까지 밀어 넣습니다.
③ 델터 프레스를 뒤집습니다. (물 주입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④ 커피를 담는 공간(제트 씰과 입구사이 공간)에 커피를 담고 캡을 닿습니다. (캡에 커피를 담지 않습니다.)
⑤ 델터 프레스를 다시 뒤집어 원래 방향대로 만듭니다. (물 주입 부분이 위를 향하도록)
2) 프리 인퓨전 (사전 주입)
⑥ 뜨거운 물을 200ml 눈금까지 붓고 도저(Doser- 뚜껑)를 꼭 닫습니다. 도저를 닫지 않은 채 맨손으로 플린저를 누르면 화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⑦ 플린저를 50ml 눈금만큼 들어 올린 후 바로 천천히 눌러줍니다. 이때, 모든 원두에 물이 충분히 적셔지도록 합니다.
3) 본추출
⑧ 30초 후에 남은 물(150ml)만큼 플린저를 들어 올립니다. 이때, 최대한 천천히 끝까지 균일한 압력으로 누릅니다. 요령이 있다면 힘을 주지 않고 팔 무게로 누른다고 생각하고 손을 플린저 위에 가만히 올려줍니다.
(150ml의 물을 두세 번 나눠 눌러도 됩니다.)
아이스커피
핫 커피보다 커피 사용량을 늘립니다. 또한, 프리 인퓨전 포함해 물을 세 번에 나눠 붓습니다.
준비물
- 핫 커피보다 조금 가늘게 분쇄된 커피 20g
- 93℃물 200ml
추출 순서
1) 사전 준비와 2) 프리 인퓨전 단계는 동일합니다. (투입한 원두량만 20g으로 많아집니다.
① 필터 캡에 필터를 장착하고 린싱합니다.
② 챔버에 플린저를 결합한 플린저를 끝까지 밀어 넣습니다.
③ 델터 프레스를 뒤집습니다.
④ 커피를 담고 캡을 닿습니다.
⑤ 델터 프레스를 다시 뒤집어 원래 방향대로 만듭니다.
⑥ 뜨거운 물을 200ml 눈금까지 붓고 도저를 꼭 닫습니다.
⑦ 플린저를 50ml 눈금만큼 들어 올린 후 바로 천천히 눌러줍니다.
3) 본 추출
⑧ 30초 후에 플린저를 100ml만큼 들어 올린 뒤에 눌러 1차 본추출을 진행합니다.
⑨ 1차 본추출이 완료되면 남은 물만큼(50ml) 플린저를 들어 올린 뒤에 다시 눌러 2차 본 추출을 진행합니다.
※ 1, 2차 본 추출 시 핫 커피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균일한 압력으로 눌러줍니다. 손을 가만히 올려두면 알아서 천천히 내려갑니다.
부드러운 커피
에티오피아 내추럴로 추출한 핫 커피는 부드러운 산미와 내추럴로 프로세싱한 원두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핸드 드립보다는 유분기가 꽤나 많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유분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산미를 어느 정도 중화시켜 부드러운 느낌을 나게 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했을 때보다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로 추출한 아이스커피는 조금 연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산미가 느껴졌습니다. 핫 커피보다 조금 더 센 산미가 올라왔습니다. (온도 차이 때문인 듯합니다.) 아이스커피 또한 원두의 캐릭터가 명확히 살아있었습니다. 더운 날 기분 좋게 쭉 마시기 좋은 농도였습니다.
에어로프레스와 비교
델터 프레스와 에어로프레스의 외형은 꽤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추출 성격은 아주 다른 도구들입니다. 에어로프레스가 델터 프레스에 비해 날카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델터 프레스가 에어로프레스보다 조금 둥글둥글한 느낌이었습니다.
델터 프레스와 에어로프레스 모두 종이필터를 사용합니다. 에어로프레스의 종이 필터가 조금 더 큽니다. 델터 프레스에는 에어로프레스의 종이필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는 안됩니다.
추출은 델터 프레스가 편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는 꽤나 힘을 들여 플린저를 눌러야 했는데, 델터 프레스는 손만 올려놔도 플린저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만약 더 일정한 압력으로 플린저를 누르고 싶다면 두꺼운 책 하나만 올려놔도 될 정도입니다.
추출 후 세척은 델터 프레스가 좀 더 불편했습니다. 제트 씰을 청소하려면 챔버에서 제트 씰을 분리해야 하는데 챔버 폭이 좁아 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트 씰 분리 및 장착 시 긴 젓가락 같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추출 후 남은 커피 찌꺼기를 버릴 때도 에어로프레스가 편리합니다. 에어로프레스는 캡을 연 뒤 플린저를 쭉 밀어 넣으면 커피 가루가 확 빠집니다. 하지만, 델터 프레스는 플린저가 챔버 끝까지 밀어 지지 않아 커피 찌꺼기 청소가 불편합니다.
마지막으로 에어로프레스가 상대적으로 다양한 추출을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에어로 프레스는 순방향, 역방향 추출부터 분쇄도의 굵기 등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델터 프레스를 사야 하는 이유
델터 프레스는 처음 추출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쉬운 추출 도구입니다. 핸드 드립처럼 물줄기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손을 올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델터 프레스는 핸드 드립과 에어로프레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오일리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좋은 델터 프레스가 좋은 선택입니다.
지금까지 델터 프레스의 특징과 추출 레시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 야외에서도 사용하기 편한 휴대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일반적인 드리퍼보다 비싸긴 하지만 다른 장비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으로도 좋은 편입니다. 추출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나 다른 추출 도구를 사용해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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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오 V60 아이스 브루(Iced Brew) 커피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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